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흉보는 세상.
“ 어디를 가나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혼자 살 수가 없으니 또 무리를 이루고 살잖아요. 하지만 할 수 없이 모여 살아야 한다면 이왕이면 조금은 편한 사람들과 살고 싶어요. 동물들은 각자 자기들 영역을 지키며 사는데 똑똑하다고 하는 인간이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거리를 지키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가장 짐승 같아요. 솔직히 동물보다 사람들이 더 무서워져요. ”
살면서 사람 사이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복잡한 인간 지도는 없을 것이다. 무작위로 돌려보면 작은 우주에 2억 명 이상의 사람들과 얽히고 살아가고 있으니 필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오랜 신화 속 얘기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은 약한 존재임과 동시에 강한 존재다. 이러한 강함과 약함은 시, 공간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가 되어가는데 한없이 강한 존재이기도 하면서도 어느 순간은 자신의 목숨 하나 부지하기 힘들 정도의 무력한 약함에 빠지기는 카멜레온 같은 성향을 가진다.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경험하게 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두려움으로 떠는 사람도 인간이고 그렇게 두려움을 강행하는 사람도 인간이었던 것을 보면 무언가 극명한 불일치감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내면은 여러 가지의 다양성을 가진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알베르토 카뮈의 작품 < 이방인>에서 세상에서 보이는 인간의 통념적 사고는 빛을 발한다. 단지 그래야만 한다는 세상 이치가 연결될 때 무조건 수용하거나 무조건 거부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는 방식에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게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울어야 하고 슬픔에 잠겨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생각은 어머니와 어릴 적부터 교류가 없거나 기억이 없다면 감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개인의 경험보다 통념적 이념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야 한다면 인간은 미리 짜여진 베틀의 실처럼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베틀 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베틀에서 빠져나온 옷감은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생을 사는 동안에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 부조리하고 병폐답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해보았을 것이다. 똥 싼 놈이 성을 낸다고 오히려 화를 대신 내는 황당함이나, 힘으로 잘못을 타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파렴치한 인간의 속성까지 들여다보면 하수도 오물 같은 일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그렇다고 하여 누구 한 사람이 나서서 이러한 부조리를 없애지는 못한다. 세계대전 이후 인간은 고통을 경험 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모였지만 지금까지 싸움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 있다. 한 인간의 모습에서도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서 하지 말아야 하는 날에 화를 부르듯이 정치도 자신들의 옳음만 주장하느라 귀들이 막혀있다. 이제 정치판은 알고 싸우는 무지의 힘일지라도 그 안에서 휘몰이 당하는 국민은 또 세상을 부조리하고 부패하였다 할 것이다. 이제 국민도 섞은 사람들의 냄새로 인해 피해를 보지 말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인정 해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조리란 부패가 아니라 1+1=2 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조리이다. 세상살이는 이처럼 딱 떨어지지 않고 서로 여러 이유들로 얼켜있음으로 그 자체가 부조리함이고 이러한 부조리에 자신만의 이유를 주장하게 되면 어긋나고 갈등이 초래되는 것이다. 자신만이 올바르다 주장 할 때 부조리는 시작된다. 이러한 병폐는 TV를 켜면 언제나 접하는 광경으로 대중은 무의식적 피로감이 쌓인다.
재 뭍은 개가 똥 뭍은 개를 흉보는 세상이 부조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인간이 모인 장소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위해 하는 세력들과 자신의 주장이 옳다 주장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양극과 음극의 원리처럼 이해하고 이러한 극과 극의 혼선 속에서라도 중심 잡고 자신의 가치관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가치관은 고정불변의 고지식함이 아니라 열려있고 유연하며 상식적이어서 인생을 타인에게 지배받으며 힘들게 살지 않고 움츠려 햇살 없이 지하로 숨지도 않는다. 적절한 햇살과 바람과 밤하늘의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자신의 발걸음으로 자기 손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행동하고 살다 보면 원래 부조리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인간미를 상실하지 않고 가장 자기다움으로 누구나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