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m. 탑팸, 그들을말한다
우리, 두리.
"헐. 샘 이건 말도 안돼요!!!!!!!!!!!"
"야 노은정. 8반에 이미라 알어? 뭐 이딴 걸 쓰냐 완전."
"꺅!!!!!!!!!!!!!!!! 옥수야 옥수야. 수현이가 학교 끝나고 밥먹재!"
웅성대는 소리는 꼭 몇백만마리의 벌떼들이 모여 노는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눠 받은 쪽지를 보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반응들이 모두 제각각이네요.
2반의 체육 담당인 현선생이 나눠준 종이을 확인한 그들의 반응은 크게 딱 세가지로 나눠집니다.
마음에 들어서 좋아한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화를 낸다거나. 혹은 이도저도 아닌 부탁에 전혀 신경쓰지 않거나.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은 좋아하는 애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며 싫어하는 애들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대신 내가 할까, 라는 생각도 좀 들어하는 것 같구요.
그나저나 범이와 두리는 어떠냐면 말이죠. 우선 범이는 재희에게 받았는데 하마터면 웃음보가 팡하고 터질뻔 했습니다.
[2학년 2반 김영범에게.
야 범아 나 하루에 욕 한번씩만 하게 해줘. -남재희]
그 옆에서 보고 있던 두리도 하마터면 터질 뻔 했습니다.
하여간 재희는 말이죠. 매번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다고 할까요.
가끔씩 이렇게 엉뚱한 짓을 할때면 대책이 안서니 어찌해야 하는건지 난감합니다.
한편, 터져나오는 웃음을 진정하고서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쪽지를 물끄럼히 내려보던 두리는
예쁘게 적힌 종이를 펼치고서 글을 따라 읽습니다.
[2학년 2반 홍두리에게.
졸업할때까지 같이 공부하자. -임이랑]
이번에는 연신 혼자 킥킥 웃던 범이가 웃음을 멈추고서 두리의 쪽지를 보는데요. 스리슬쩍 쪽지를 보다가
두리를 보고 그렇게 몇번 반복하다가 자세를 바로 하고서 다시 재희의 쪽지를 내려다 봅니다.
이러니 미워할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욕을 하고 걸맞지않게 행동해도 이런 애교 아닌 애교에 녹아드는
범이도 어쩔수 없는가 봅니다.
재희가 잘못하면 바로 잡아 주고 예쁜 짓을 하면 칭찬해주고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두리를 생각하면 웃을 상황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거 보면 말예요. 팔불출이 따로 없죠.
지금도 보세요. 시험공부도 할 겸 자습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에 현선생의 눈을 피해 핸드폰을 꺼내 아주 재빨리
문자를 보내는거 보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전송이 완료되면 요 몇일 해외 화보 촬영으로 얼굴을 보지 못한 재희의 얼굴이 필기로 가득한 공책위에 그려집니다.
"....."
그나저나 옆에서 웃던 문자를 하던 지금 두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죠. 그냥 멍-합니다. 요새 통 잠을 못잔 두리의 퀭한 두 눈이 오늘따라 더 깊어 보이기만 하네요.
흘러내린 두리의 안경이 바르게 자리 잡으면 예쁘게 써진 글씨는 곧, 접힌 자국에 따라 덮어지고 맙니다.
.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도 있고 오늘따라 야자하는 아이들도 죄다 가버린 빈 교실에 앉아 있던 두리가 창문을 열자,
그 앞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두리의 앞머리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안녕!"
참 아이러니하게도 밀려드는 바람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면서 정작 바람은 피하지않고 모두 맞고 있는
두리 너머로 잔뜩 힘이 실린 이랑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에 두리의 고개가 틀어지면 짓궂게도 단정히 정리되 있던 두리의 머리를 가만두지 않는 바람이예요.
"안녕."
"응! 머리 다 흐트러졌다."
두리의 앞자리의 있는 책상을 돌려 마주앉은 이랑이는 가방에서 제일로 취약과목인 수학1을 꺼내 놓으면
그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있던 두리는 흩날리는 머리를 귀에 꽂고 내려두었던 샤프를 들어 바르게 잡습니다.
"창문 닫을까?"
"아니."
"머리 날려서 불편하잖아."
"괜찮아. 보다가 뭐 이해안되는 거 있으면 말해."
그렇게 넓은 교실에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필기하는 소리. 그리고 운동장에 남아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십분 이십분 삼십분, 집중의 시간이 한계에 다다르는 이랑이는 몸도 찌뿌둥해져와 팔을 뻗어
굳은 근육들을 펴주면서 슬쩍 두리의 눈치를 봅니다.
무언가 말을 걸어야하는데 딱히 할 말도 없으며 있어도 목구멍에서만 맴도니 답답할 뿐이죠.
그렇다고 죄다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엔 나름 창피하기도 하고 말예요.
"저 두리야. 뭐 마실래? 사올까?"
"내가 갔다올게. 화장실도 가고싶고."
"아니 내가!!!"
"앉아만 있으면 엉덩이 퍼지거든. 좀 쉬고 있어."
친절한건지 딱딱한건지. 위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본인이 하는김에 하는 것 같고.
모르겠다는 이랑이는 혼자 남은 교실에서 그대로 퍼져버립니다.
책상위에 두 팔을 쫙 펴고 엎드린 이랑이는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습니다.
일일이 대꾸해주는 것을 보면 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모양인데, 그 틈을 노리고 들어가려하면 딱 막아버리니
어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잡힐 것 같아서 잡았고 잡혀주어서 품에 넣으려 했더니 금새 또 사라지니 원.
두리에게 이랑이는 그런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잡고 있었던 쪽은 이랑이가 아니였듯이 말이죠.
"지금도 이거 좋아해?"
맥이 빠져 멍때리고 있으니 교실에 들어서는 두리의 인기척을 듣지 못해 놀란 이랑이는 그저 눈만 깜박입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는가 싶더니 앞으로 내밀어지는 음료수를 물끄럼히 내려보죠.
고등학교에 올라오기 전만해도 즐겨 먹었던 음료수입니다. 많이 좋아했었죠. 두리가 일주일에 두세번은 사줬었구요.
이제는 과거형이 되어버린 그 음료수를 따자, 김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옵니다.
"당연하지!"
꽤 오랜만에 먹어본 음료수의 맛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전에는 아주 질리도록 먹어서 넌 나중에 이 음료수랑 결혼하라던 그 얘기들도 오래된 이야기죠.
그런 음료수를 어느샌가 먹지 않게 되었는데 그게 언제였으며 이유가 무엇이였는지는 딱히 없었습니다.
단지 기억하고 있는건 그 당시에는 옆에 있던 두리가 없었다는 것뿐이죠.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야하나요. 지금처럼 이렇게 옆에서 챙겨주니 먹게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간되면 상담 좀 해줄래?"
캔커피를 다 마신 두리가 창밖에 두었던 시선을 이랑이에게 옮겨 묻습니다.
생각도 못한 말에 입만 벌리고 있던 이랑이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이죠.
"누가 나더러 사귀자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참 나쁘기도 합니다. 해선 안될 상담을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굳게 닫힌 이랑이의 입술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합니다.
"진심인지 모르겠거든."
"그게, 누군데."
다시 한번 창밖으로 향하는 두리의 시선은 운동장 계단에 홀로 앉아있는 그에게 꽂힙니다.
오늘은 독서실을 가지 않을 모양인지, 이내 계단위에 누워버리네요.
"누구라고 말하면 대답이 달라지니?"
"....."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치고 말해줬으면 해."
오늘 공부는 이걸로 끝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책을 덮는 두리는 무척이나 여유롭습니다.
그렇다고 이랑이는 초조해 보이냐구요? 아니요. 절대 그건 아닙니다.
참 웃기게도 이랑이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서 두리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죠.
아무래도 두리를 더 도발할 셈인가 봅니다.
"내가 말한다고 니 생각이 바뀌는것도 아니잖아."
"바뀔수도 있어."
허공에서 부딪힌 두리와 이랑이의 눈빛은 어느 한쪽이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알고 있을까요. 참 쓸데없는 눈싸움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잖아. 좋아하면 사겨야지."
"..하긴. 안좋아해도 사귀니까."
먼저 시선을 틀어버린 두리는 가방을 챙깁니다.
홀로 허공에 남아있는 이랑이의 시선은 여전히 한곳만 보고 있구요.
한 곳만 보느라 중요한것은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어쩌면 먼저 감춰버려 보지 못했을수도 있지만요.
대체 중요한것이 뭐냐구요? 딱 보이지 않으세요? 그럼 그렇지, 힘없이 풀려버린 두리의 두 눈을.
"내일도 이 시간에 올거지? 오늘은 먼저 갈게."
"....."
"아 참. 고마워. 상담해줘서."
"..별말씀을."
어느 한쪽도 지지 않을런지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합니다.
이제는 바람도 그들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더이상 들어오지 않네요.
마치 혼자 남겨져버린 이랑이에게는 위로조차 안된다는 것처럼 말이죠.
.
"응. 병원가서 주사맞고 푹 잤더니 괜찮아졌어. 걱정했구나? 착하기도 하지~."
언제 아팠냐는 듯, 생기가 도는 란의 얼굴이 거울에 비춰집니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이틀동안 감지 못한 머리가 가려운지 두어번 긁던 그녀는 눈을 비빕니다.
독한 약에 잠만 잔 모양인지 눈이 퉁퉁 부어올라있네요.
"누나 걱정 그만하고 얼른 공부해. 잠깐. 너 독서실 아니지. 응?"
정리하지 못해 조금씩 자란 눈썹들이 듬성듬성 나있는 이맛살이 찡그러집니다.
"너 정말. 우리가 안갔다고 너도 안가는게 어딨어!"
화장대에서 일어난 란이 이번에는 침대에 앉습니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진짜지? 밥먹고 갈꺼지? 내가 확인할거야. 알겠어. 열공! 이따가 또 통화하자~."
통화를 끝낸 란이 쓰러지듯 누워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갑니다.
그렇게 1초. 2초. 똑똑똑, 하고 작은 노크소리가 울리면 감았던 눈을 뜬 란이 대답없이 방문만 바라보네요.
"언제부터 노크했다고? 우리 너한텐 어울리지 않아요~."
방문이 열리고 교복차림의 우리가 들어옵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노크한 것이 어색한 모양인지 얼굴이 붉어져 있네요.
"근데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오래 해?"
"응? 듣고 있었어?"
"아니. 들렸어. 그리고 통화하길래 노크한거야!"
"네네. 매너하면 홍우리란거 산도 알고 강도 알지요."
여전히 이불 속에 있는 란이 손을 뻗으면 그 손을 잡고 침대에 걸터앉은 우리가 말합니다.
"누구랑 통화했어? 목소리가 되게 기분 좋아 보이던데."
"영일이. 아픈데 못와서 미안하다구."
말을 마친 란이 눈을 감으면 우리의 시선은 맞잡은 손으로 향합니다.
.
막장 울 두리..
ps. 숨은 이름 찾기! 답은 4개입니당.
첫댓글 이랑이랑 두리, 둘다 고집 너무 쌔잖아효ㅠㅠ흑흑.. 숨은 이름 찾기? 나 지금 저거 보고 멍~.. 패닉상태..흑흑..두리랑 영일이랑 사귀면 난 어쩌고, 이랑이는 어쩌죠?ㅠㅠ악악
미라수현 또 누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쟤네 답답해 빨리 연결해주세여..
걍 영일이랑 두리 사귀었음 좋겠어요......
★(업쪽부탁드려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부..너퇴근할려면아직늦엇꾼..ㅠ.ㅠ칼퇴근한다며!!!!니퇴근시간10분남앗따...나학교왓뗘ㅠ.ㅠ.ㅠㅠㅠㅠㅠ원룸에인터넷안되서 칭구원룸서놀고잇따..언제옴????????칭구올까바두려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튼와..미라이뿌당..차카당..귀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