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스페인어 원전 완역본)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y Morales. 1601-1658
「저자 소개: 스페인 사라고사 지방, 칼라타유드 지역인 벨몬테에서 1601년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였다. 18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21세까지 2개의 철학과정과 사라고사 대학에서 4개의 신학과정을 이수하여 25세(1627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28세에 인문학 교수가 되었다.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출간한 <재능의 기술>을 더욱 폭 넓게 확장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이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았다. 저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저자가 살던 17세기 전후, 스페인은 과거 150년간 유럽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잇었다. 30년 전쟁 개입으로 경제적 위기가 왔고, 포루투갈 및 카탈루냐의 반란, 전쟁 참패 등으로 힘을 잃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하적으로는 황금시대였다. 물질적이고 세속족인 것에 대한 환멸과 덧없음, 종교적 희망, 죽음의 편재라는 특징이 바로크 문화라는 이름으로 전반에 드러나던 시기였다.
말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교회의 허가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며, 감금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계속되는 불이익으로 아품을 겪다가 1658년 57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끝없는 선택 앞에서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는 길
역자. 김유경
“정직하면 바보 되는 불합리한 세상” 이라는 말은 최근에 생긴 말이 아니다. 17세기에 살았던 발티자르 그라시안은 상류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부자와 권력자들의 음모를 목격하면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모든 성취가 의미 있는 삶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조화로운 지혜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이 책의 시선은 생존의 고된 과제인 끝없는 선택 앞에서 지혜롭고 분별력 잇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며 성공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을 향한다. 그렇게 그는 음모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과 성공하는 삶 사이의 중도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그의 조언들이 지금도 유효할까? 놀랍게도 그가 전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지혜들은 매우 현대적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재편집본과 여러 언어의 번역본이 그 유효성을 확실히 증명한다. 이제 이 책의 배경과 특징, 그 안에 담긴 진수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저자에 대해 (중략)
2. 시대 배경 (중략)
3. 이 책에 대하여
17세기 바로크 시대, 스페인 귀족 세계는 겉으로는 화려함을 과시했으나, 안으로는 속임수와 음모, 배신이 가득했다. 당시는 정중한 궁정 행동 지침만 강조할 뿐, 가장 어려운 과제인 ‘좋은 선택’에 관한 실용적인 훈련을 담은 책이 부족했다. 비관주의가 팽배했던 적대적 세계에서는 불신과 위장 및 교활함을 이길 만한 주의력과 지혜가 필요했고, 이것은 복잡하고 비정한 정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배자에게 필수적인 기술이나 지적인 덕과도 연결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숙명론적이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묘사한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았다. 이런 격언 형식은 성서의 여러 책 중에서 솔로몬이 기록한 <잠언>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책은 라 로슈푸코, 라 브뤼에르, 몽테뉴, 파스칼, 라퐁텐 같은 17~18세기 프랑스 도덕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따로 배웠는데, 당시에는 출판사를 찾지 못해 사후 2년, 즉 번역한 지 30년 만인 1862년에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프리드리히 니체도 이 책을 극찬했고, 영어판도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중략)
[Review]
사람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깨닫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어떤 인생이라도 전 인격을 들여다보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고상한 인생의 철학을 깨우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중국의 현자로 일컬어지는 공자는 수많은 제자와 저술을 남겼지만, 노자는 공자보다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그가 남긴 저술은 간단하게 정리한 <도덕경>한 권뿐이다. 이로 인해 후세 사람들은 노자보다 공자를 더 기억하게 되었다.
이 책은 17세기에 스페인의 예수회 신부이자 인문학 교수였던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년)’의 저술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에게 널리 전해지고 있다. 성숙한 인간은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갖추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이 책 속에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미덕, 현실감각, 안목, 관계, 내면의 절제, 평정심, 온전함, 성숙에 관한 300개의 교훈이 짧은 글로 요약되어 있다. 사제의 신분으로 이런 글을 썼다는 자체가 조금은 의아스러울 정도로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현세적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글을 출판할 때 익명으로 하였고 결국에는 그 일이 발각되는 바람에 교단으로부터 가혹한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는 내용에서 짧은 단락의 글이 훅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 그런 책은 한 번 더 책장을 넘겨보게 되고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가령 “하수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 - 일할 때 전부를 드러내지는 말라. 새로움에 대한 감탄은 성과의 가치를 높인다. 패를 다 보이는 게임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즐겁지도 않다. 공개된 해결책은 절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기 쉽다.” 이런 말은 노골적인 표현 같지만, 내면의 솔직함을 드러낸 말로 가슴에 닿는다.
“자기 장점을 다 드러내지 말라 - 윗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 모든 승리는 미움을 가져오는데, 특히 윗사람을 이기는 것은 어리석고 치명적이다. 우월함은 늘 남의 반감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윗사람보다 우월하면 훨씬 더 많은 반감을 산다.”
“좋은 지식이 나쁜 의도와 결합하면 광기가 된다 - 좋은 의도가 담긴 지식을 지녀라. 이것은 백발백중 성공을 보장한다. 하지만 좋은 지식이 나쁜 의도와 결합하면 늘 괴물 같은 고통을 낳았다. 나쁜 의도는 완벽함을 해치는 독이 되고, 여기에 지식의 도움이 더해지면 더 교묘하게 해를 끼친다. 파멸을 낳는 불행한 우월함이여! 사리 분별이 없는 지식은 갑절의 광기가 된다.”
“나에게 기대감보다 호기심을 갖게 하라 - 남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을 때는 시작하지 말라. 전에 아주 유명했던 사람도 이후에 과도한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 암시를 잘 파악하고 사용하라.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미묘한 부분이다. 암시를 이용해 기분을 떠보거나, 은밀하게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는 다른 암시도 있는데, 그것은 악의적이고 아무렇게나 던져진다. 그것은 시기심이라는 독초와 맞닿아 있고, 정념의 독으로 더럽혀져 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번개와 같아 은혜와 존경을 무너뜨린다. 대중의 빈정거림이나 특정 악의가 담긴 음모들 앞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던 사람들도, 높고 낮은 지위를 막론하고 이런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무너졌다.”
이와 같은 교훈의 책 중에는 파스칼의 <팡세>나 몽테뉴의 <수상록>과 같은 책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이 책의 영향을 받았고,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 감동하고 직접 스페인어를 배워서 독일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던 말, 그러면서도 잊히기 쉬운 말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묘하게 친밀감이 느껴진다.
이 책은 다양한 편집본으로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었지만, 이번에 원어인 스페인어 완역본으로 출판되어서 더 반갑다. 원어로 번역된 책은 저자의 의도를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서에 맞게 잘 번역되어 있어서 번역가의 노고가 돋보인다. 책의 엮음이 여유로워서 읽기가 쉽고,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특히 조직 생활에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나 또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인생 초보들에게 유용하다고 본다. 서점에 방금 나온 따끈한 책으로 가을에 여행에 누구나 들고 가기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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