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주택가 옆 화학공장, 과연 안전한가
인천의 안전현안 점검 ③SK인천석유화학과 유해물질 화학공장들
인천 서구 원창동 100번지 일대에 있는 SK인천석유화학의 전신은 1969년 11월 한국화약과 유니언오일 합작으로 출범한 ‘경인에너지’다. 경인에너지는 1994년 한화에너지로 불리다가 경영권이 현대 오일뱅크로 넘어가면서 ‘인천정유’로 운영, 2005년에 SK그룹이 인수하면서 다음 해 'SK인천정유'가 되었다. 2008년 'SK에너지'에 합병된 후 2013년 7월 분리독립하면서 'SK인천석유화학'은 본사를 인천에 두게 되었다.
정유공장과 화학공장 비율이 85대 15인 SK인천석유화학이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2006년 11월, 서구청으로부터 공장 증설 승인을 받아 증설을 추진, 주민의 반발로 주춤하다가 2007년 12월, 인천시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변경)인가 고시 이후 1조 6천억 원을 투입해 파라자일렌 생산설비 공장을 짓고 있다. 11만 5천7백 제곱미터 규모다.
파라자일렌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 연료로 필름, PET병, 음식 포장재 원료로 쓰인다. SK 인천석유화학 측은 파라자일렌 공장이 증설돼도 화학제품의 비율은 기존의 15퍼센트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 전에 주민설명회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공장 증설로 인한 환경위해성에 불안을 제기하며 객관적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절차를 밟을 것을 주장해 지난해 논란이 계속돼 왔다.
파라자일렌 생산설비 부지 일부가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에 속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시설 200미터 안에는 7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으며, 반경 2.5킬로미터 안에는 8개의 초중고교가 있다. 2011년에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2013년엔 벤젠 무단방류 사건까지 일어나 주민들은 공장의 관리체계와 안전 불안 요소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 5월 12일에는 SK인천석유화학 옆 공장 KB엔텍에서 화재가 발생해 자칫 큰 불로 번질 것을 염려한 주민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주민 반발로 감사 실시했지만…
인근 주택가와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인천시는 지난해 말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관련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공장증설 편법승인’, ‘승인 이후 업무처리 소홀’, ‘공작물 무단축조’, ‘제조시설면적 신고 누락’ 등의 위범행위가 적발됐다.
이에 서구청은 지난 1월 6일, SK인천석유화학에 공장 증설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위법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 SK 인천석유화학은 공사 중지와 함께 위반사항 해소 및 전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약 2주간 공사를 중단했으나 “공사 중지기간 중 사전 축조 미신고 공작물 54기 등 위법사항 해소, 자체적인 추가 안전점검 시행, 지역상생협의체 구성 등 서구청의 지적과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면서 다시 공사를 재개했다.
지난 3월 26일 인천시와 서구청은 감사에서 지적된 위법사항이 모두 해소됐으므로 (공사 재개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시의 권고로 주민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공장 주변 주민 등 20여 명이 참여했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고 끊임없는 내부 갈등을 겪었다.
시민단체, 유해화학물질 관리 조례 마련해야
지난 4월 1일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상임대표 윤경미. 이하 인천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 주민들이 SK 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로 불안에 떨고 있다”며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처럼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주민들의 권리 침해가 일어나지 않게 유해화학물질 관리 조례 같은 제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4월 7일에는 서구청 앞에서 ‘SK인천석유화학 주변지역 안전, 환경 대책 수립 촉구&인천시민 13,710명 감사원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인천여성회,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연심회상인협동조합, 풀뿌리미디어서관, 내일을 여는 교실이 함께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9월 구미 불산 누출사고 후 2013년 한 해에만 총 87건의 화재, 폭발, 누출사고가 있었다. 이는 2012년 이전 평균 12건에 비해 7배나 급증한 것이다. 2012년 국정감사 때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인천의 유독물 취급업체는 2010년 426곳, 2011년 432곳, 2012년 465곳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반면 이에 대한 안전 점검은 2010년 488건, 2011년 377건, 2012년 9월까지 236곳으로 오히려 점차 줄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불산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인천의 업체는 465곳으로 연간 440만톤을 취급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인천연대 관계자는 “SK 인천석유화학의 안전성 문제는 공장 증설에 한정되지 않는다”면서 “SK 인천석유화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30만톤급의 유조선이 인천 앞바다를 수시로 운행하며 북항에 상시 접항해야 한다. 유조선이 인천 앞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전 검증 및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검증, 평가가 제대로 실행돼야
SK 인천석유화학 측은 그동안 정유 및 파라자일렌 생산 시설이 UOP(Universal Oil Products)의 공정특허를 바탕으로 설계돼 안전하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또 위험요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폭구조, 생산물질이 유출되지 않는 밀폐식 구조, 굴뚝자동측정망을 통한 배출물질 관리, 진도 7 규모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다. 더 이상 논란이 계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SK인천석유화학이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안심하고 안전성을 검증,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환경부가 제도도입을 준비중인 '장외영향평가'부터 선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SK 인천석유화학 문제는 인근 주민의 환경과 건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전에 대한 조치와 예방대책 없는 공장 증설 및 가동은 인근의 수십만 인천시민, 더 나아가 수도권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우선 SK 인천석유화학은 추진하겠다고 밝힌 구조물 등을 하루 빨리 설치하고, 투명하고 꾸준하게 안전점검과 평가를 공개해야 한다.
6.4 지방선거를 보름 남짓 앞둔 지금, SK인천석유화학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증설 및 안전은 여야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공장증설 인허가는 2006년 11월 당시 서구청장으로 있던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이 결정했고 이후 전녕성 서구청장이 2012년에 증설허가를, 2013년 1월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는 취임 3주년을 맞는 2013년 7월 2일 시정일기에서 SK인천석유화학의 창립을 축하하면서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에 대해 "기존 원유정제시설이 노후화되자 정유공장 유휴부지에 PX(Para-Xylen)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 2013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연산 130만톤 생산목표로 투자가 진행된다고 한다. 2015년 정상가동시 13조~14조의 매출과 3,5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한다"며 안전성 문제를 미처 살피지 않은 채 경제적 관점만으로만 접근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안전 문제가 최대 선거쟁점으로 부상한 현재, SK인천석유화학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주택가 옆 화학공장 문제에 대해 후보자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KTX 노선 신설과 지하철 연장, 30만개 일자리 만들기와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도 중요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인천의 유해화학물질 취급 화학공장들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