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
노자규 2018. 4. 22. 16:08
남편은
아들 세 살 때 병으로 떠나보내고
반쯤 열린 시간 사이로 자란 아들은
이젠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늘 서리 내린 새벽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일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는 하루를
물려줘야 했던 게
마음 틈새로 저를 힘들게 했기에
주름 깊은
하루하루 펼쳐지는 현실 벽 앞에
마냥 지켜보는 게 더 큰 애정일 수밖에
없었던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었죠
모처럼
평일을 택해 휴무인 오늘 조차도
못다 한 집안 일에
두 다리 뻗고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허둥지둥 서둘러 나간 아들의 방엔
가로로 누운 옷
똘똘 말려있는 양말
떨어진 이불과 배게 등
어수선함과 단짝이 된 지 오래인
것들과 시작 된 하루 속에서
“이놈! 방이 이게 뭐야... 휴”
엄마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거나
가벼운 챙김조차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라 늘 안쓰러운 마음만 드는 건
엄마라서 그런 걸까요
책상 위에 그대로 켜져 있는 컴퓨터엔
친구들이랑 문자를 주고받던 메일까지도
열린 채 저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전원을 끄려다
아들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싶어 들어가 보았어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그 나이 그 또래에서
늘 주고받던 얘기 중에
자기는 집에 오면 늘 혼자여서 힘들다는
글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밀린 일을 하면서도
아들의 그 말이 메아리 되어
다음 날 출근해서 까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ㅡ점심시간ㅡ
벤치에 앉아 휴식하다
그때 알아둔 아이디로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물론 엄마가 아닌
같은 또래의 친구처럼요
그렇게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제법 친해진 어느 날
"민규야!
너희 엄마는 어떤 분이셔?"
"응, 음...."
선뜻 대답을 못 하는 모습에
늘 옆에서 챙겨 주지 못한 미안함이
뭉텅뭉텅 먼저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엄만 좋은 분이셔...”
"그게 다야? “
"응...."
그 말에
맘이 주머니 속 동전들처럼
자꾸 작아만 지는 건 왜인지,,,,
짧은 대답 속에
지난날로 넘겨진 장면들이
되새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점심은 먹었어?”
“응”
“넌 공부하긴 힘들지 않아?
대학 가려면 열심히 해야 하잖아... “
“지혜야!
난 아무 대학이나 갈 거야.. “
“그런 게 어딨어.
너희 엄마 걱정하시겠다
넌 엄마가 실망해도 돼?”
“잘 모르겠어.. “”
나의 품에서 집을 짓고
터를 넓히며 살아온 아들이
이젠 엄마의 시선을 피하며
엄마의 온도를 잃어가는
모습만을 기억한 채
난 나의 엄마처럼
너의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싶어
돌아 나온 길을 잃은 듯 했습니다
늦은 하루를
읽고 가는 노을을 등지고
모처럼 시장을 봐서
일찍 집에 왔습니다
한가한 시간은 거실에 앉혀놓고
바쁘게 준비한 반찬들로
아들을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요
“덜커덕 ”
열리는 현관문 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엄마를 보기보단 식탁에 차려진
밥과 반찬들을 먼저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렇게 숨겨져 있던 아들의 마음을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눈물이 되어 전 흐르고 있었고요
“울 아들.. 어서 와 “
많이 먹어라‘“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응.. 별로야.. “
“엄만 울 아들 믿는다 파이팅!”
아버지 없이....
누나 동생 없이....
엄마와도 아침에 보고선
저녁 늦게 보는 게 전부인 아들을
볼 때마다
손톱 밑에 밴 핏물처럼 쓰라림이
이젠 저 산만큼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마음보다 늘 먼저 흘러갔고
아들도
열심히 공부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오늘은 손가락 접어도
모자란 날들을 뒤로하고
대학 입학식이 있는 날이라
허겁지겁 뛰어 오는 저를 보고는
((((( “엄마“))))
하고
다가서는 의젓한 아들의 모습에
세상을 다 얻은 듯 전 행복했습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엄마인데도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아들의 손에 들려진
장미 꽃송이 두 개
「하나는 노란 장미」
「하나는 빨간 장미」
오른손에
노란 장미를 건네주며
“엄마!
그동안 감사했어요”
왼손에
빨간 장미를 건네주며
“지혜야! 고마워... “
“너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알면서 너 엄마를 속였구나 “
“엄마 아들로 살아와서 늘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아들로
열심히 살게요
엄마…. 사랑해요 “
「늘 일만 하시는 엄마가 외롭게 보여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아들」
「늘 혼자여서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엄마」
지나가는 버스 지붕 위로
햇살 한 줌이 얹혀가듯
엄마의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엄마”
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