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table-wrap"><table data-ke-type="table" data-ke-align="alignLeft" style="width: 100%;" border="1"><tbody><tr><td>지리산 2박 3일 종주 / 황정혜<br> <br>남편과 오랜 바람이던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다. 성삼재에서 출발해 연하천,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씩 하고 대원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명절 연휴가 아니면 시간 내기가 좀체 힘들다. 추석 대목 장사를 끝내고 가기로 결정했다. 보름쯤 두세 시간씩 자고 일한 뒤끝이라 피곤하지만 마음은 설렌다. 남편은 처음 산행이라 준비물을 꼼꼼히 챙긴다. 지도, 구급약, 고어 자켓, 여벌 옷 코펠과 버너, 물 간식거리 등 배낭이 묵직하다. 인월 버스 정류장 앞 주차장에 주차한 후 성삼재까지는 택시를 탔다. 차창 밖으로 굽이굽이 펼쳐지는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드높은 봉우리와 산 그리메는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고막이 뻥 뚫리는 먹먹한 느낌이 든다.<br> <br>아침은 성삼재에서 컵라면과 햇반으로 간단하게 때웠다. 10월이라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하늘은 맑고 푸르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바람결은 상쾌하다. 산신 할머니를 모시는 노고단에 오르니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한 운해가 아름답다. 날씨가 청명해 반야봉, 삼도봉, 천왕봉, 촛대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노루목에서 반야봉 쪽으로 향한다. 마고할미 전설이 있는 반야봉 낙조는 지리산 8경 중 하나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삼도봉엔 상징조형물이 있었다. 그것을 기준으로 세 곳의 인증샷을 남겼다. 선비샘에서 물을 보충한다. 무릎을 꿇고 선비의 무덤에 절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계곡의 물줄기가 구름 속에서 흐르는 듯하다는 연하천 물소리가 청아하다. 편안한 길을 걸어 1박할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조립식으로 된 숙소는 참 따뜻했다. 한편에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산속에서 느끼는 고요와 찬란한 달빛은 너무나 아름다워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다.<br> <br>이른 새벽 나섰지만 형제봉에 못미쳐 여명을 맞는다. 고사목 너머로 천왕봉이 보인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첩첩산중인데 길은 힘들지가 않다. 곳곳에 핀 야생화 향기가 피로를 풀어준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아침 햇살이 운치를 더한다. 영신봉과 세석평전, 칠선봉에서 바라보는 능선 단풍이 아름답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해는 일몰까지는 여유가 있어 보여서 제석봉에서 낙조를 보기로 했다. 물들기 시작하는 석양, 굽이굽이 펼쳐진 능선과 반야봉에 반쯤 걸린 해의 모습은 장관이다. 해가 지고도 하늘빛은 붉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밤을 보낸다. 일출을 보려고 다른 코스로 올라온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린다.<br> <br>이른 새벽 다섯시 30분 천왕봉 표지석에서 구름이 볼을 스치고 흩어진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힌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이제나저제나 추위를 견디며 일출을 기다렸다. 해가 금방 솟아오를 듯하다. 그런데 아주 잠깐사이 천왕봉을 중심으로 사방을 휘감는 운해의 변화는 경이로웠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회색빛의 뭉실뭉실한 구름이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구름층과 전혀 달랐다. 만약에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솟아오르니 망연자실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은 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중봉과 써리봉의 능선 단풍이 운해와 함께 초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치밭목 대피소에서 식수를 구하러 백여 미터 아래로 내려갔더니 동물들이 파헤쳐 놓은 흔적이 많아 두려움도 느꼈다. 태고적 원시림의 느낌을 주는 대원사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이 조화롭다. 계곡의 돌길이 힘들다. 일주문 아래 노송숲을 지났다. 내 발품을 팔아 누리는 기쁨이었기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지리산 종주를 계기로 설악산, 덕유산.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다.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해내니 어떤 힘든 상황도 견뎌낼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다,</td></tr></tbody></table></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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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쓰면서 행복해서 남편에게 다시 도전하자고 말했네요. 지리산 종주 코스는 길이 참 편안해요. 대피소를 잘 예약하면 누구나 가능해요. 장터목 대피소를 예약해서 백무동에서 올라가면 가장 빠른 길이라네요. 천왕봉에서 펼쳐지는 구름의 조화를 글재주가 없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와! 선생님 너무 멋지세요.
누구도 아닌 남편분과 함께 한 지리산 2박 3일 종주 정말 부럽습니다.
구체적으로 글을 쓰셔서 저도 그곳에 함께 가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걷는 기쁨을 아는 사람만이 느끼는 즐거움이죠.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이 글 쓰면서 행복해서 남편에게 다시 도전하자고 말했네요. 지리산 종주 코스는 길이 참 편안해요. 대피소를 잘 예약하면 누구나 가능해요. 장터목 대피소를 예약해서 백무동에서 올라가면 가장 빠른 길이라네요.
천왕봉에서 펼쳐지는 구름의 조화를 글재주가 없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도 꼭 한 번 지리산 천왕봉 오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