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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청소부 예찬
나는 굴뚝 청소부를 만나보고 싶다. 오해는 마시라. 어른 청소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이든 청소부는 아무래도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앳된 풋내기 청소부, 엄마가 씻겨준 세수 자국이 아직 볼에 남아, 갓 묻은 숯검정 사이로 발그레한 보조개를 드러내는 어린 청소부들이다. 그들은 동이 틀 무렵 아니면 더 일찍 일어나서 앳된 목소리로 "굴뚝 청소하세요," 하고 외치고 다니는데, 그 억양이 마치 어린 참새가 '짹짹'하고 지저귀는 소리와 같다. 아니, 흔히 해뜨기 전에 굴뚝 꼭대기에 올라 서 있으니 새벽 종달새라 함이 어쩌면 더 적절하지 않을까? 공중에 나타난 이 어슴푸레한 반점-아니, 가엾은 얼룩이랄까-이 철부지 검둥이들이 나는 진정 그립다.
우리와 혈통이 같으면서도 아프리카 토인처럼 까만 이 아이들, 뽐내지 않고 검은 제의를 입고서 섣달 아침 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 그 작은 제단인 굴뚝 위에서 인류에게 인내의 교훈을 설파하고 있으니 아기 목사님들이라 해야 할 이 아이들을 나는 존경한다.
어렸을 때 본 그 아이들의 작업 광경은 얼마나 신기했던가! 우리 자신보다 크지 않은 어린아이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지옥의 목구멍' 같이 생긴 굴뚝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그 어둡고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은 동굴, 그 끔찍스런 어둠 속을 탐색하면서 이리저리 더듬고 다닐 그들이 어디쯤 있을까? 하고 마음속으로 추적하던 일, '이젠 정말 다시는 영영 나오지 못하고 말 것이다'고 생각하고 몸서리치다가도 다시 햇빛을 보고 내뿜는 그 가냘픈 목소리를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해 문 밖으로 달려 나가 까만 귀신처럼 멀쩡히 나타나서 정복한 성채 위에 깃발을 휘날리듯 의기양양하게 청소용 솔을 들어 휘두르는 모습을 때맞추어 본다는 것은 참으로 신묘한 것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청소를 잘못한 아이를 굴뚝에 올려놓은 채 풍향을 가리키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끔찍한 광경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저 '맥배스'에 나오는 '관을 쓴 아기 유령이 손에 나무를 들고 나타난다'라는 옛 무대지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독자여! 아침 산책을 하다가 혹 이런 어린 양반들을 만나거든 돈 한 푼 주어 적선하시라. 두 푼 주시면 더욱 좋을 것이요, 만일 때가 굶주린 겨울철이요 그들의 고된 직업 특유의 발뒤꿈치가 터서 벌어지기까지 했으면-이런 일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요-당신의 인정으로는 여섯 푼 짜리 한 닢까지는 내줄 수밖에 없으리라.
내가 알기로는 주성분이 새서프레스(sassafras)라고 하는 향기 있는 나무로 된 혼합물이 있는데, 이것을 달여서 차를 만들어 우유와 설탕을 곁들이면 중국 고급차를 능가하는 묘한 맛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 차가 여러분의 구미에 어떨지는 모르겠다. 다리 가로 가다보면 플리트로 남쪽에 이 '몸에 좋고 상쾌한 음료'를 파는 가게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 가게를 세운 리드 씨는 런던에서 오직 하나 뿐인 가게라고 주장하고, 또 그의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은 그 좋다는 재료를 달여서 만든 차에 내 별난 입술을 가져다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냄새가 후각에 부딪칠 때마다 뱃속에서 정중히 거절할 것이 틀림없다는 조심스런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음식의 경우 식도락의 교양이 없지 않은 미식가들이 이 차를 탐내어 마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신체 기관이 어떤 특수한 구조를 이루고 있기에 이런 차이를 내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으나, 이 혼합물이 이 어린 굴뚝 청소부의 입맛에 놀랍게도 꼭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나는 눈여겨왔다. 날개도 돋지 않은 병아리라 할 이 철부지 일꾼들의 입천장에는 응결된 숯 검댕들이 -해부해 보면-가끔 발견되는데, 새서프래스에 약간 들어 있는 유질 입자가 이 응고물을 녹여서 부드럽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요, 아니면 자연의 여신이 이 어린 청소부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신고의 운명을 빚어주었음을 깨달아 이 대지에 새서프래스를 키워 향기로운 진통제가 되도록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이 어린 굴뚝 청소부의 감각에는 세상의 어떤 맛이나 냄새도 이 혼합물에 필적한 만큼 묘한 입맛을 돋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돈은 한 푼도 없는 데도 그들은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김 위에 검은 머리를 숙이고서 할 수만 있으면 한 가지 감각이라도 충족을 시키려고 하는데,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마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새로 찾아 낸 쥐오줌풀 가지를 놓고 기뻐서 가르랑거릴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와 같은 감정의 조화 속에는 철학도 가르쳐주지 못할 무엇인가가 들어 있는 것이다.
리드 씨가 설러우프 찻집은 자기 집뿐이라고 자랑을 하고,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도 부지런히 자기 장사를 흉내 내는 다른 찻집들과 경쟁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 만일 당신들이 잠을 웬만큼 자는 편이라면 아마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시겠지만, 이들은 길가의 가게나 노천에서 비교적 가난한 고객들을 상대로 이 향기로운 차를 팔고 있다. 파는 시간은 인적이 없는 이른 새벽이요, 이때는 밤새워 술을 마시다가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놈팡이들과 잠에서 일어나 이른 새벽 일감을 찾아 나선 손이 부르는 기공들이 마치 양극단이 마주치듯 길을 비키지 않고 서로 밀치지만 대개는 전자가 쩔쩔매기 일쑤다. 이 시각에는 집집마다 부엌에 불이 꺼져 있고, 아직 새로 불을 댕기지 않을 때여서, 여름에는 이 아름다운 도시의 하수도는 어느 때보다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놈팡이들이야 간밤에 진탕 마신 술기를 보다 고마운 커피로 속을 달래고 싶을 것이기에 이 새서프래스 차의 냄새를 저주하며 지나가겠지만, 기공들은 걸음을 멈추고 이 차를 맛보면서 향기로운 아침 식사나 되는 듯이 찬양을 한다.
이것이 바로 '설러우프'로서 새벽부터 일하는 약초 장수 아주머니들의 총아요, 동이 틀 무렵이면 해머스미스에서 코벤트 가든의 이름난 시장까지 김이 몽실 나는 양배추를 실어 나르는 채소 장수의 기쁨이요, 또한 돈 한 푼 없는 굴뚝 청소부의 기쁨인데-아! 제발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그것마저도 그들에겐 한갓 부러움의 대상으로 그칠 때가 너무도 많다. 만일 그대들이 침침한 어둠 속에서 그 흐뭇한 증기에 얼굴을 대고 있는 어린 굴뚝 청소부를 보시거든 가득히 담은 한 잔-기껏해야 3 펜스 반이다-에다 맛좋게 버터를 바른 빵 한 조각 곁들여서 흔쾌히 대접하시라. 그러면 잘 사는 사람들을 불러다 대접할 음식을 마련하느라 막혀버린 굴뚝이 뚫려서 부엌 연기가 하늘로 가볍게 솔솔 빠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 재료로 만든 값비싼 수프에 검댕이 내려앉지 않을 것이요, "굴뚝에 불이야"하는 끔찍한 고함 소리가 거리에서 거리로 순식간에 퍼져서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덜거덕대는 소방차들이 달려오고, 우연한 불티 하나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거나 재물까지 손실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원래 길거리에서 당하는 모욕에는 극히 민감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야유나 조소라든지, 신사가 어쩌다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진다거나 양말에 진흙이 튀긴 것을 보고 교양 없이 좋아라고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린 굴뚝 청소부가 즐겁게 웃어대는 곳은 무언가 관용 이상으로 참을 수 있다. 재작년 겨울 치프사이드 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여느 때처럼 황급히 걸어가는 중에 얼음판에 미끄러져 순식간에 뒤로 벌떡 넘어지고 만 일이 있었다. 나는 아프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고 일어나면서도 그래도 겉으로는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 어린 익살꾼 하나가 악동처럼 히죽 웃고 있는 광경이 눈에 비쳤다. 그는 저만큼 서서 검댕이 묻은 손가락으로 자기 패거리들에게, 특히 자기 어머니인 듯싶은 초라한 부인에게 내 꼴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기막히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음인지 그 가엾은 붉은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기까지 했다. 숯 검댕이 때문에 충혈이 되고 전에 얼마나 자주 울었던지 벌겋게 된 눈이었지만, 그 황량한 가운데서 이 같은 기쁨을 갑자기 발견했기 때문인지 사뭇 반짝이고 있었으니 호가스라면 아니, 그는 이미 '핀츨리(finchley)로 가는 행군'이란 그림 속의 파이 장수를 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는 어린 굴뚝 청소부를 그려놓지 않았던가? 호가스 같은 화가가 어찌 이런 장면을 놓칠 수가 있으랴! 그 그림 속의 소년처럼 그 어린 청소부는 마치 자기의 익살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자세로 움직일 줄 몰랐다. 그의 웃음 속에는 최대의 환희가 있을 뿐 악의적인 장난기란 거의 없는 것이어서-사실 순진한 청소부가 이빨을 내놓고 씩 웃는 모습에는 악의란 전혀 있을 수 없다-나는 신사의 체통만 아니라면 한밤중이 될 때까지라도 거기 누워서 그의 조롱의 대상이나 웃음거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나는 이른바 훌륭한 치열의 매력에 대해선 본래 냉담한 편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분홍빛 한 쌍의 입술은-부인들은 나의 이런 표현을 용서하라-어쩌면 그 같은 보석을 담아두는 그릇이긴 하겠지만, 나는 입술이 그 보석을 드러내는 일은 가급적 드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숙녀나 신사라 하더라도 이빨을 드러낸다는 것은 뼈를 내보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하얗게 반짝이는 치골이 다름 아닌 청소부의 입에서 드러나 보일 때는-고의로 내보일 때조차도-나에게는 기분 좋은 파격이요, 있음직한 일종의 멋 부리기로 보일 뿐이다. 그것은 마치,
한 점 검은 구름이
밤을 맞아 은빛 속을 드러내는
경우와 같다. 그것은 아직 남아 있는 옛 양반 가문의 흔적 같은 것이요, 잘 살던 옛날의 상징이요, 귀족이었다는 암시 같기도 하다. 사실 그 연원을 가려낼 수 없는 연막과 검은 옷에 검은 피부로 변장된 이주의 암흑 속에는 흔히 잃어버린 선조나 사라져버린 가문에서 물려받은 훌륭한 혈통과 점잖은 신분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같이 어린것들을 일찍부터 도제로 삼는 일은 두렵거니와, 남몰래 어린 아이들을 유괴하는 것을 너무 조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좌우간 진정한 예의와 범절의 씨앗을 더부살이하는 이 어린 접목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으니, 이는 무언가 이들이 강제로 다른 나무에 접지되었음을 분명히 암시해주고 있다고 할 수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잃은 자식을 슬퍼하는 고귀한 가문의 라헬이 오늘날에도 많다는 사실은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요정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는 옛 이야기들은 이 슬픈 진실의 암시일 수도 있으며, 어린 몬테규를 다시 찾은 것은 아이를 잃고 되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는 수많은 어머니들 중에서도 정말 운 좋은 사례에 불과하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애런들 성에서 굴뚝 청소부 하나가 행방불명이 되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찾지 못했던 것인데 결국 그가 어느 거창한 침대에 잠들어 있는 것이 정오에야 발견되었던 일이 있었다. 하워드 일가의 거처인 이 고성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그 안에 있는 침대들 때문이요, 이 침대로 말하자면 고인이 된 공작님이야말로 각별한 감식가이기도 했던 것인데, 바로 그 침상 위에, 그것도 공작을 상징하는 천개 아래, 별처럼 왕관 무늬가 반짝이는 진홍색 커튼이 둘러친 속에서 비너스가 아스카니어스를 달래 잠재우던 무릎보다도 희고 부드러운 한 벌의 시트를 몸에 감고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어린 녀석은 그 장엄한 굴뚝들이 어찌나 복잡하던지 그만 통로를 잃고서, 알 수 없는 어느 구멍으로 나가다가 이 화려한 방에 내려앉게 되었고, 지루한 탐색 끝에 지친 나머지 침대를 본 그는 조용히 시트 사이로 기어올라 그 시커먼 머리에 베개를 고이고 어린 하워드처럼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이 성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와 같은 것인데, 이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가 앞에서 암시했던 바를 확인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장담하거니와 잠재되어 있던 귀족의 본능이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험한 모습을 한 미천한 아이가 아무리 피로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배운 대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공작께서 주무시는 침대보를 젖히고 감히 그 속에 들어가 눕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바닥에 깔린 융단이나 양탄자만으로도 훌륭한 잠자리요, 자기 신분에는 너무도 분에 넘치는 것일 터인데도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묻고 싶거니와 내가 주장하는 그 타고난 귀골의 강한 힘이 심저에서 우러나지 않았더라면 어찌 그런 모험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의심할 나위 없이 이 어린 귀공자는-이 애들을 보기만 하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언짢은데-완전히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 어렸을 때의 환경, 어머니나 유모가 그곳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고귀한 침대를 보고 자기를 감싸주던 기억에 이끌려 그런 짓을 저지르게 되었을 것이니 그것이야말로 자기 본래의 강보나 안식처로 기어들어간 것에 불과하다. 이전에 존재하던 어떤 상태-이런 말이 적합할지 모르지만-이전에 있었던 어떤 상태에 대한 느낌이 아니고서야 달리 어떤 이론으로도 나는 이 엉뚱한 어린 청소부의 그처럼 대담하고도,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무례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소행을 설명할 수 없다.
나의 명쾌한 친구 젬 화이트는 이와 같은 변신이 흔히 있는 일임을 확신한 나머지, 어떻게 해서라도 바꿔치기 된 이 불쌍한 아이들의 잘못된 운명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매년 굴뚝 청소부들을 위한 잔치를 마련하여 자신이 그 잔치의 주인 노릇을 하고 급사 노릇을 하는 일이 그의 낙이었다. 그것이 매년 돌아오는 성 바돌로매의 장날에 스미스필드에서 벌어지는 엄숙한 잔치였다. 한 일주일 전에 런던 시와 그 부근의 청소부 우두머리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하되 초대는 어린 청소부들에게만 국한시켰다. 갓 어른이 된 청소부들이 이따금 끼어들어 선의의 윙크를 받기도 했으나 손님의 주류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어떤 운 나쁜 녀석이 거무스레한 검댕 옷을 빙자해 잔치에 끼어들기도 했으니 인상으로 보아 다행히 때늦지 않게 굴뚝 청소부가 아님이 판명되어-검댕으로 보인다고 해서 다 검댕은 아니니까-참가 자격이 없다는 만장의 꾸중을 들으며 자리에서 나가는 일도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잔치의 분위기는 최대로 조화를 이루었다. 잔치가 벌어지는 장소는 스미스필드 시장 북쪽의 목장들 가운데에 있는 편리한 장소로 들뜬 시장에서 기분 좋아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었다.
그렇다고 시장에 모인 구경꾼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끼어 들 만큼 가깝지도 않았다. 손님들은 7시경에 모여들었다. 임시로 만든 그 작은 거실 안에 세 개의 식탁이 놓이고 그 위에는 화려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식탁보가 깔렸다. 식탁마다 어여쁜 호스티스가 부글거리는 소시지 냄비 앞에 앉으면 그 냄새로 인해 그 어린 개구쟁이들의 코가 벌름거렸다. 제임스 화이트는 웨이터 우두머리로서 첫 식탁을 맡고 믿음직스런 친구 바이고즈와 나 자신은 으레 나머지 두 식탁을 돌보았다. 첫 번째 식탁에는 서로 앉으려고 아이들은 떠들면서 법석을 피웠는데 그 이유는 내 친구야말로 가장 열광을 받던 시절의 로체스터를 능가할 만큼 응해주어서 영광스럽다는 일반적인 사의를 표한 후에 세 호스티스 중에서도 가장 뚱뚱한 어슐라 노파가 서서 튀김 질을 하면서 '이 양반이'하고 축복 반 저주 반의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그녀의 비개덩이 허리를 꼭 껴안고서 그 정결한 입술에 다정한 인사의 키스를 하는 것이 그의 웨이터장 취임식이었다.
그 순간, 장내의 모두는 하늘은 찌르는 환성을 지르곤 했고, 동시에 히히대는 수백의 이빨들이 반짝이는 밤의 어둠이 깜짝 놀라는 것만 같았다. 이 검둥이 어린 신사들이 기름진 고기에다 더욱 기름진 내 친구의 농담까지 곁들여 맛있게 먹는 광경을 본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내 친구는 작은 입에 넣기 좋도록 고기를 잘게 토막 내면서 비교적 긴 것은 나이든 아이들을 위해 한쪽으로 돌려놓기도 하고, 더러는 어린 폭식가의 입에 이미 들어간 고기를 가로채면서 "다시 냄비에 넣어 더 익혀야겠네요. 신사님이 잡수시기에는 알맞지 않아요"하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이 흰 빵을 먹어 보라 하고 저 연한 빵 껍질을 권하기도 하면서 이빨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니 부러뜨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그는 도수 낮은 맥주를 포도주 돌리듯 청중에게 돌리면서 그 술을 만든 양조장 이름을 대기도 하고, 술맛이 좋지 않으면 다시는 그 집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마시기 전에 입술을 닦도록 각별한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축배를 들었는데 그때 "임금을 위해서"니 "검은 제의를 위해서"니 하는 말들을 그들이 알아듣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말에 모두가 한 결 같이 재미있고 신이 났으며, 기분이 최고에 달했을 때는 어김없이 "솔이 월계수가 되기를" 하고 축배를 들게 된다.
내 친구가 식탁에 올라서서 늘어놓는 이런 말들이며 여러 가지 허황한 이야기들을 그의 손님들은 뜻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육감으로 느끼는 것이었고 말을 할 때마다 "신사 여러분, 저는 감히 이러이러한 제의를 하고자 합니다만" 하는 식으로 정중한 서두를 늘어놓았던 것인데 이런 것이 이 어린 고아들에게는 기막히게 큰 위안이 되었고 이따금씩-이런 경우에 점잔을 뺀다는 것이 좋지 않으므로-김이 무럭무럭 나는 소시지 토막을 큰 것 작은 것 가리지 않고 마구 입에다 쳐 넣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아이들을 무척이나 기쁘게 했다. 그 광경이야말로 이 잔치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었을 것임은 여러분도 가히 짐작하시리라.
지복을 누리는 젊은이나 아가씨들은 굴뚝 청소부처럼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제 제임스 화이트는 죽었고 그와 함께 그 만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떠나면서 그는 이 세상의 재미를-적어도 나의 경우에는-반쯤 가지고 가버린 것이다. 그의 옛 손들은 우리를 기웃거리다가 그를 찾지 못하고서 성 바돌로매의 축제가 변해버린 것을 원망하니, 이제 스미스필드의 영광도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Charles Lamb (1775년 2월 10일 ~ 1834년 12월 27일)은 영국의 수필가 및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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