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비상식적이고, 이토록 비인간적인 시대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뇌리 속에 강력히 각인된 생각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백성이라는 의식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그런 자부심을 지닌다는 것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과도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택받지 못한 이민족들은 사람 취급도 안 했습니다. 이민족들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존재들, 동물 중에서도 개로 취급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서도 특히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지니고 있었던 순혈주의, 율법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위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그들은 평소 입고 다니던 복장부터 남달랐습니다.
화려하고 요란스러웠으며 치렁치렁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옷 여기저기 성구갑이라고 성경 말씀을 넣은 작은 상자를 달고 다녔는데, 그것을 마치 큰 자랑거리, 훈장처럼 여겼습니다.
성구갑은 내가 얼마나 성경을 많이 읽는 줄 알아? 내가 얼마나 성경 말씀에 정통한 사람인지 알아? 라고 외치는 표시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갑작스레 공식 석상에 섰던 한 장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관이었습니다.
그냥 편안한 복장으로 출연해도 별문제가 없을 텐데, 그가 입고 나온 군복 전면이 가관이었습니다. 그간 받은 훈장이란 훈장은 다 달고 나왔습니다. 그 무게가 상당한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꼴불견이었습니다. 그 옛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꼭 그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자부심 가득한 유다인들을 절대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그들의 위선, 그들의 이중 플레이 앞에 참지 않으십니다. 거침없이 당신께서 하고 싶으셨던 말씀을 가감 없이 쏟아놓으십니다.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루카 4,27)
이 말씀 끝에 잔뜩 화가 난 사람들은 순식간에 들고 일어났습니다. 동물도 아닌데, 예수님을 슬슬 고을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낭떠러지 벼랑 끝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리고 합세해서 그분을 벼랑 아래로 떨어트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예수님께서 그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셨습니다.
유다인들은 일종의 살인미수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들이 비록 예수님을 살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입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하실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용기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비참하고 야만적인 시국 앞에서, 거대한 악의 세력이 판을 치고 창궐하는 이 순간, 또 다른 예언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이토록 비상식적이고, 이토록 비인간적인 시대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이토록 심각한 분열과 처절한 기 싸움이 하루빨리 종식되는, 그래서 화해와 일치, 기쁨과 평화의 날이 빨리 다가오길 큰 목소리로 간구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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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