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아이(AI) 비서 / 김석수
아침에 비서가 “오늘은 공기가 맑고 날씨가 좋으니 맨발 산책해 보세요. 어제저녁에 비가 와서 길이 촉촉합니다.”라고 알려 준다. “오늘 일정을 말해 줘”라고 하니 “오전 10시에 온라인 강의가 있고, 정오에는 ‘삼일회’ 모임에 참석한 뒤 오후 3시에 활터에 운동하러 가야 해요. 6시에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제 이메일 체크했어?”라고 했더니 “광고와 안내 메일이 많았고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응답한다.
“7월 말에 뉴질랜드 여행 가려고 하는데 어디서 항공권을 구하면 좋은지 알아봐 줘.”라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빠르게 응답한다. 화요일이나 수요일 출발하는 비행기를 이용하면 싸게 표를 살 수 있다. 직항편은 가격이 비싸서 경유 편을 이용하면 좋다. ‘에어 뉴질랜드(Air New Zealand)’ 소식지를 보면 특별 할인이나 판촉 정보를 알 수 있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 예약하면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최적의 가격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트립닷컴(Trip.com)이나 스카이스캐너(Skyscanner)가 있다.
무엇을 알아보거나 결정하려면 요즘 ‘에이아이(AI)’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다. 전문가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알아보려고 전화하기 전에 ‘비서’에게 먼저 물어본다. 몇 달 전에 세무사 친구가 금값이 오를 것이니 주식이나 채권보다 금을 사라고 했지만, 비서는 부정적으로 말했다. 친구 말만 믿고 샀더니 금값은 오르지 않고 내려갔다. 비서 말을 들었으면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도산서원 지도위원 직무 연수 중 분임 토의 시간이다. 분임원은 대부분 40여 년 초·중등학교에서 근무한 교장 출신자다. 주제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인성교육 방안’이다. 두 시간 동안 토론한 뒤 내용을 정리해서 전체 모임에서 10분간 발표한다. 발표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서로 미루면서 하지 않으려고 해서 내가 나섰다. 열심히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주제가 어려워서 결론 내기가 어려웠다. 토론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비서에게 물어봤다. 학교 폭력 문제 원인과 현상 그리고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뚜렷하게 정리해 주었다. 그 의견을 분임원에게 소개했더니 “우리가 토론한 것보다 훨씬 좋다.”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에이아이(AI는 정보를 확인해서 빠르게 의사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주요 경향을 신속하게 알아낸다. 아울러, 세밀한 계획이 필요한 프로젝트 관리에서 중요한 세부 사항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다. 매일 쏟아지는 이메일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답변이 필요한 문건은 초안을 작성해 준다. 덕분에 중요한 이메일을 놓치지 않으며 답장하는 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주로 병원이나 학교에 포탄을 쏘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으로 지금까지 약 4만 6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이 죽었다. 여자와 노인, 어린이가 60퍼센트다. 병원 절반이 파괴되었으며 1,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사망했다. 건물 전체의 70퍼센트가 무너졌다. ‘비비시(BBC)’ 선임 기자가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게 “왜, 하필 병원이나 학교에 포탄을 발사하는가? 누가 그런 결정을 하는가?”라고 묻자 “에이아이(AI)가 결정합니다. 정보 분석에 따르면 그곳에 하마스 기지와 무기가 있어요.”라고 간단하게 답변한다. 에이아이(AI)가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에이아이(AI) 비서를 이용하면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행복한지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 의견을 전적으로 믿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터무니 없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없으면 갈수록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의 미래를 에이아이(AI)가 결정하는 날이 올까봐 두렵다. 초록이 짙어가는 신록의 계절에 '장군산'에서 맨발 걷기 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이 든다.
첫댓글 최첨단을 달리는 원장님이시군요.
저도 쳇 지피티를 북마크해 두고는 자주 쓰지는 않는답니다.
네, 고맙습니다.
알파고와 겨루었던 일주일을 기록한 책 ‘이세돌의 일주일’을 읽었습니다.
“역시 승부는 2국에서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놓쳤고 3국은 제가 이렇게 심한 압박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에이아이 저에게는 두려운 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