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결혼 기념일이다. 1981년이니 37주년 결혼기념이인 것이다. 또 1988년 11.14일 교감 승진
임명장을 받는 날이다. 38세라는 아주 젊은 날에 승진했다. 최연소 교감이라는 딱지가 붙어다녔다. 의미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강릉의 하슬라 월드 아트로 출발이다.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이라 이름을 붙인 둘만의 모임은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곳곳을 찾아 나선다.
결혼 기념일이 아니라도 떠남을 늘 생활화한 우리들이기에 이 날은 먼 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내일 약속이 있어 하루코스로는 좀 벅차지만 밤 늦게
돌아 오면 되는 것이다.
37년의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살다보면 여러 난관이 있기마련이지만 이를 슬기롭게 넘기고
그토록 정성을 다했던 교육자로서의 한 삶을 마감하고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하면서 행복을 그려가고 있다.
내 생애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지금이랄까? 그 여유로움과 풍요를 안고 출발이다. 강릉은 누가 뭐라해도 초당 두부다. 여행에서 중요한 덕목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그 지역의 특산음식을 먹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유명한 차현희 초당두부집으로 향한다. 늘 만원이다.
평일인데도 자리가 꽉 차있다.
1981.11.14일 대전 대흥동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드리며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외삼촌
정용택 신부와 5촌 송갑의 신부 두분의 주례로 시작한 결혼미사는 설레고 벅차고 행복했다. 서산에서 만나 아내는 바로 논산 대건 중.중고등학교로
가서 한 4년여의 굴곡 많은 사랑을 통하여 이루어진 결혼이다. 결혼 후 아내는 대철중학교로 자리를 옮겨 국어교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퇴임했다.
틈만나면 그림을 취미삼아 심취한 것이 초대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소묘에 심취해 있다.
나는 늘 책을 읽는 것을 생활화 하면서 글을 썼고, 각종 문학회 활동을 하다 등단을 했고 초등학교부터 취미로 서예를 하며 습작의 연륜이 보태져서
안견미술대전 우수상과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문학과 서예와 그림이라는 조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부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슬라 아트월드도 최영옥. 박신정 부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최영옥은 강릉원주대학 미술학과 교수이며 최영옥은 이화여자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나오고 현재 하슬라아트월드 대표 및 관장을 맡고 있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며 '해와 밝음'의 듯을 가지고 있는
순수 우리말이며 고구려. 신라시대부터 불리던 강릉의 옛 이름이다. 바다가 활짝 열리는 곳에 10만여평에 조성된 하슬라 아트월드는 보는이로 하여금
눈과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는 점에서 압권이다.
2003년 오픈하여 2004년에 야외 미술관을 등록하고 2010년 현대미술관
오픈, 2011년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미술박물관 오픈, 2012년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박물관 등록을 통하여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성장하는
아름다운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동해바다는 우리가 사는 서해바다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동해바다는 남성적이다. 힘차고, 활기가 넘친다. 사납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거의 없어
변화가 없는 듯 하지만 탁트인 공간이 마음을 활짝 열리게 한다. 서해바다는 갯벌이다. 썰물 때는 갯벌만 남아 바다인지 늪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섬들이 많아 탁 트인 넓은 바다는 멀리 나가야 볼 수 있다. 섬들이 엑센트를 주어 감칠 맛이 난다. 여성성이다. 은밀하고 약간 감추어진
멋이 든다.
미술관 안은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직도 너무 부족하여 집 사람의 안내를
받고 설명을 들어야만 한다. 예술은 심취하면 할수록 더 깊고, 더 어렵다.
별로 접근성이 없는 이 지방에 이렇게 훌륭한 미술관을 조성한 부부에게 감사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예술적 감수성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보다 밝은 사회가 되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실내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밖으로 이어지면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이어진다. 야외는 산과
바다, 작품이 어우러지며 감동을 만들어 낸다.
10만여평의 임야에 만들어진 조각 공원은 요소 요소에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만들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자연이 예술이고, 작품이며 조각이 자연과 어우러지며 예술미의 극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거기에 눈만 돌리면 탁 트인
바다가 있다.
이해인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가득한 욕심 내려 놓고/빈마음 들고 온다'
또 말했다.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하늘색 원피스의 언니처럼
다정한 웃음을 파도치고 있었네 ...
그렇다. 아트월드 옥상 의자에 앉는다. 바다를 바라본다. 나무와 숲들 사이에 각자의 모습으로 조성된 보일듯 말듯한 조각상을 바라 본다. 나의
모습을, 우리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우리들은 누구인가? 부부다. 왜 왔는가? 그냥, 이곳이 그리움으로 다가와.. 결국 결혼 기년일이라는 명분에
맞춰 오니 그저 좋은거다.
삶을 예술같이, 예술을 삷같이 사는 멋을 추구해 왔다. 늘 빗나가기도 했지만 변함없는 지향이다. 걷는
발자국마다에 예술이 꽃 피고 있다. 자연만큼 위대한 예술이 또 있을까? 거기에 인간의 예술 작품을 끼워 넣어 함께 하고픈 작가... 그
어우러짐을 창작해 내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썼다.
숲에서, 공중에소, 땅에서, 바다를 향하여 그들은 말하고 있다. 표현하고 있다.
때론 침묵하고 있다. 그 외침과 표현과 침묵은 '예술은 위대하다'가 아닐까?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서산까지의 거리는 멀다. 강릉에서 하룻밤 묵으며 허닌설헌을 만나고, 카페 거리에서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낭만과 바닷가 어느 집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추억의 밤을 맞고 싶지만 내일의 중요한 약속이 발목을 잡는다. 쉬엄 쉬엄 가면 된다.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그렇게..
37주년 결혼 기념일은 동해바다가 확 트인 아트월드에서..그래서 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