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진정으로 좋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게 하는 가치 연출 전문가'인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는 디자인학을 전공하여 비주얼 머천다이징이라는 생소하고도 새로운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해낸 인물이다.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분야의 리더로서 그가 세상에 들려주는 디자인의 정의는 수많은 지자체와 시장, 그리고 기업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경영 전략의 핵심'인 그의 컨설팅을 통해 운명적인 전환을 맞이한 유수有數의 기업들의 이야기와 인간의 심리, 인간 신체의 구체적 이해를 통한 마케팅 전략은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세상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에서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다.
'내 제품이 사람들의 눈에 즉시 띄고 사람들의 손에 즉각 가닿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하여 사람들이 너무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한 비용을 치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수많은 마케팅 전략에 대해 디테일한 스킬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방법들을 알아가기 전에 ‘좋아 보이는 것’의 핵심은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숨은 가치에 있다고 당부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좋아 보인다’라는 말에는 ‘눈으로 보기에 멋지다’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좋다’라는 말에는 가치적 측면이 있고, 그것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 그 핵심 가치에 따라 비주얼 전략도 달라진다.
경제 구조가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 현대사회에서는 규격화된 제품을 소비하던 사람들이 점점 더 개별화되고 자기화된 제품을 소비하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것을 찾아다니는 사회로 변화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이 되었고, 기업의 생존에 있어 응당 갖춰야 할 덕목이 되었다.
책에서는 [색상의 배열과 비율, 조화 그리고 빛의 성질과 인간의 심리를 활용한 빛의 이용, 상품 진열과 인간 신체 한계에 대한 이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는 ‘가치’의 힘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상세한 적용 사례를 곁들여 우리들에게 설명한다.
따라 한 번이라도 자신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어 깊이 고심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러한 상품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의 수익률에는 사실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열심히 일 하는 것 외에 ‘어떻게’라는 운영의 철학이 탄탄히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가치’도 함께 산다. 우리가 흔히 하곤 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판매자의 입장에서 바꾸어보면 “내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철학은 분명히 전달되어야만 한다. 전달되지 않은 철학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상품과 철학의 가치’, ‘인간 본연의 심리’, ‘인간 신체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고객과 세상에 연결시켜 선명하지 않은 자신의 철학을 많은 이들이 알아보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2. 나를 확장 시킨 책 속의 내용
p 10
핵심 가치가 비주얼 전략을 만든다
그 방법들을 알아가기 전에 먼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좋아 보이는 것’의 핵심은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숨은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좋아 보인다'라는 말에는 눈으로 보기에 멋지다 이 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좋다’라는 말에는 가치적 측면이 있다. 그러니 이것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 핵심 가치에 따라 비주얼 전략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백화점이라 해도 어떤 백화점은 화려하고 어떤 백화점은 단정하다. 어떤 백화점은 ‘비싸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팔겠다'를, 어떤 백화점은 ‘없는 게 없이 모든 물건을 다 팔겠다’를 가치로 내세운다. 서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다른 것이다.
핵심 가치에 따라 백화점의 로고, 백화점의 주요 색상, 물건의 진열 방식, 조명의 색온도, 직원들의 유니폼 디자인 등이 달라진다. 핵심 가치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만의 해답을 찾아서 나만의 방법으로 고객들을 붙잡을 수 있다.
비단 백화점 같은 거대한 곳에만 이런 가치가 필요한 게 아니다. 동네 골목길에 있는 작은 가게에도 자기만의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그것을 요구한다. 가격과 규모와 유명세에 따라 물건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p 13
본질을 느껴서 '좋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거지? "나는 이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는 거지?'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으면 어떤 비주얼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질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모든 것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잘 살펴보면 오랜 내공을 가진 집들은 다 그런 곳이다. 수십 년 된 가게와 기업들을 보면 자신의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한 곳 일수록 오래 살아남았다. 이 책에서 내가 설명하는 많은 방법들도 결국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다.
p 31
주제 색상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신뢰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면 또렷해지고 또렷한 것은 신뢰감을 준다. 한 사람이 하늘을 가리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세 명이 가리키면 무언가 그들 행동에 근거가 있어 보였듯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한 도넛 가게는 반복적으로 핑크색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매장의 모든 벽, 브랜드 로고, 유니폼 색깔까지 핑크색으로 통일했다. 분명 세련되어 보이진 않았지만, 최소한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특정 색상을 세 번 이상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색상은 의미하는 바와 전달하는 바가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브랜드와 상품의 정체성 및 가치와 연결지어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매번 하는 프레젠테이션이라도 어떤 결과를 보고하느냐에 따라 쓰는 색상을 달리해야 한다. 공격적인 사업을 해야 할 때나 보수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발표 자료에 반복적으로 어떤 색깔을 노출하느냐 따라 전달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색의 성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또 색상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색상의 조화로운 사용이다. 색상별 성질과 색상의 조화에 대해서는 2장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p 44
색상, 패턴, 소재, 심벌마크 등 이미지의 힘을 활용하면 프랜차이즈 점포나 대형 쇼핑몰,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기 존재를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다. 간혹 메뉴판 같은 데에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음식을 만드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것들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메뉴의 좋은 점을 아무리 구구절절 적어둔들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첫 단계는 이미지다. 그리고 모양이 멋진가, 색상이 멋진가가 아니라 핵심 콘셉트와 연결되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이 우연을 만드는 시각의 힘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없다.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짧게 기억됐다가 곧 휘발되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워두었던 기억도 어떤 이미지를 보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언제든 살아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p 49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야 한다
주제 색상을 세 번 이상 반복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무슨 색을 주제 색상으로 해야 할까? 붉은색이 강렬하니 매장을 온통 붉은색으로 만드는 게 좋을까? 사업 분야별로 잘 어울리는 주제 색상이 따로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주제 색상을 정했다면 그 비율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상품을 만드는 곳이나 어떤 물건을 파는 곳이냐에 따라 잘 어울리는 색상이 분명 다르다. 하지만 색상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주제 색상을 적당히, 그리고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더 좋은 색이라는 것은 없다. 같은 색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더 촌스럽게 혹은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색 하나로 더 맛없어 보이기도 하고 더 맛있어 보이기 도 한다. 그렇다면 그 '적절한 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단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색상을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말은 다른 것과 어울리게, 색상을 사용하라는 뜻이다. 주제 색상이라고 해서 모든 것에 그 색을 쓸 수는 없으므로 당연히 다른 색깔도 함께 쓰게 되는데, 이때 서로 어울리게 색상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p 85
이 책에서 소개한 색상의 이미지와 조합 등은 일반적인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다. 다양한 조건 변화에 따라 미묘한 개성들이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조합은 내 상품 내 기업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색상은 글보다 빨리 전달되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색상을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로 오해하기 쉽지만, 색상의 힘은 그보다 훨씬 더 세며 색상들이 각각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색상을 쓴다면 의도했던 이미지를 더 잘 연출할 수 있다. 그러니 고정관념이나 두려움 따위는 벗어던지고, 색상을 과감하게 섞고 조합해 자신에게 꼭 맞는 색상을 찾아보라. 그리고 이때 70:25:5의 배색 법칙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p 89
시각이 없으면 맛도 못 느낀다
“이거 정말 맛있어 보여.”, “이건 맛없어 보인다.”
우리가 음식 앞에서 흔히 보이곤 하는 반응들이다. 우리는 실제로 경험해보기도 전에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 맛을 먼저 평가한다. 낯선 음식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새로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면, 이미 뇌에 저장되어 있던 어떤 인상이나 이미지가 그 음식에 대한 평가를 미리 해버린다.
음식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이라도, 그것을 처음 접할 때 우리는 우선 시각으로 그 존재를 지각한다. 이때 과거의 기억과 비교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형성하여 물건을 지각하는데, 이 과정 속에서 그 물건에 대한 특정한 감정을 품게 된다. 실제로 경험도 하기 전에 보는 것만으로 감정이 먼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한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인상과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시각에 달려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해리 맥거크Harry McGurk와 존 맥도널드John Mac-Donald는 시각이 청각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 A에게 ‘나, 나, 나,’라고 발음하게 하고 그 모습을 비디오로 찍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원래 음성을 지우고 '우, 우 우’라는 음성을 대신 넣었다. 즉 시각적으로는 ‘나, 나 나’인 영상에 ‘우, 우, 우’라는 음성을 덧씌운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슨 소리로 들리느냐고 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입 모양은 '나’인데 소리는'우‘로 들렸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위’로 들린다고 대답하는 사람보다 '나'로 들린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또 ‘다 다 다’, ‘바 바 바’ 등이 들린다고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영상 속에서 ‘나'라고 발음하는 입술의 움직임에 속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가 동시에 들어오면 시각정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맥거크 효과McGurk effect'라고 일컫는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해 듣는 소리가 달라질 정도로 우리는 시각을 통해 많은 것을 판단한다.
청각 외에 다른 감각은 어떨까? 이를테면 미각 같은 것.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은 뒤 실제로는 양파를 주면서 사과라고 해보자. 그러고는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보통 단맛이 난다고 답한다. 사실은 아무 맛도 못 느끼면서 말이다 코를 막으면 단맛이든 매운맛이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러니 시각과 후각을 차단하고 식사를 하면 무엇을 먹고 있는지 거의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달다고 답하는 것은 과거 기억 속에 저장된 사과 맛을 떠올린 것에 불과하다. 눈을 가리고 코도 막은 뒤 오렌지주스와 사과주스를 번갈아 마시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또 코는 둔 채 눈만 가리고 맛을 보더라도 그 맛을 느끼는 정도는 훨씬 더 떨어진다.
이렇듯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수용 기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인간은 절대적으로 시각에 의존해 사물을 판단한다. 대상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각각의 감각기관이 활동하는 비율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80% 이상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미각이 지배적일 거라 생각되는 음식마저 맛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눈으로 먼저 받아들임으로써 식욕이 자극된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 음식을 내놓을 때도 그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의 접시를 준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비단 음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공간을 설계하고 꾸밀 때에도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럼 시각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인지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미지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는 색상이다. 앞에서는 주제 색상을 잘 활용한 사례들과 색상을 조화롭게 배열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비율, 몇몇 대표 색상의 기본성질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보자마자 좋다고 느끼도록 색상을 배열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p 104
컬러 마케팅이란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1920년 파커Parker 사의 빨간색 만년필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의 빨간색, 티파니의 티파니 블루색, 파리바게뜨의 파란색 모두 성공적인 컬러 마케팅 사례다. 컬러 마케팅은 그 색깔과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색상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 뿐만 아니라, 티파니 블루처럼 특정 색상에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기까지 한다.
이처럼 색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신호다. 이 신호는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여 인간 심리에 고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를 ‘컬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컬러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면 상품의 구매력이 상승한다.
그러면 컬러에도 유행이 있을까? 분명한 건 똑같은 색이라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갖는 호감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최근 유행하는 상품 빅히트를 친 상품의 색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니버터칩이 대유행했을 때를 보자 그 전만 해도 감자칩은 짭짤한 맛의 과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그 통념을 깬 달달한 감자칩이 출시되었다. 그리고 그 감자칩의 포장지 색깔은 '벌꿀'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노란색 포장지만 봐도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때 식품업을 하고 있었다면 노란색을 활용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이었을 것이다.
잘 팔리고 있는 상품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상품의 색상들을 잘 관찰하면 색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예전보다 짙은 갈색의 빵을 더 선호하고, 자연스러운 베이지색 계통의 먹거리를 많이 찾는다고 하자. 이때 새롭게 카페를 낼 경우 실내 장식에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선택하면 사람들의 호감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산업 전반이 갈수록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지금, 상품의 품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아지면서 상품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색채가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와 메시지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제안하거나 사례로 제시한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보자. 작은 변화만으로 많은 것들을 좋아 보이게 만들 수 있다.
p 124
똑같은 물건도 빛 온도에 따라 좋아 보이거나 나빠 보인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빛을 통해서 보다 똑같은 물건도 어떤 빛 아래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며, 심지어 완전히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빛에도 온도가 있기 때문인데, 이를 색온도color temperature 혹은 빛 온도라고 한다.
조명이 노랗거나 하얗게 보이는 것이 바로 이 색온도 때문이다. 색온도가 낮으면 노랗거나 붉은색을 띄고, 색온도가 높으면 희고 푸른 색을 띈다.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이 너무 파랗거나 하얗게 나오지 않도록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도 색온도를 맞추는 작업이다.
밤거리를 걷다 주택의 화장실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백열전구의 붉은빛을 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을, 골목에 켜져 있는 가로등을 보면 푸른 기운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빛은 색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광색이라 부른다. 그리고 색온도는 광색을 구별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색온도를 나타날 때는 'KKelvin, 켈빈’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우리가 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사실 우리는 해가 뜨고부터 질 때까지 켈빈이라는 녀석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가 접하는 빛은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왜냐하면 해가 떠 있는 위치에 따라 색온도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 트는 시점의 색온도는 약 2200K로 촛불의 색온도와 비슷하다. 해가 뜨고 40분이 지나면 3000K 정도가 되는데, 이때의 노란빛이 도는 색온도가 우리를 깨워 일터와 학교로 가게끔 만든다. 해가 뜨고 두 시간이 지나면 색온도는 약 4000K쯤으로 백색과 온백색 형광등, 할로겐램프의 색온도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그러다 정오가 되면 5800K, 오후에는 7000K 이상이 된다. 물론 날씨에 따라 색온도는 달라진다. 오후의 하늘에 구름이 끼었다면 7000K, 맑다면 8000K 정도가 된다. 유난히 맑은 날에는 1만K 이상으로 오른다.
그리고 자연광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색온도를 가진 인공조명을 통해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의 색온도는 보통 2500-3000K 정도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너무 하얗고 푸른 빛은 적절하지 않다.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손님들을 위해 스탠드를 따로 두거나 그 부분에만 밝은 조명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랑블루처럼 드라마틱한 공간 연출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빛의 색온도를 과감하게 2000K쯤으로 내려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좋아 보이게’ 하려면 어떤 빛 아래에 두어야 할까?
P 138
빛의 색온도는 인간의 감정뿐만 아니라 생체리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4년 국민대학교 도영락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생체리듬의 교란을 최소화하는 발광다이오드 광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색온도를 자연광의 흐름에 맞게 조절하면 어긋나 있던 생체리듬을 바로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우울증, 월요병 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요병을 이길 수 있다는 기상 조명, 역시 인간의 생체리듬을 고려해 개발된 제품이다. 매일 아침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면 불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기상 조명은 그런 알람 소리 대신 특정 시간에 가장 적합한 빛의 색온도를 적용해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맑은 날 자연 채광을 그대로 재현한 '에너지 업Up 조명'은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오래 생활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체리듬을 조절해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잠들기 한두 시간 전 검붉은 조명 아래에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이처럼 빛의 색온도가 인간의 감정과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면, 판매 공간뿐만 아니라 집 안의 조명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예를 들어 푸른빛이 도는 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식사를 하면 심리적, 생리적으로 불안해진다. 자율신경계를 둔화시켜 공복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고 소화도 부진하게 한다. 반대로 주황색 빛은 인간의 자율신경계를 자극하고 공복감을 환기시켜 소화 작용을 돕는다. 많은 베이커리 매장이 노란빛이 도는 색온도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간마다 적합한 빛의 색온도는 얼마일까? 몇몇 주요한 곳들을 짚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사의 말에 집중해야 하는 강의실은 색온도를 보통 5000-6000K 정도로 설정한다. 사람을 긴장시키고 딱딱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긴장이 풀리는 3000K의 빛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강사의 말에 좀처럼 집중하기 힘들다. 실제로 어느 기업 강연을 갔을 때 강연 장소가 예식장 홀이었는데, 그곳의 색온도가 3000-3500K여서 애먹은 경험이 있다. 강연이 이어지는 두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강연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힘들었다.
이처럼 한 공간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색온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어떨 때는 예식장으로, 어떨 때는 강연장으로 쓰이는 호텔의 홀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간의 조명은 강의 중에는 5000K 정도로 밝게, 예식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는 3000K 정도로 부드럽게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p 165
·적절한 빛을 써야 가치가 오른다
주거공간 및 상업공간에 적합한 조도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해왔지만, 조도가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눈의 상태, 안구의 색깔,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빛에 대한 취향이 다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밝은 것을 좋아해서, 국가 차원에서 내놓은 조도 기준도 유럽이나 미국의 기준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주거공간 및 상업공간에 권장되는 평균적인 조도는 분명 존재한다. 조도는 건강, 수면, 생체리듬,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적당한 밝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낮에는 자연광에서 받을 수 있는 밝은 빛을 쬐고, 밤에는 서서히 밝기를 낮춰 은은한 빛 아래 있어야 자연스럽게 수면에 들어간다. 그래서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도시의 불빛 때문에 현대인들이 불면증과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집에서는 밝기를 어느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을까? 일단 거실부터 보면, 거실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휴식을 취해야 한다면 150-200lx, 책을 읽으려면 400lx 정도가 좋다. 거실 한편에서 재봉틀이나 수공예 같은 세밀한 손작업을 할 때는 700-1000|x가 알맞다.
서재나 공부방에서 근거리 작업을 할 때는 방 전체 조명을 밝게 하고 스탠드 같은 보조 조명을 쓰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곳에서 집중이 잘된다는 생각에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컴퓨터 모니터나 스탠드만 밝게 켜는 경우가 있는데, 눈이 응시하는 화면과 주위 환경의 대비가 심하면 눈이 금방 피로해진다. 또 주위가 어두우면 신체는 밤이라고 판단해 멜라토닌을 분비하고 졸음이 오게 하므로, 졸음을 예방해야 하는 장소는 500lx쯤으로 밝게 해두는 것이 좋다.
침실의 취침등은 70lx가 적절하다. 만약 침실에서 독서를 즐긴다면 밝은 빛의 스탠드를 부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잠을 잘 때는 암막커튼을 쳐서 모든 인공조명을 차단하는 게 효과적이다. 현대인들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인공 빛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빛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p 189
·조명 아래 추억이 모인다
76cm 효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조명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명 아래로 몸을 기울인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음식을 먹게 된다. 더 큰 친밀감을 느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오고간 많은 이야기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매우 행복 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76cm 높이의 조명이 손님들에게 추억까지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추억은 다시 가게를 찾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EBS 〈다큐 프라임> '맛이란 무엇인가-2부 맛의 기억' 편에는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융 헤네Jung Henin의 애니메이션 영화 <피부색깔=꿀색>의 한 장면이 나온다. 쌀밥에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으며 매운맛에 집착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인데, 이는 다섯 살 때 한국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그가 한국어는 잊어버렸지만 한국 음식의 매운맛은 결코 잊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융 헤넨 감독에게 한국에서의 추억은 매운맛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박찬일 셰프 역시 자신이 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음식 에세이를 통해 맛이 추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맛의 기억' 편에서 그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냉면집으로 시청자를 안내하는데, 한입 가득 냉면을 밀어 넣고 훌훌 넘길 때의 시원한 목 넘김이 박 셰프가 기억하는 맛의 추억이다.
맛은 오감 중 미각의 영역인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후각, 시각, 촉각, 청각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그중 가장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건 단연 후각이다. 매운 음식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지 않던가? 그리고 음식의 향은 특정 상황과 함께 머릿속에 기억된다. 어릴 시절 한 장면에서 저장되었던 맛과 향의 정보는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러니 맛을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향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76cm 높이의 조명은 사람들을 음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어 음식의 향까지 진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향부터 맡으니 음식 맛도 2배 더 좋아진다. 그리고 그 향은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상황을 더욱 단단하게 붙들어두어 훗날 그날을 더 잘 추억하게 해준다.
이제 식당은 그저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맛으로 저장되는 추억을 파는 곳이 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빨리 먹고 빨리 빠져나온 경험이 소중한 추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음식의 맛이 기본이지만, 그것만큼이나 음식 먹는 시간을 행복하게끔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음식 가까이에 조명을 다는 것이다. 낮게 달린 조명이 손님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식당을 기억하도록 해줄 것이다. 음식만이 아니다. 조명은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값비싸고 화려한 조명만이 제 역할을 해낸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중요한 건 업종이나 상품에 맞는 스타일의 조명을 선택해 적절한 높이와 각도로 빛을 연출하는 것이다. 조명의 디자인까지 고려하면 좋겠지만 상품의 장점과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니 너무 화려한 디자인의 조명이 상품에 집중되어야 할 시선을 빼앗게 해서는 안 된다.
조명 연출만으로 평범한 공간을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젊음과 활기를 되찾게도 할 수 있고, 추억을 선사할 수도 있다. 내가 만들고 파는 물건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것임을 고객들이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도록 빛을 쓰자. 조명은 단순히 공간을 밝혀주는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비밀병기다.
p 219
비워야 잘 보인다
분명한 주제 색상, 적절한 빛, 계속 걷고 싶은 동선까지 제대로 맞춰놓았는데 그럼에도 좀처럼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문제는 과다한 상품진열과 광고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의 빈틈도 없이 꽉꽉 채워 보여주면 사람들은 오히려 외면한다.
크게 이룬 것은 어딘가 모자라는 듯하나 그의 쓰임은 고갈되지 않는다.
가득 차 있는 것은 어딘가 비어 있는 것 같으나 그의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비움의 철학이다. 노자는 모자라 보이고 텅 비어 보이는 것이 완전하고 충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채우기에 급급한 삶을 버리고 비울 줄 아는 삶을 살 때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움의 철학을 거창하게 우리의 인생에만 적용시킬 필요는 없다. 기업 운영, 제품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 등에도 비움의 철학은 굉장한 도움이 된다. 정말 좋아 보이는 것들은 꽉 차 있지 않다. 약간 비어 있는 듯 자연스럽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조선백자는 뉴욕 도자기 경매 사상 최고가인 99억을 기록할 정도로 그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온갖 상품과 광고로 요란하게 채우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스마트 폰 매장이다.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대리점이든 제조사에서 운영하는 플래그 숍이든 매장 안팎이 정신없는 건 매한가지다. 스마트폰은 다닥다닥 붙어 진열되어 있고, 그 옆에는 제품보다 훨씬 더 큰 광고 판촉물이 자신이 주인인 양 버티고 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POP와 광고 판촉물들 사이에서 정작 돋보여야 할 스마트 폰은 소외된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 폰의 다양한 기능을 빽빽하게 적은 판촉물들은 돋보기 없이는 읽기 힘든 보험약관처럼 지루하고 딱딱하다. 이렇게 요란하게 떠들고 있는 이유가 제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최진석 교수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는 "하고 싶은 말을 안 할수 있는 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저자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힘든 일이기에, 덕이 있어야만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멋진 제품이 새로 나왔는데,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자기가 파는 물건이 얼마나 좋은지를 빨리 알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제품을 소외시킬 정도로 요란한 광고 판촉물은 판매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p 257
매장에 철학이 왜 필요할까?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보통 마음에 저마다의 철학을 하나씩 품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신경 써야 할 다른 요소가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처음 생각했던 철학은 조금씩 정체성을 잃어간다. 교보문고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책을 진열해야 한다, 혹은 수익률을 더 높여야 한다" 등의 목표가 원래 지녔던 철학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다른 수많은 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의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주인일수록 철학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런 건 몰라도 된다며 시큰둥하게 답한다. "20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 “중요한 건 열심히 하는 거다.” 물론 그들은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이들이다.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12시간, 많게는 16시간씩 일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일해도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가치'도 함께 산다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판매자의 입장에서 바꾸어보면 “내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그 철학은 분명히 전달되어야 한다. 전달되지 않은 철학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빵집 사장은 새벽 4시부터 가게에 나와 재료를 챙기고 빵을 만들었다. 그는 매일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며 최고급 식 재료로 정성껏 빵을 만들지만 고객들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매장 곳곳에 '정성'과 우수한 식자재라는 문구가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쓰여 있으나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그 대신 눈에 잘 보이는 건 여기저기 깨진 매대, 너덜너덜해진 가격표, 더러워진 앞치마 등이었다. ‘가장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빵'이라는 철학을 담은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혼자만 알고 있는 철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객의 눈에 그 철학이 훤히 다 보여야 한다. 핀란드의 안톤 앤 안톤Anton & Anton이라는 유기농 슈퍼마켓은 '엄마가 가족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매장의 콘셉트이자 철학이다.
p 260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밥 먹여준다
좋아 보이는 것들에서 중요한 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을 쏟는 일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 중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중한 가치를 담아내려 하는 곳이 많다. 고객들 역시 결국 그런 기업들의 가치를 알아본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들 수 있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라는 카피의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 자사의 제품을 사지 말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모두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비싼 광고 모델을 써가며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가? 단순히 호기심을 끌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아니였을까? 이 광고가 담고 있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파타고니아의 메시지는 신제품을 사기보다는 기존 제품을 고쳐 입고 더 오래 입으라는 것이었다. 파타고니아의 옷은 소재의 40%가 재활용으로 만들어지며 내구성 또한 10년 이상 입을 정도로 강하지만 아무리 친환경 적으로 만들어도 최소한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천이 버려지므로 가능하면 입던 옷을 고쳐 입으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눈치챘겠지만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은 한마디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시키지 않으며, 사업을 통하여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한다.”가 파타고니아의 사명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매장 인테리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새 매장을 오픈할 때면 환경을 생각해 불필요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집기 등을 최대한 재활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기 다른 콘셉트의 매장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원래 화장품 매장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대구 동성로 지점에는 화장품 매장에서 쓰이던 집기 등이 그대로 사용됐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매장이 철거와 오픈을 반복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 폐기물이 나오는가? 파타고니아는 이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매장을 만들었고, 그 결과 전국에 똑같은 매장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똑같은 매장이 하나도 없는데도 브랜드의 철학은 그 어느 곳보다 확실히 녹아 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이 밥이라도 먹여주나? 그렇다. 밥 먹여준다. 파타고니아는 2013년 미국 아웃도어 의류시장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이왕 살 거면 환경 파괴가 가장 적은 옷을 입겠다며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구입했다.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파타고니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을 많은 이들이 알아보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동참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