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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 남성희
산을 오릅니다
산기슭의 길은 넓고 편합니다
그래서 당신과 함께 나란히 걸으며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간혹은 손을 잡고
마주보며 웃음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길은 좁고 가파릅니다
당신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없습니다
혼자 걷지 않으면 안됩니다
혼자 걷는 산길은 오를수록 비탈져
숨이 막힙니다
앞서 가는 당신의 뒷모습이 가물거리며 사라집니다
마지막 길은 혼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압니다
-계간 『대구문학』(2009,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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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대구문인협회가 발간하는『대구문학』2009년 신인상 공모 당선작이다.
대구문학 신인상은 지역의 권위 있는 문단 등용문으로 27회째다.
이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남성희씨는 현재 대구보건대학 총장이며
대구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회장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등
굵직굵직한 직책을 여러 개 맡고 있는 지역 인사다.
‘산길’은 시인 자신의 삶을 근거로 한 소담한 생활인의 작품이다.
어디 한군데 엄숙하거나 무거운 데가 없다.
요즘 발표된 일간지 신춘문예의 당선작과 비교하면 문학적 기교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삶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문학을 생활 그 자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결과라 하겠다.
시는 꼭 특별히 재주(?)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그들만의 놀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이 기회에 버렸으면 좋겠다.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개선해가는 생활인의 문학이 뿌리 내리기를 희망한다.
다만 수필집을 여러 권 낸 바 있는 박근혜 의원의 프로필에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란 '특이사항'이 눈길을 끌고,
그런 게 부러워(?) 등단하는 일은 그리 소망스럽지 않다.
산행의 동반자는 고스란히 삶과 영혼의 동반자로 읽힌다. 한편으론 멘토(도움을 주는 사람)와 멘티(도움을 받는 사람)의 관계인 멘토링처럼 해석될 수도 있겠는데
어느 경우든 끝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이란 없다.
높이 오를수록 그렇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어깨에 태워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붓다의 말씀처럼 단지 사랑과 자비로 ‘그렇다. 이것이 길이다. 이것이 길을 가는 방법이다.
당신도 가보라. 그러면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뿐.
-제4막님의 해설을 조금 줄였습니다. |
첫댓글 퇴원하신 모양이네. 수고 많으셨고 봉합이 잘 되었는지 소주 한 잔 해 봐야지...
가까운 시일 내에 얼굴 한번 봐야지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시를 잘모르는 독자를 위해 넉넉하게 붙혀 주시는 시작노트를 읽으며 최선생님의 인심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다시 오셔서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