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스쿨도 나오고 다시 미국로스쿨도 나와서 양쪽 국가에서 한국어와 영어도 잘하며 변호사자격증을 갖추는 게 제일 좋은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만일 둘중의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미국 로스쿨이 나을지, 한국 로스쿨이 나을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고민을 하는 듯 하여 이글을 쓰기로 했다.
그것은 양국의 로스쿨 시스템, 변호사시험, 변호사시험후 취업과 본인의 적성, 능력, 전문분야 등을 검토해본 뒤에 최종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 한국의 로스쿨은 본격적으로 가동이 되지 않았으므로 미국의 로스쿨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눈에 띄었다.
첫째, 미국의 교수들은 대부분(약 90%)이상이 변호사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미국인들은 “lawyers dominate legal education"이라고 할 정도로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물론 변호사라고 해서 모두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변호사자격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하버드와 예일이 약 90%가 교수들이 변호사이다(참고로 서울대, 고대, 연대는 현재 약 30%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현실이다 보니,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대부분 변호사경험을 어느정도 거쳐서, 즉 실무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예컨대 M&A를 가르치는 교수가 있다고 할 경우, 대형 M&A딜을 성사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변호사가 교수가 되어(꼭 겸임교수가 아니라 정식으로 교수가 되어) 가르치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생생하게 학업에 임할 수가 있다. 실무경험이 없이 책에서 읽은 것만 갖고 가르치려들다가는 도저히 학생들이나 주변동료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위 말하는 이론을 위한 이론, 혹은 "academic masturbation"은 불가능하다.
둘째, 첫 번째 특징과 연관성이 약간 언급했지만, 실무계와 학계가 별도로 분리되어있지 않다. 중국법을 가르키는 유명한 교수중에 Jerome Cohen이란 교수님이 있는데, 여름방학마다 중국에 있는 미국의 로펌에 가서 일을 하고 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발표하였다. 이러니 논문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게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른 교수들도 대부분 유사한 경험을 방학마다 하고 있다.
셋째, 로스쿨의 특징은 일학년(이를 두고 One L 이라 한다)과정이다. 일학년 과정에서 혹독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하여 변호사처럼 생각하는(lawyerlike thinking) 훈련과정을 통해 변호사가 되도록 도와준다. 혹자는 이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지옥훈련이라고도 한다. 학교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잘못하면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필자가 다닌 학교에서는 어떤 예쁜 여학생이 수업중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데 교수님이 “저 아름다운 여학생이 우리의 귀한 시간을 뺏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손을 들어보십시오”라며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 여학생이 울면서 나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넷째, 말하기와 글쓰기 훈련을 많이 시킨다. 미국변호사의 기본자질중의 하나는 기본적으로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배심원을 앞에 놓고 설득시킨다고 생각하고 말을 잘하도록 해야한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실제로 법원에 근무하는 그 학교 출신의 선배들이 와서 저녁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배심원 역할을 하며 구두변론(oral arguments)을 잘 하도록 조언도 채점도 하곤 하였다. 실제로 이런적이 있었다.
특정한 사건을 하나 주고 두명의 학생을 한 그룹으로 묶어 한쪽은 피고측 변호사, 다른 한쪽은 원고쪽 변호사가 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나와 파트너가 된 다른 학생은 “미모에, 금발에, 8등신에, 원어민 미국인에, 아버지가 변호사여서 세살 때부터 법원을 출입”하였다는 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이 먼저 멋진 opening arguments를 하였다. 그러자 당시 대부분 남자로 구성되었던 배심원들(실제로는 필자가 다닌 학교의 선배중에서 법원에 재직중인 사람들이었고 자원봉사로 밤에 나와서 도와주는 것이었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선배들이 여학생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로 왠만한 실수에도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점수를 주는게 보였다. 외국인이고, 영어도 분명히 미국사람보다 못할게 뻔하고, 외모도 “금발에, 8등신에, 미모까지” 갖추지 못한 필자로서는 분명히 나쁜 점수를 받을 게 빤했다. 그 순간 필자가 한 방법은 다른 것이었다. “저는 한국에서 온 ooo입니다. 나는 오늘 지구의 반을 돌아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고객을 대변하기 위해서입니다(I came here travelling half around the world to represent MY CLIENT).” 이 말을 하자, 배심원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이렇게 해서 외국인이요, 외모도 그저 그렇고, 영어도 미국인보다 못한 약점을 보충했다. 그리고 차분히 나의 고객을 위한 논리전개를 해갔다. 그랬더니 나중에 잘했다며 비교적 괜찮은 점수를 받아 이 과목에서 과락을 면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순간에 그런 재치있는 말을 하지 못하고, 헤메며 버벅거렸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글쓰기는 흔히 Legal brief라고 하는 것을 쓰도록 시키는 데, 이 때 쉬운말로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설득시킬지 생각해봐야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말로 글을 써도 어려운데 영어로 쓴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이것도 연습하면 가능하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국에서 소설로 글을 쓰는 사람까지 있다고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못할 것은 없다.
이런 혹독한 1학년 과정을 마치면 나머지 2,3학년 과정은 자신이 맞는 전공과목을 잘 선택하여 수강이 가능하며 비교적 쉬어진다. 이 때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 따라 국제경제법, 은행법, 이민법, 행정법 등으로 특화해서 들을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과목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로스쿨을 마치게 되면 변호사시험이다. 변호사시험은 기본적으로 JD과정을 다 마쳤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보는 시험이다. 그래서 시험내용도 주관식, 객관식, 등의 형식으로 구성된 시험을 본다. 그뿐 아니라 MPRE라고 하는 윤리시험까지 본다. 변호사시험에 대해서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자세히 얘기할 생각이지만, 미국에서 JD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보는데도 전체적으로 약 60-70% 수준에 그친다. 외국인들의 경우 20-30%밖에 합격하지 못한다. 그리고 JD과정을 마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LL.M이라고 하는 과정만 마친 사람인데 미국헌법, 미국형사법, 미국민사법, 등의 과목을 실전수업에서 듣지 않고 그냥 시험문제풀이만 해서인지 합격률이 훨씬 낮아진다. 필자가 직접 경험을 했지만 “김&장“출신의 변호사조차 미국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로스쿨에서 학위를 따왔고 한국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지만, 변호사시험에 여지껏 합격하지 못한 사람조차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한국로스쿨이 힘든만큼, 미국로스쿨 과정도 절대 녹녹치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변호사시험이 어려운 만큼 미국변호사시험도 쉽지않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누구라도 미국로스쿨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리고 의지가 있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미 이 길을 갔다. 따라서 실수의 가능성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을 합격했다고 본다면 어떤 진로가 가능할까? 몇가지 선택가능한 방법이 있다.
첫째, 미국의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이는 업종에 따라서 미국시민권자, 미국영주권자, 혹은 다른 조건을 보므로 이에 맞는 선택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
둘째, 기업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주로 한국과 관련된 딜이 있을 때 언어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한국어를 잘하는 미국변호사를 채용한다. 필자가 아는 어떤 대만계 미국인은 자신의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와서 그동안 중국어를 안했는데 취업을 위해서 갑자기 중국어 공부를 하려한다는 말을 필자에게 해준 적이 있다.
셋째, 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민법,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솔직히 외국에 이민을 가려하는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서, 혹은 한국에서 사업이 망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서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 이런 경우 각박한 생활에 찌들려서 가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보면 변호사에게 훌륭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쨋건 미국에서(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인으로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 취업이 되었다면, 그것은 한국어를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봐도 틀임없다. 실제로 미국변호사는 “영어와 법률지식은 미국로스쿨을 마치고 훌륭하게 합격할 정도”이고 거기에 더하여 “한국어”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게 좋다. 그렇다면 국제무대에 나가서도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훨씬 더 커진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어떤 한국인이 미국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교통경찰에게 붙들렸다고 한다. “나는 이 주의 변호사요” 라고 말했더니, 그 미국인 교통경찰은 “당신이 그정도 영어로 변호사라면, 난 대법원 재판장 일거요”라는 말을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미국로스쿨에 진학해서도 고생을 할 것이고, 설령 미국변호사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나중에 실직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영어를 독하게 해야할 필요를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설령 미국변호사가 되지 않고 한국변호사로 지낸다 하더라도 요즘 세상에 영어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 미국로스쿨과 한국로스쿨 중 어디를 가는게 좋을지 비교하는 글을 쓰려했는데 너무 미국로스쿨쪽에 치우친 감이 있다. 이런 방향으로 점차 한국도 변해갈 것이 틀림없다. 미국로스쿨이든 한국로스쿨이든 여부를 떠나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적성, 능력, 경험있는 분야를 감안하여 선택을 하도록 권하고 싶다.
*참고로 아래의 글은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로스쿨 개혁에 대해 필자가 지난해 8월에 Korea Times에 쓴 글이다. 위에 나온 한글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로스쿨에 대해 영어로 읽고 싶은 분은 참고 하기 바란다.
08-22-2007 16:55Muddling Through Law School Reforms in Korean UniversitiesBy Lee Dong-wook
As an ethnic Korean, but U.S.-trained lawyer admitted to the New York bar, I enjoy reading about the recent developments and debates about legal reforms in Korea. Among the recent changes in the Korean judicial sector, the most revolutionary one is the passing of the bill for U.S.-style law schools on July 3, 2007 and its aftermath.
Let us look into the details of this Act first. By this newly legislated Act, U.S.-style law schools will be opened to welcome new students in March 2009. Any colleges that would like to be accredited must hire at least 20 full-time professors, and at least 20 percent of the law school faculty must be composed of those who have a minimum of five years' practical experience. Plus, the student-to-professor ratio cannot exceed 15:1. In addition, those schools must recruit new students through a Law Education Eligibility Test (LEET) modeled after the Law School Admission Test (LSAT) of the U.S.
This act, however, does not solve all the hidden problems. One of the biggest problems is the entanglement of vested interests put forth by lawyers and scholars,'' according to Professor Kim Kwang-rok of Bukyung University (``Korea Needs Real US-Style Law School,'' Korea Times Issue today, Aug. 7).
According to Kim's description, the Korea Bar Association calls for a quota of 1,200 new students each year for the law schools. This figure is slightly above the current ceiling of 1,000, the number of new lawyers admitted each year under the present judiciary exam.
But many law professors are reportedly calling for a quota of about 3,000 students each year. Professor Kim is no exception. He also said in his article that the new system should not be used to help maintain the vested interests of the lawyers' community and grant new privileges to a limited number of universities.
To support his arguments, he used the example of the United States, more specifically New York, and said that the U.S. does not set a limit on how many lawyers enter the field every year.
I agree with his main opinion that the number of lawyers should be increased dramatically so that more people will be able to have access to legal services. But I have no choice but to show strong concern about his approach taken to make his arguments sound more reasonable and plausible.
Through reading his article, most readers might have been mislead. By saying the new system should not be used to help maintain ``the vested interests of the lawyers community'' and grant new privileges to a limited number of universities, Kim clandestinely concealed his ambition to maintain ``the vested interest of the scholars' and law professors' community.''
In order to strengthen his arguments, he revealed, perhaps in thinly concealed glee, only a one-sided partial truth about the U.S. legal education system and partially twisted facts in his favor.
First, he did not say that legal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is dominated by lawyers. For example, 90 percent of Harvard Law School and Yale Law School professors have lawyers on their faculties. On the other hand, most Korean law school professors are not lawyers themselves. Only about 20-30 percent of law school faculties in Seoul National University, Korea University, and Yonsei University are lawyers.
Second, he misstated in the diagram of his article that law school graduates will be awarded specialized bachelor's degree in law. Although it is understandable that he may want to have his opinion sound plausible by using graphics, his argument was too far-fetched in saying that the law school graduates would be awarded specialized bachelor's degrees. I do personally believe he, having obtained his legal degree in the U.S., intentionally coined such terms like specialized bachelor's degree. He was very wrong on this matter: they will be awarded the Korean version of a juris doctor (JD) degree.
Most Korean law schools and their faculty members do not, or reluctantly, at least at the moment, recognize JD degree holders for faculty positions. Ironically JD is the most common degree for U.S. lawyers and law school professors. I found that about 90 percent of Harvard law school and Yale law school professors are JD degree holders.
Even among professors on law school faculties, less than 5 percent hold the JSD (Doctor of Juridical Science) degree. The JSD degree instead is unreasonably and erroneously highly regarded in Korea I found out only after returning to Korea. The single biggest difference between a JD degree and a JSD degree in the U.S. is that the latter requires writing a lengthy dissertation paper while the former not always. JD degree holders, in the U.S. at least, are not discriminated against in the legal circle. There are many cases where JD degree holders are admitted to post-doctoral programs in the US.
What is more ironic is that almost all Korean JSD degree holders got their degree under the teachings of JD degree holders in the U.S. But once they (JSD degree holders) return to Korea, they suddenly become enthusiastic about hypocritically disparaging JD degrees and JD degree holders.
The behavior of such Korean JSD degree holders is somewhat comparable _ to borrow an old Korean saying _ to spitting on their own faces and on their JD mentors. Professor Kim, a JSD degree holder himself, made similar mistakes in that sense, although not outspokenly, but in a very tactically subtle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