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인 영화와
동적인 영화
<아바타 2>
김광한
젊은 시절에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60년대의 이야기이다.서울 용산이 고향인 나는 마포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공덕동 굴다리 앞에 경보극장이 있었다.오래된 3류 극장인데 여기서 웬만한, 지금도 잘 알려지고있는 이름난 영화들을 많이 보았다.훈육 선생님들이 극장 근처 골목에 몫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극장 입장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다.필름이 낡아서 가끔 먹통이 되기도 하고 화면에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흔했다.이 때는 총천연색 영화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많은 영화들이 흑백으로 상영되기도 했다.여기서 오래된 명작 스탕달의 <적과 흑>이란 영화를 보았다.쥴리앙 소렐이란 주인공을 프랑스 배우 <제럴드 필립>이 연기 했는데 그가 연기한 심리묘사가 지금도 머리속에 남아있다.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마리아 셀 그리고 방탕한 남편으로 나오는 크리스찬 말칸, 서부영화의 주역배우들 카크 다글러스와 버트란 카스터,존 웨인 등등 이들 모두는 지금 세상에 없다.
안정효가 쓴 <허리웃 키드의 생애>가 바로 이곳 경보극장을 상대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영화산업이 훨씬 발전해 그 묘사도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에 주안점을 둔 것같다. 옛날의 정적이고 생각케하는 줄거리와 화면은 요즘 동적인 시대에 맞지 않아선지 그런 영화가 거의 없다.얼마전에 용산극장에서 <아바타 2>를보았는데 그 엄청난 스케일과 구성에 놀랐다.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라선지 엉덩이에 꼬랑지를 달고 나오는 이상하게 생긴 주인공들이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분투가 중심인 이야기였는데 도대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줄거리가 무엇인지 기억에서 사라졌다.너무 길어서 눈을 붙이려면 별안간 쿵쾅거려서 잠도 못잤다.제작비가 덜들고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같다.그런 영화가 그립다.늙었나?
첫댓글 세월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통해
많이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