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노후를 원한다면 / 최미숙
대통령 선거가 석달 남았다. 출마한 두 후보가 살아왔던 경력을 보면 마음에 안드는 게 한둘이 아닌데 그래도 한 사람은 선택해야만 한다. 이번에도 후보의 정책은 보지 않고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경상도에서는 국민의 힘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지역주의 벽이 깨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결정을 했으면 한다.
“국민 여러분! 저는 학교 선생으로 40년을 살았습니다. 평생을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하는 꼬라지를 보니 도저히 그들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되겠기에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합니다. 정치 8,9단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국민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도록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후보 옆에 서려고 자리싸움하고 있는 모습이 볼썽사납습니다.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자존심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사리사욕으로 가득 찬 사람만 보입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선생을 하던 제가 감히 나서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경제, 의료, 돌봄, 환경, 외교, 안보, 복지, 일자리, 집값, 저출산, 노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노인 복지 제도만큼은 제대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가 됩니다. 그만큼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은퇴 후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다시 일터로 향하는 노인의 비율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올라섰습니다. 반갑지만은 않은 기록입니다. 한국 노인이 유난히 건강해서, 일 욕심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40% 이상이 벌이가 평균(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은퇴하고도 일터에 다시 나가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현실입니다. 연금 같은 노후 자금이 부족하고 사회 안전망이 빈약한 탓입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자가 거주 비율이 높은 고령층이 많아 이를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 같은 자산 유동화 금융 지원을 활성화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노인에게 자식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초 노령 연금을 월 100만 원씩 지급하겠습니다. 또 치매나 중풍, 그 외 병으로 거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을 간호하는 인력을 늘리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운영하는 노인전문요양병원을 각 시와 군에 1개씩 세우겠습니다.”
“제 어머니도 병 중에 있습니다. 자식들이 직장에 다니고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서 간병할 수 없어 요양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기가 심해 폐렴이 되었는데도 의사가 제때 손을 쓰지 않아 큰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폐 한쪽이 망가졌습니다. 요양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만 제때 받았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후로는 집에서 24시간 개인 간병인을 쓰고 있습니다. 한 달에 들어가는 간병비만 250만 원이 넘습니다. 거기에 생활비며 그 밖에 들어가는 돈이 대한민국 월급쟁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부모가 모아 둔 돈이 있든지, 자식이 여럿이든지 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자식도 생활해야 하고, 한두 명의 자녀만 있는 가정은 그것을 이겨 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식이 돈 문제로 힘들게 되면 부모를 돌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노인성 질환이나 희귀병 진단을 받은 환자나 가족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득 수준에 따라 간병비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간병인이 필요 없는 ‘포괄 간호 서비스’ 병원을 대폭 늘려 환자 가족이 고통받지 않도록 의료 복지에도 힘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대통령 출마 선언문은 소박합니다. 그래도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여러분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대나무 등긁이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저의 진심을 믿고 뽑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중에 큰 곤욕과 고생을 하는 것은 말만 앞세우는 정부 핵심 인사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입니다.”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