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콩팥 이상, 빈혈… 가려움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회의, 식사, 대화 시간 등등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작스레 찾아와 우리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가려움, 그걸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불쾌한 느낌”이라고 질병관리청은 건조하게 풀이한다. 가려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질병관리청의 정의만큼이나 건조한 피부이지만, 때론 우리 몸 깊숙한 곳 장기의 이상 또는 정신적 혼란을 반영하기도 한다.
습관 탓에, 나이 탓에 건조해진 피부
피부는 특별한 문제 없이도 습관 탓에, 계절 탓에, 나이 탓에 건조해진다. 잦은 목욕, 과다한 비누 사용, 건조하고 높은 실내 온도는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수분을 앗아간다. 피부 노화도 수분을 줄여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젊을 땐 가려움을 호소하지 않던 사람들도, 나이 들면 수시로 등을 긁게 된다. 습도가 낮은 가을과 겨울엔 더 심하다. 보습제를 하루에 여러 번이라도 부지런히 발라줘야 한다. 샤워 뒤에도 온몸에 보습제를 발라 피부 건조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보습제가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땐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몸에 다른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콩팥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이렇게 쌓인 노폐물들이 피부에 자극을 준다. 가려움증과 함께 손발이 붓는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2) 빈혈 가능성도 있다. 몸속에 철 성분이 부족하면 우리 신경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한다. 어지러움과 가려움을 동시에 느낀다면 빈혈을 의심해본다. 3)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을 때도 몸이 가렵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피부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그럼 피부 표면의 온도가 높아지고, 작은 자극에도 가려움을 느낀다.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갑상선 이상을 점검해야 한다.
심리적인 문제일 때도 있다. 스트레스는 가려움을 느끼게 하는 피부의 신경섬유를 활성화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체내 염증이 증가하면서 부신에 영향을 미쳐 피부를 가렵게 하기도 한다. 명상,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1~2분 참으면 가려움증 사라져
빈혈, 갑상선·콩팥 이상 등이 원인일 땐 질환을 치료해야 하고, 보습이 문제일 땐 수분 공급에 신경 써야 하지만, 긁는 행위 자체를 참는 게 즉각적인 가려움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려움의 악순환을 막는 것이다. 가려움을 느낄 때 우리 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특정 부위에 존재하는 감각신경이 자극받아 활성화되면서 생긴 가려움증 신호가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가려움증 자극이 왔을 때 신경 말단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은 1~2분 뒤면 사라진다. 참으면 참아지는 게 가려움증이란 얘기다. 그러나 가려움증이 동반된 1~2분은 그냥 1~2분과는 다른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도구로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되고, 이후 계속 가려움과 긁는 행위가 반복되는 가려움의 악순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