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코로나19 여파로 3년째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속초시 대표 향토문화축제인 설악문화제가 오는 10월 셋째 주 대면 행사를 확대해 다시 열린다.
설악문화제는 민선 8기 출범 초까지도 산악축제로 할지 향토문화축제로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17일 열린 (재)속초문화관광재단(이사장 이병선) 이사회 간담회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향토문화축제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
설악문화제는 지난 2018년(53회) 음향시설 고장으로 거리퍼레이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많은 비판이 쏟아진데다 시의회가 관련 예산 5억7,000만원 중 5억원을 삭감하면서 2019년 54회 설악문화제는 매년 로데오거리에서 개최해오던 거리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하고 산악페스티벌과 설악아트워크 등 산악 행사 위주로 개최됐었다.
2020년(55회)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된 데 이어 지난해(56회)에도 코로나 확산 예방 및 시민 안전을 위해 대부분의 대면 행사는 취소되고 설악소사(산신세), 축제 포럼, 설악문화제 옛 사진 공모전만 열렸다.
속초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 시청 상황실에서 이병선 이시장과 재단 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7회 설악문화제 관련 이사회 간담회에서 향토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기본계획 2차 보고가 있었다. 설악문화제는 지난해부터 속초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해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4월 제57회 설악문화제와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향토문화축제를 배제하고 산악 행사 위주의 산악축제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난 7월 이병선 시장이 재단으로부터 설악문화제에 대한 계획을 보고 받고 “(축제에)시민 참여가 없다. 시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 보라”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어, 지난 12일 열린 재단 이사회 간담회(기본계획 1차 보고회)에서 이 시장을 비롯한 재단 임원들이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향토문화축제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이에 재단은 각 동 주민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여론 수렴에 나서 “3년 동안 대면 행사를 안 하다 보니 주민 동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다. 이어 17일 2차 보고회에서 시민들을 대규모로 동원하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게 하는 방안으로 시민가요제와 시민 대항 경연 행사 등의 개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축제 장소로는 청호동 속초수협 인근 항만부지, 시내 도심 개최, 엑스포잔디구장 활용 등을 제시했다. 이에 재단 임원들은 수협 항만부지의 경우 접근성과 시민들이 참여에 한계가 있고, 시내 도심은 교통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엑스포잔디구장을 행사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제례행사는 상징탑 주변에서 지내고 거리퍼레이드를 할 경우 로데오거리를 거쳐 엑스포잔디구장으로 들어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병선 시장은 “축제일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먼저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가칭 설악문화제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재단 관계자를 포함한 축제위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협력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정규 속초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은 “올해는 시민들과 재단 임원들이 모두 합심해 성공적인 축제를 개최하도록 노력하고, 축제 기간 중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 축제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