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헐린이 미국 남동부를 할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아이켄 카운티 비치 아일랜드 주택 지붕을 커다란 나무가 덮쳤다.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같은 날짜에 태어난 제리(78)와 마르시아 새비지(74) 부부가 반려견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제리가 부인을 보호하려 최선을 다했던 듯 온몸으로 마르시아를 감싼 채 죽음을 맞은 것으로 보여 부검의들은 둘을 억지로 떼어놓아야 했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3일 전했다.
부부는 이 집에서 지난 1975년부터 살아오고 있었다. 스물두 살 손자가 거실에서 허리케인이 엄습한 밤을 뜬눈으로 지샜다. 새벽 4시쯤 조부모 방에 들어갔더니 모두 아무 일 없었다. 그런데 한 시간쯤 뒤 큰 나무가 지붕을 무너뜨리고 조부모의 침대를 덮었다. 딸 태미 에스텝(54)은 이날 "우리 아빠가 위에서 우리 엄마를 끌어안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부검의는 그들을 떼어놓아야 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살던 노스 어거스타 집은 조지아주 경계로부터 멀지 않다. 딸의 집은 13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딸네 집 앞에도 나무가 넘어져 문을 열고 나오기가 힘들었다. 오전 9시 30분에야 집을 나서 부모 집으로 향했다. 조카 존 새비지는 거실을 나와 조부모가 계시는 방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문이 무언가에 막혀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오전 11시 40분쯤 도착했다. 한 부검의가 부모님이 죽었다고 알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딸 태미는 털어놓았다. 가족들은 부모와 함께 지내던 두 살배기 차우차우 믹스견 앤젤도 침대에서 부부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존 새비지는 "할아버지는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손을 뻗고 몸을 굴려 할머니를 보호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큰스 카운티 부검의 대릴 M 에이블스는 공식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부검 결과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유족은 5일 부모를 안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례 비용에 보태 쓰라는 기부금 모금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페이지를 만든 며느리 브리태니 에스텝은 "내가 아는 가장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었다"고 돌아보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까지 65명 이상이 3900 달러를 기부했다. 부모 집은 완전히 파괴돼 재건축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네 살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은 1월 22일 생일이 같았다. 딸에 따르면 둘은 고교 시절의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져 50년 동안 해로했다. 그리고 같은 날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딸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주님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건축업자이며 전기공이었다. 유화와 자동차, 모터사이클, 특히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했다. 그의 부인은 은행에서 일한 뒤 은퇴했다. "우리 엄마는 교회에 헌신했으며 손주들이 목숨이나 진배 없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살았고 우리를 돌봤다. 우리 가정을 이끌었다. 그게 그녀의 기쁨이었다. 그녀의 사랑"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유족으로 딸과 손자 외에 아들 마크, 사위 대럴 에스텝, 손주들 크리스 에스텝, 브랜든 에스텝, 캐서린 새비지, 일곱 증손주를 남겼다.
신문에 따르면 노스 캐롤라이나주 관리들은 이날까지 사망자가 97명으로 늘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는 41명이 숨졌다고 밝혔고, 조지아 33명, 플로리다 19명, 테네시 11명, 버지니아주 2명 등으로 모두 합쳐 203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