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된 밤(Verklärte Nacht)
최 화 웅
어느새 오뉴월 끝자락이다. 장마와 뙤약볕이 생명의 계절을 당금질하며 영혼을 정화시킨다. 아홉 번째 에세이집『강화 제주 그리고 부산』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옛 스쿠바 다이버 동호인들이 모이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기쁨으로 설렌다. 기장 원리와 통영 풍화리, 그리고 무주에서 차례로 열리는 모임에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은 내 마음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다. 이 좋은 계절 6월에 보석 같은 사위, 윤제와 병든 남편의 간병에 매달린 아내, 엘사의 생일이 차례로 들었다.
6월부터 예가인문학교실이 석 달간의 긴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그동안 몇 차례 외부강사 특강도 있었다. 5월16일 저녁에는 수강생들과 함께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5회 장재혁 클라리넷 독주회와 센토챔버 소사이어티 정기연주회에 참석한 뒤 뒷이야기를 나누는 오붓한 자리도 가졌다. 나는 평소 사람 소리에 가까운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좋아하는 만큼 오뉴월에는 초록빛깔과 잘 어울리는 목관악기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오묘한 음색에 마음의 감성을 빼앗긴다.
클라리네스트 장재혁은 2002년 부산음악콩쿨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서울음대에 입학하면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을 가진 바 있다. 그 뒤 클라리넷 본고장 프랑스로 유학하여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을 졸업하고 부산시향 수석주자로 발탁되었다. 장재혁은 피아니스트 김재원과의 협연으로 비도르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론도>를 비롯한 드뷔시와 쇼송의 작품과 로브렐리오가 편곡한 <라 트라비아타 환상곡>과 브람스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20>을 차례로 연주했다.
6월 13일 센토챔버 소사이어티 정기연주회에서는 하이든의 <집시>와 브리튼의 <오보에와 현아3중주를 위한 환상4중주>에 이어 쇤베르크의 현악6중주 <정화된 밤>을 연주하기 위해서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무대에 올랐다.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 ‘여인과 세계’ 중에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두 사람’으로부터 감흥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 모두 다섯 연으로 된 시 <정화된 밤>의 줄거리는 달빛으로 어둠의 죄를 씻는 줄거리다.여인의 고백을 들은 남자는 씻김굿을 주관하는 사제처럼 여자의 죄의식을 씻어주며 아이를 빛으로 받아들이는 스토리다. 이번 센토챔버 소사이어티의 연주회에 게스트로 출연한 부산시향의 조정현이 앵콜 무대에서 엔니오 모리코네의 <Gabriel's Oboe>를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문화예술의 인프라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방 최초로 문을 연 부산고은사진미술관이 지역문화예술 지킴이로써 굿굿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브뤼노 레끼야르, 형태의시展과 함께 열린 프랑스 피아니스트 막심 제치니와 다비드 비스뮈트의 초청피아노 연주회가 6월 15일 수요일 저녁 7시 고은사진미술관에서 80번째의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로 열었다. 60여 명의 음악애호가들에 둘러싸인 막심 제치니의 솔로 공연은 왼손, 양손 연주뿐만 아니라 다비드 비스뮈트와 세 손, 또는 네 손을 동원한 듀오 연주로 리스트, 라벨, 드뷔시, 알캉, 버스타인의 작품을 두루 섭렵했다.
막심 제치니의 연주는 왼손 다섯 손가락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피아노 건반을 저음에서 오케스트라의 격동적이고 스펙타클한 분위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왼손의 다섯 손가락만을 사용한 그의 연주는 양손을 다 쓰는 것처럼 완벽했다. 다비드 비스뮈트와 호흡을 맞춘 듀오 연주에서는 한 손으로부터 네 손에 이르기까지 박력 넘치는 다채로운 선율을 6월의 밤하늘에 선사했다. 앵콜곡으로 백조의 호수와 항가리 무곡을 연주할 때 객석에서는 박수로 응답했다. 녹음의 계절이 펼쳐진 푸르른 6월의 감성을 카와이 그랜드 피아노가 아름답게 수놓았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는 제체니와 비스뮈트의 CD를 한 장씩 골랐다.
첫댓글 좋은 책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고전 음악으로 윤택해진 삶의 기쁨과 여유를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소중한 열매 맺으심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책을 넘기셨군요...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국장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모님 생신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연주에 흠뻑 젖는 시간을 가지신 선생님! 너무 부럽습니다.
장마가 시작 되었어요. 한여름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강화 제주 그리고 부산'이 드디어 나오는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히 기다리겠습니다.^^
...
아름다운 결실의 탄생이..
참 대단하십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제 폰(010-9334-3232)으로 주소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