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사태와 지자체장 보궐선거에 이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이 바로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 즉 학폭은 미투와 비슷하게 잊힐만 하면 다시 나오고 마무리지으려 하면 다시 불거져 나오는 요상한 성격의 적폐가운데 하나이다.
이제 70줄에 놓인 나도 사실 학폭의 피해자이다. 워낙 체구가 작아서였던지 덩치 큰 또래들의 집중 괴롭힘을 당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는 핸드볼팀이 있었다. 당시에는 꽤 잘했던 모양이었다. 각 교실에는 핸드볼 선수들이 한두명씩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 적어도 어깨 이상은 하나 더 있었다. 키가 작아 반에서 제일 앞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나는 그들의 이른바 밥이었다. 그들은 지금 영화상에서나 봄직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세숫대야에 물을 떠와 발을 씻기라고 하는 것은 애교정도였다. 오고가다 두들겨 패는 것은 일상사였다. 그런 사실을 당시 선생들에게 말하다가는 거의 죽음에 이를 것 같아 얻어터지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 아이들은 유명한 핸드볼 선수가 됐거나 핸드볼 코치로 활동을 했었으리라. 지금은 모두 은퇴했겠지만. 그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괴롭혔던 아주 작은 아이는 그들의 뇌리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이야기는 그만하고 최근 입방아에 오른 기사를 보고 가자.
((학교 폭력 가해자 의혹에 휩싸였다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 모 여자 프로배구단의 모 선수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자신들의 과거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2021년 2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여자 배구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대응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지난 10일 게재됐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더 이상 체육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지켜볼 수 있을 수 없어 청원하게 되었다"라며 "최근 여자 프로배구선수로부터 학교폭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왔지만 배구연맹은 이를 방관하고 조사나 징계 조차 없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는 단순히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체육계의 신뢰와 도덕성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항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배구선수는 꽤 유명한 선수인 모양이다. 이 정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까지 오르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정도의 위치에 가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을 것이고 부모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왔을 것이다. 나도 자식 그리고 손주가 있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참으로 잔인한 성격의 범죄이다. 폭력을 당하는 대상이 건강하고 등치 크고 잘 생기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아니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약하고 병들고 등치가 작고 공부도 잘 못하고 대충 그런 부류의 학생들이 폭력의 대상이 된다. 힘있는 자가 힘있는 자와 맞짱을 떠서 우열을 가리는 것 그런 것은 이야기거리가 안된다. 최근 드라마였던 경이로운 소문의 바로 소문같은 학생들이 주 타켓이다. 그리고 소문과 친하다는 이유로 또 학폭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정말 상대가 안되는 약한 대상을 괴롭히는 것은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차마 못할 일이다. 그것은 정신적 문제의 소유자들이 행하는 짓이다. 학교때 아이들이 한 일을 가지고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반문하는 인사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폭력을 당한 아이 또는 그 아이의 부모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학교폭력 즉 학폭의 피해가 얼마나 큰 줄 아는가. 당한 아이는 평생 그 트라우마를 지니고 산다. 패배주의와 우울감에 평생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오감에 쓸데없는 곳에서 화풀이를 하는 사회 찌질이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 트라우마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또 그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까지 이르게 한다. 연쇄살해범 가운데 상당수가 어릴때 학폭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폭에 시달리다 학교를 중퇴하고 지방 다른 곳으로 전학가거나 아예 해외로 달아나는 학생들도 있다. 학폭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장난삼아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만 그 개구리는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폭력을 자행한 자는 기억조차 못하는 일에 폭력을 당한 자는 평생 그 트라우마에서 살아야 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제는 운동선수들뿐아니라 학폭의 해당자는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요즘 모 가수와 얼마전 텔레비젼에 자주 나오는 사람의 여친이 학폭에 연루돼 곤욕을 치뤘거나 치루고 있다.
학폭의 문제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아직도 근절되지 못하고 더 번지는 분위기인가. 바로 한국 교육의 병폐때문이다. 뭔가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은 적당히 아니 못해도 용서가 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면 사회성이 꽝이여도 학교나 가정에서는 오케이 아닌가. 운동을 특출하게 잘해 학교이름을 널리 알리면 학폭 저질러도 대충 눈감아 주는 우리의 수준이 학폭을 이렇게 만든 것 아닌가. 그리고 일등 지상주의의 늪에 함몰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풀면서 자행되는 것이 바로 이 학폭이다. 학폭을 뿌리뽑겠다면서 왜 그렇게 못하는 것인가. 요즘 코로나 방역당국이 하는 것처럼만 하면 학폭은 일망타진될 것이다. 학폭이 코로나보다 패악상이 덜해서 인가. 아니면 내 자식이 관여돼 있지 않으면 그냥 눈감고 지나가는 이 사회상때문인가.
학폭은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뿌리뽑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폭력은 죄악이자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본을 보여야 한다. 아이앞에서 부모가 폭력을 일으키고 일상사에서 탈법 불법을 행하면 아이는 그것을 그대로 본받게 된다. 자기는 바담 풍하면서 아이보고 바람 풍 하라면 그렇게 되겠는가. 또한 학교 선생들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내 반 아이들이 연루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학교에 학폭은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와 가정에서 내 자식 내 학생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학폭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 암암리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폭력 학폭은 중대한 범죄이다. 왜냐면 그냥 생기는 범죄가 아니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 대한 아주 저질적인 범행이기 때문이다. 그런 학폭을 저지르다가 사회에 나오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적당히 힘이 강한 자에게는 굽신거리고 자신보다 약하다 생각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갈굼을 생활화하는 그런 인생을 보내지 않겠는가. 그런 인간들이 행하는 것이 바로 갑질로 대표되는 것이다.
모 배구선수의 경우에서 보듯 학창때 일시적인 학폭이 평생 무거운 짐이 되고 선수생활을 마감해야하는 지경에 이를 지도 모른다. 별거 아닌 것이라고 여긴 학폭으로 인해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각 가정과 학교가 더욱 신경을 쏟아 학폭을 방지하기 위해 힘쓰야 한다. 학폭은 저지르는 당사자도 당하는 자도 모두 피해를 입고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소한 것에서 엄청난 사회문제는 발생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1년 2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