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아름다운 세상
퇴근시간 무렵에 느닷없이 소낙비가 쏟아졌습니다. 젊은 청년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건물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건물 처마 밑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나마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더 굵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처마 밑으로 들어왔습니다.
“젊은이, 미안하지만 같이 좀 있을 수 있겠소.”
“물론이죠. 제 옆으로 오세요.”
청년은 어깨를 안쪽으로 오므려 몸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께 더 넓은 공간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젊은이, 미안하이. 비좁은데 나 때문에….”
“전 괜찮아요.”
그때였습니다. 신문으로 머리를 덮은 대머리 아저씨 한 분이 처마 밑으로 달려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같이 비 좀 피합시다.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서 비를 맞으면 큰일 나거든요.”
“그럽시다. 서로 양보하며 살아야죠.”
할아버지와 청년은 조금씩 옆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처마 밑이 너무나 비좁은 탓에 청년의 어깨 한 쪽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대머리 아저씨는 청년을 바라보며 미안한 듯 말했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어깨가 다 젖게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청년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전 괜찮아요. 어깨 좀 젖으면 어때요. 비가 곧 그치겠죠.”
그러나 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빗방울이 더 굵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뚱뚱한 아주머니가 비좁은 처마 밑으로 덥석 들어왔습니다.
“……어……어……억?”
그러는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은 얼떨결에 밖으로 튕겨나갔습니다. 청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뚱뚱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뚱뚱한 아주머니는 청년을 외면했습니다. 청년은 하는 수 없이 그냥 밖에 서서 비를 맞았습니다. 어느새 청년의 옷은 다 젖었습니다. 여전히 뚱뚱한 아주머니는 청년을 외면했고, 할아버지와 대머리 아저씨는 그저 안타깝게 청년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청년은 갑자기 길 건너편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5분 정도가 지났습니다. 비는 여전히 장대비처럼 내렸고, 건물 처마 밑에는 할아버지와 대머리 아저씨 그리고 뚱뚱한 아주머니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건물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청년이었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청년의 옆구리에는 3개의 비닐우산이 끼어 있었습니다. 청년은 미소 지으며 그 비닐우산을 내밀었습니다.
“할아버지, 아저씨 그리고 아주머니. 여기서 언제까지 있을 거예요? 이 비는 쉽게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요. 이 우산 쓰고 가세요. 바람이 그리 세지는 않으니까 뒤집히진 않을 거에요.”
비닐우산을 건네받은 세 사람은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뚱뚱한 아주머니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습니다.
“……미……미……미안해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비닐우산을 쓴 세 사람은 청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일까요? 배불리 먹고 난 후에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인 것입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나눈다면 그것은 거래일 뿐 사랑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챙기려 할 때 오늘만큼은 오히려 두 개를 내어주십시오. 그럼 분명히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고 밤하늘의 별빛 또한 유난히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