2015한국전통춤협회 정기공연이 오는 21일(토)~ 22일(일) 오후 6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인무불이(人舞不二, 명인의 춤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제목으로 화려하게 열린다. 금당(錦堂) 채상묵(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이 총연출하고 한혜경이 구성·연출하는 이번 정기공연은 다양한 유파의 전통춤의 계보를 잇는 전통무용가들의 춤의 향연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통춤의 역사성을 확보하고, 예술적 가치를 드높이는 이 협회의 공연은 전통춤의 백과사전적 역할로 날이 갈수록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춤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공연은 서울경기, 호남,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춤들을 모두 모아 지역별 춤의 특색을 비교, 그 개성들 사이의 공통된 한국 전통춤의 미학을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전통춤 원형의 진수를 선보일 양일간의 전통춤 축제는 소수 작품을 제외하고는 주로 독무로 구성되어 있다. 3월 21일(토): 김미란의 『태평무』(강선영류), 정주미의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임미례의 『12체 교방 장고춤』, 김은희의 『승무』(이매방류), 김명신의 『호남산조춤』, 이정희의 『도살풀이춤』, 한혜경의 『소고춤』은 전통춤 계보에서 비교적 중진들의 춤으로 여성 춤이다.
전통춤의 심오한 경지를 보여주며, 남성무와 여성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무용계의 춤 명인들의 명무전이 이튿날 펼쳐진다. 3월 22일(일): 최선의 『호남살풀이춤』, 이현자의 『태평무』(강선영류), 김온경의 『산조춤』(강태홍류), 조흥동의 『한량무』, 김정녀의 『살풀이춤』(이매방류), 김진홍의 『지전춤』, 이명자의 『즉흥무』, 채상묵의 『승무』(이매방류)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에 이어 채상묵, 한혜경, 김은희, 이정희는 다시 한 번 그들의 춤을 선보이며, 출연하는 춤 연기자들은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춤꾼들이다. 이들의 춤은 스타일과 타입을 인지시키며 우리 춤의 깊은 내공의 실체를 보여준다. 차별화된 전통춤 기획공연은 우리 문화의 뿌리가 깊고,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공연될 작품들의 내용을 살펴본다.
『태평무』(강선영류),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인 태평무는 한성준이 왕십리 당굿의 특이한 무속장단을 바탕으로 무대춤으로 구성한 것으로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이다. 의젓하면서도 경쾌한 춤사위와 가벼우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는 신명과 기량의 과시가 돋보이게 하는 춤으로 손색이 없으며 정중동의 흥과 멋, 미적 형식을 가진 완벽한 춤이다. 특이한 발짓 춤에 손놀림이 우아하고 섬세하며 우리 민속음악의 대표적 가락과 장단이 고루 어우러져 있는 음악은 낙궁, 터벌림, 섭채, 올림채, 자진도살풀이 등으로 조화를 이룬다.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슬픔과 한을 풀어내는 중모리 장단에서 시작하여 신칼을 엇갈리게 돌려 빼는 엇중모리 장단에 신칼을 따라 춤추듯 동작으로 저승길을 닦는 딸의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등 뒤로 엎었다가 앞에서 엇갈리는 모습은 잡귀를 방어하고 잦은 굿거리로 격렬하고 세련된 춤으로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다.
『12체 교방 장고춤』, 장고 12체로 신명의 미학을 보여주는 이 춤은 은근히 흥을 돋우다가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는 작품이다. 느린 장단으로 흥청거리며 장고춤을 추다가 빠른 장단으로 몰아 도약하면서 흥을 돋운다. 상체의 아름다운 선과 발동작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장고를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도약을 이루고 있는 춤이다. 춤은 흥과 멋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자태, 멋들어진 가락의 춤사위가 녹아져 있는 한국 대표민속춤이다.
『승무』(이매방류),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법무)는 민속무용의 진수로써 격조 높은 예술형식의 춤이다. 춤사위나 춤의 구성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으며 느린 염불장단을 타는 염불 춤이 또한 일품이다. ‘승무’는 테크닉으로 추는 춤이 아니라 가슴으로 추어내는 ‘열정’이 탐미적으로 비춰진다. ‘승무’는 욕심에 대한 부질없음을 리듬감 있게 잘 짜인 구성으로 보여준다.
『호남산조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47호로 지정된 춤으로 호남의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한 산조음악에 맞추어 추는 입춤이다. 진양조부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까지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선율 속에서 장단과 장단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과 흥, 그리고 신명을 자유롭게 승화된 섬세한 몸짓으로 구현하는 춤이다. 이 춤은 호남지방 기방춤의 성향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인위적 기교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와 절주(節奏)를 따르는 몸의 기(氣)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도살풀이춤』, 도당 살풀이를 줄인 말로써 민속무의 하나인 살풀이춤의 원초형으로 경기도당굿의 뒷전거리에서 추던 춤이다. 이 춤은 흉살과 재난을 소멸시켜 안심입명, 나아가 행복을 맞이한다는 종교적 소원에서 비롯되었다. 자연스럽고 소박하여 삶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긴 수건에 의한 공간상의 유선이 다양하여 선이 그려지는 형태가 하나의 소박한 화폭과도 같다. 이 춤은 각기 신비스럽고 자유로운 춤사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고춤』, 경쾌한 장단으로 춤추며, 역동적이며, 개성 있는 연기는 회전을 할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당놀이의 멋과 흥을 불러 들여 벅구놀음의 독특한 춤사위와 가락을 짜임새가 돋보인다. 춤의 실천법칙에 따라 절도 있게 몰아치는 춤사위를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푸리, 휘모리장단에 맞추어 소고를 두드리면서 활동적 발 디딤과 대삼, 소삼의 몸짓으로 어우러져 신명을 풀어낸다. 마무리는 느림으로 처리하여 여운을 깊게 한다.
『호남살풀이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15호 호남살풀이춤은 민 살풀이춤, 기교를 비유의 세관(細關)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고뇌의 심연을 통과한 춤은 고도의 진지성으로 민속에서 예술로의 승격을 용의주도하게 한다. 이 춤은 곧게 뻗은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직선사위의 남성적 최 선류 살풀이춤의 역동미를 잘 보여준다. 살풀이장단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넘어갈 때 손목에 수건을 휘감아 낚아채는 춤사위가 일품이다.
『산조춤』(강태홍류), 산조는 민속 악곡에 속하는 기악 독주 형태의 하나로, 말 그대로 ‘허튼 가락’ ‘흐드러진 가락’의 뜻이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지방에서 발달한 것으로,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한 산조음악에 맞추어 추는 입춤 형식의 춤이다. 진양조부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까지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선율 속에서 장단과 장단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과 흥, 그리고 신명을 자유롭게 승화된 섬세한 몸짓으로 구현하는 춤이다. 인위적 기교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천지인의 조화와 절주를 따르는 몸의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한량무』, 대표적 남성 춤으로써 선비의 의연한 기품과 내적 자유로움을 암시하는 절제된 춤사위로 정중동의 응축미를 바탕으로 한 우리 춤의 충일한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남성적 역동성과 고수의 유연함을 섞어 시대의 담론을 창출한다. 자신을 털어내고 호쾌하게 추는 춤은 선인(仙人)의 달관에 이른 겸허함이 돋보인다. ‘식자들의 의식’이나 ‘억지 존중’의 ‘체’념을 배제하고 자연에 합일된 듯한 춤은 나비처럼 자유로운 ‘한량의 의지’를 보인다.
『살풀이춤』(이매방류), ‘살을 풀다’라는 의미를 지닌 살풀이춤은 한을 설움의 명주 수건자락에 담아 용해시켜준다. 살풀이는 놀음판의 신명처럼 넘치는 흥겨움이 아니라 제단 앞에 나선 사제처럼 엄숙한 신명을 지닌 전통춤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과 그 춤을 보는 사람들의 힘을 끌어내는 커다란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매방류의 살풀이춤은 고도로 다듬어진 예술로서 한과 신명을 동시에 지녔으며, 고고한 개성의 청아한 멋과 정중동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춤이다.
『지전춤』, 호남지방의 무당들이 지전(종이돈)을 가지고 추는 춤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이다. 진도 씻김굿에서만 볼 수 있는 지전춤은 전라남도 진도지방에서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고서 즐겁고 편안한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굿. 흰 창호지로 만든 수십 장의 지전을 80㎝ 가량 내려뜨린 것을 양손에 쥐고 사방으로 휘저으며 춤을 춘다. 씻김굿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어주어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굿이다. 이 춤은 청신(請神)·세령(洗靈)·오신(娛神)·축귀(逐鬼)·송신(送神)과 같은 제의(祭儀)의 순서에 따라 추어지고 있으며 축원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흥무』, 즉흥무는 말 그대로 어떤 양식에 구애됨이 없이 무자의 감흥에 따라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다. 한성준은 『조선음악무용연구소』 원생들의 졸업시험에 반드시 이춤을 추도록 하여 춤실력을 평가 하였다. 춤추는 이의 창작성을 볼 수 있는 춤으로 그 해석에 따라 춤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강선영에 의해 이어온 즉흥무의 전수과정의 현재를 엿볼 수 있다.
한국전통춤협회 정기공연 『인무불이(人舞不二)』는 조상들과 조국에 올리는 경건한 춘분제(春分祭)이다. 예작(藝作)에 느낌의 공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미신과 문명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춤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 거룩한 원리를 터득하는 현대인들은 행복하다. 전통춤이 자랑스럽게 현대의 자양분으로 유파에 구애됨 없이 괄목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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