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문학관을 관람한 후 한쪽에 걸터앉아 건축물을 올려다 보며 우리는 "왜? 한옥이 아니고 한옥을 거푸집에 찍어낸듯한 시멘트 건물로 지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대화는 서로가 꼭 확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바람에게 툭 던지듯이 물어보는 대화이기도 하였다. 그러니 서로가 굳이 그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 남겨진 말에는 모기 한마리가 따끔 물고 간 자리가 가렵다라고 긁적이면서라도 어떤 나름의 종지부는 찍어야 했나보다. "한옥은 관리하기가 어렵자나, 불이라도 나봐, 문학관 건물은 시멘트가 나은거 같아" 딴은 그러했다. 우리는 우리가 그 자리에서 그저 우리 스스로를 수긍시키는 답변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온도 조절이나 습도 조절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자주 드나 곳이니 튼튼해야 하고 이층 건물이니 시멘트 건물이 적당할 것이라는 그런 당위성 말이다. 외형적인 특성은 한옥을 모티브로 했으나 딴은 둥근 돔이나 팔작지붕 형태나 모두 소재적 특성을 고려한다 치더라도 변형될 수 있는 것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정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었으니 저어기 떠 가는 구름에게 뜬금 없이 이리 중얼거려 보았다. '브라질 박물관은 왜 불이 나서 그리 홀랑 다 타버렸을까?'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모든 산문적 글쓰기는 교술문학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한 시대에서 이토록 많은 글들이 생성된 전례가 있었던가? 우리시대의 문화에도 새로운 문학양식은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은 것은 아닐까?
가사문학은 어쩌면 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나 은폐되어 부재하게 된 인간의 활동을 드러내는 문학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사문학이 점차로 산문이 되고, 삶에서 소용되는 그 모든 분야를 담아내는 교술문학이 되기까지는 역사적 계보가 있어서 이 흐름이 인간의 정신과 정서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담양 가사문학관의 의의라면 바로 이러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인간의 활동 그 모든 글쓰기가 문학이 되려면, 인간의 활동의 계통이 이어져 내려와 축적되고 그 지점에서 다시 새로운 형태가 생성되어야 계속된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일 것이다. 운문형태의 글이 산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서의 정격가사문학과 정격가사문학에서 변격가사문학으로 파격이 이루어지는 시기의 한글 가사를 보면, 한글의 문체가 거의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을 자유자재하게 쓴다면, 그 언어에 맞는 일상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 지점에서 변격가사문학은 교술문학의 그 모든 것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고 여긴다.
현대의 산문은 가사문학을 잇고 있다. 현 시대에서 산문적 글쓰기는 이 시대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산문에는 오히려 숨어버린 운문이 감성으로 스며들어 한 인간의 정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여긴다. 인간의 정서는 창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거기에 교술문학이 자리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문학은 없을 것이다.
가사문학관 초입에는 가사문학관 부설 기관인 달빛찻집이 있었다. 들어가지는 않고 사진만 찍었다. 외형이 그럴듯하고 예쁜 찻집에는 늘 차나무 잎차가 없거나 보기가 귀하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가 있었다면 좋았겠다. 전통차라고 불리우는 차류 중에서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는 그저 변방의 어느 귀퉁이에 있는지도 모르는 차로 치부되고 있다. 딴은, 차나무로 만든 차는 그 자체로 고유한 영역이다. 폼으로 그저 끼워 넣는다 하여 어차피 이 사안은 만족도 해결도 안되는게 '차'이니, 그러려니 하게 된다.
* 이층에 조선후기 변격가사문학이 두루마리 형식으로 쓰여져 전시되어 있었고, 필사를 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밧데리가 그만 '졸' 하여서 사진을 못 찍었어요. 두루마리 가사를 보니, 얼마나 할 말이 많았으면 저리 세필로 한 두루마리나 썼을까... 싶기도 하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말도 많다고....
* 가사문학관의 글들은 필사한 작품 전시가 많았는데, 그건 당연한 방식이라고 여겼어요. 작품집은 그저 책이니, 그것만으로 문학관을 꾸미긴 어려웠을 거예요. 또한 현시대 사람들이 여전히 붓글씨로 써보고 필사하고 아끼는 형태가 되어야 계속 생명력이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현대의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현재에서 또 다른 생성이기도 할테니까요. 다양한 한글 글씨체들이 보였어요. 글씨체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니, 필사는 재미난 방식이기도 하고, 또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고, 그 시간의 보냄은 작품이 되는 것 같았어요.
2018/09/17
결의니러 안자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날조찰뿐이다
찰하리 싀어디여 낙월이나 되야이셔
님겨신 창안해 번드시 비최리라
각시님 달이야 카니와
구즌비나 되쇼서 _정철의 '속미인곡'에서_
은배는 '숙우' 형태다. 마시는 잔이 아니라 따라 주기에 용이한 형태로써 잔에 배분하기에 적합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저것의 용도는, 차도구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임억령의 옥배
술잔도 찻잔도 무방하리라
술맛도 차맛도 좋을 듯
첫댓글 모타 둘꺼면 타불드라도 초가집으로 할거제.
모시옷이 좋아 여름엔 늘 풀 멕여 입는 요 내 가슴은 그렇다해도 짚 썰어 황토섞은 담벼락이 그립습니다.
남도 이야기라서 뭉클해진 맘 꽉 잡고 내리긋다 보니 고놈의 달빛 찻집의 茶자나 지워두고 가시지 그냥 가셨능가요.
담양 소식 감사드립니다.
초가집이 정겹긴 하지만 문화재 소장하는 곳으로는...힛^^;;;
차한잔 하려다 그냥 담양에서 유명한 떡갈비 먹으러 갔지요~
담양은 풍경이 정겨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