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99) - 대선을 앞두고 살핀 초등학교 회장선거
오늘(12월 13일)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쌀쌀한 날씨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날마다 걷는 무심천의 산책로가 한산하다.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풍경, 차가운 물속에서 꼿꼿한 자세로 주변을 응시하는 황새의 의연한 모습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한해를 잘 견뎌온 모두에게 위로와 평안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따뜻하고 넉넉한 세밑이어라!
추운 날씨에 꼿꼿한 자세로 주변을 살피는 무심천의 황새
대학교수들이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것은 고양이와 쥐가 사이좋게 지낸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손을 잡고 있으니 도둑과 관원이 한 통속이 되는 등 세상이 뒤죽박죽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이다. 두 번째로 뽑힌 사자성어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 코로나19 위험으로 온 국민이 한 해 동안 어렵게 버텨온 것을 비유한다. 세 번째는 진흙 밭에서 개들이 싸우는 모습의 이전투구(泥田鬪狗), 민생을 제쳐둔 채 정치권이 벌이는 그들만의 전쟁을 꼬집은 것이리라.
'도둑 잡을 사람이 한패 됐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휘호, 대학신문 제공
이처럼 온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에 대한 평가는 호감보다 비호감이 압도적, 여야 후보 모두에게서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시대의 국가 비전이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들이 쏟아내는 말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 문제다.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골라야 하는 민초의 고충을 해소할 묘안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할 중대사. 하나님이여, 우리에게 지혜를 주소서!
집안의 재종손이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다고 분주하다. 어린이들의 선거도 어른 못지않게 치열한 열전,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회장에 나서는 포부와 전략을 짜내기에 골몰한다. 손자의 선거를 곁에서 지켜보는 사촌 동생의 다급한 부탁, 학교 당국에 제출할 출마의 변과 홍보문구 작성 등에 도움을 청한다. 까마득한 후예들의 각오와 전략을 백수노장이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만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는 잠언에 힘입어 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홍보문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보내주었다. ‘비록 아이라도 그 동작으로 자기 품행의 청결하며 정직한 여부를 나타내리라’(잠언 20장 11절)는 교훈을 새기며.(이를 정리함에 있어서 걷기하며 살핀 영남지방의 초등학교 교정에 내건 구호 ‘신나는 교실, 소통하는 학교, 함께 여는 미래’와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새긴 ‘꿈을 키우며 미래를 여는 학교. 고민 있는 친구들아,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개!' 등의 문구를 참고하였다.)
주말의 인근 초등학교 교정, 코로나 탓인지 찾는 이 없어 쓸쓸하다
학생회장 선거에 나서는 각오
‘나는 왜 학생회장이 되려고 하는가?
-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어서!
사랑하는 00초등학교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나는 이번 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000입니다.
내가 여러분의 대표가 되려고 나선 것은 평소 내가 꿈꾸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내가 꿈꾸고 좋아하는 일은 이런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나는 세상이 평화롭고 안전하기를 소망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우리 집이 행복한 가정이기를 꿈꿉니다.
나는 우리 학교가 신나는 배움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학생회장이 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 학교가 신나는 배움터가 되는데 한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신나는 학교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첫째 학교생활에서 우리들의 바른 의견이 자유롭게 발표되고 반영되는 것입니다. 내가 회장이 되면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듣고 건의하는 대표가 되겠습니다. 곧 나는 여러분의 충실한 대변자가 되겠습니다.
둘째 모든 학우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귀중한 인격과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일꾼들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밝은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라 여깁니다. 나는 그 걸음에 앞장서겠습니다.
셋째 나는 여러분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습니다. 나는 몸이 튼튼하고 정신이 맑습니다. 이 튼튼한 몸과 맑은 정신을 우리 학교와 학우 여러분을 위해 아낌없이 바치는 한 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학우 여러분, 이 한 몸 다하여 여러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저의 간절한 마음을 응원하고 지지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손자의 한 줄 메시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를 모티브로 하여 작성한 것임)
포스터와 피켓 등에 내 걸 구호
‘전교생이 호응하고
교사님들이 칭찬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장수처럼 앞장서는 저를 밀어주세요!’(전. 교. 회. 장의 머리글자를 따서 가족들이 만든 구호를 좀 더 겸손하고 호소력 있는 문장으로 정리.)
회장선거에 나선 후보는 5명, 며칠 후에 치러질 선거에 모두들 최선을 다하여 페어플레이를 하고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훈련을 잘 하면 좋으리라. 후보 여러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