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름방학도 끝나고 학교는 개학했습니다. 다시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백령도에서 짧게나마 아빠와 지냈던 시간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워요.
포항에서 인천까지 약 6시간,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약 4시간 반, 이동시간만 해도 11시간 가까이 되는 먼 길이었어요. 멀미도 얼마나 했는지 태어나서 그렇게 멀미를 오래해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아빠를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만큼은 무척 기뻤어요.
백령도는 정말 안개가 많이 낀 섬이에요. 앞은 잘 안 보였지만, 안개를 뚫고 아빠를 만난다는 생각에 신이 났어요. 저는 어렸을 때 유독 군복 입은 아빠를 잘 찾아냈었죠. 이번에도 수많은 군인 사이에서 아빠를 금방 찾아냈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아빠와 나. 뭔가 뭉클했고 옛날에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신 아빠가 반갑고 좋아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안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옛날에는 가족들이 다 함께 백령도에서 살았었죠. 그때와는 달리 아빠 혼자 백령도에서 지내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언제 또 같이 사느냐는 제 질문에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잡고 천안함 위령탑에 데려다 주셨죠. 전화할 때마다 아빠는 제가 백령도에 다시 온다면 저를 꼭 이곳에 데려 오고 싶다고 하셨었죠? 솔직히 백령도를 떠나 있는 동안 생긴 천안함 위령탑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아빠 손을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 직접 본 위령탑은 정말 숙연한 마음이 들었어요. 탑을 둘러보고 이 탑이 왜 여기에 생기게 됐는지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아빠가 백령도에 계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백령도에 잠들어 있는 46명의 삼촌들, 이 삼촌들이 NLL과 서북도서를 지켰듯이 누군가는 그 뒤를 이어 이곳을 지켜야 하기에 아빠가 여기 계시다는 것을 그때야 실감했어요. 그 전에는 머리로만 알았지만 이제는 마음으로 알 것 같아요.
아빠, 저도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니 언젠간 아빠를 따라 군복을 입겠죠? 저도 아빠처럼 군복을 입을 때 ‘내가 왜 군복을 입고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근무를 하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마다 항상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며 늘 힘낼게요. 멋진 우리 아빠, 다시 보는 날까지 늘 건강하세요.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삶과 꿈’은 직업군인의 가족들(부모·아내·남편·자녀 등)이 살아가며 경험하고 느낀 즐겁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곳입니다. 사연은 사진과 함께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담당자:02-2079-3816)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