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holyground.tistory.com/257
여성시대 짚차의 엔진과 세단의 매너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에필로그 굿나잇 책방일지

잘 먹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라 생각하는 은섭이,
자신이 운영하는 굿나잇 책방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리는 글.
자신처럼 불면증을 가지고 있어
밤에 깨어있을 불특정 다수(aka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 클럽)에게 쓰는
일기 형식의 이 책방일지가 드라마에 에필로그로 등장하는데


서정적인 드라마의 분위기와 감성을 한껏 살리고,
남주의 숨겨진 마음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처돌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중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아이린이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빌려 갔다.
그녀가 그 책을 좋아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할 수 없겠지.
사실은 그 책의 시리즈 중
패트릭 벤슨의 삽화 버전을 가장 아낀다.
하지만 책들이 듣는 데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책에도 그림에도 귀가 있으니.
밤이 깊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지금 나와 같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는 그녀.
아까는 내 방에 들어와
책상에 놓인 구형 램프를 보고 아름답다고도.
순간 행복해진 나는, 불현듯 덜컥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꽃같은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없어 그저 고마워, 라고만.
언제나 믿을 수 없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독서모임에서 겨울에 어울리는 시와 소설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제법 이 독서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회원들이 읽는 책을 읽곤 한다.
문득 궁금해진 건
그녀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책을 골라야하는 걸까.

내가 이전에 아이린에게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해봄.
모든 첫사랑은 과거완료?
아아,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지금 그녀가 다시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대부분의 첫사랑은 과거완료지만, 나는 예외라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오늘 밤은 작자 미상의 글을 읽고 싶다.
누가 썼는지 몰라 저작권료를 줄래야 줄 수 없는
정말 미안하고 소중한 이야기들.
먼 미래에도 작자 미상의 작품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또 잊는 상실이 존재하는 한.
... 휴, 사실은 좀 정신이 없다. 종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
뭔가 말하고 싶지만 좀 더 생각한 뒤에.

"네가 좋아." 아이린이 내게 말했다.
얼어버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겁의 시간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까.
그녀의 그 말 한 마디에 온 우주는 멈췄고,
나도 멈춰버렸다.
애써 정신을 부여잡고
내 입에서 나온 거라고는 고작,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이 밤이 혹독하다.

혼자일 때 더 잘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하지만, 나라고 욕망이 없을 리가.
산에서 아이린과 키스했다.
하마터면 정신이 나갈 뻔.
더 이상 농담으로 말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하다는 뜻이다.
내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무궁화 기차가 문제였다.
가을이었고, 새벽이었고,
플랫폼엔 단풍나무가 있었고
그곳엔 그녀가 서 있었다.
새벽 기차가 멈춘 곳에 그녀가.
그러니 어떻게 안 반해.
사실 아이린과의 역사는 꽤 깊다.
열 살쯤,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이린이 사내아이인 줄 알았음.
그렇죠.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페이지를 함께 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굿나잇 책방을 열고 처음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실질적으로는 아이린이 리더였고
독서회 회원분들이 애정을 갖고 도와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
추억으로 남겨진 회원들 사진을 보니
얼마나 즐거웠는지 온전히 느껴져서 좀 질투가...
아이린은 지난해 말 내려왔을 때 보다 한결 밝아졌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전보다 잘 웃고 그늘도 옅어짐.
순간순간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이 부시다.

내가 산에 사는 부랑자의 아들이었고
어느 날 버려졌고 양부모님이 키워주셨다는 것.
정작 나 자신은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그걸 아프게 여기길 바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어째서 너는 불행해하지 않지?
너는 뒷산 오두막에서 살던 놈이 아니었던가?
네 아버지는 부랑자였잖아?
…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는 불행하고 슬퍼야 하나?
... 한참 생각해봤지만 아니었다.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

첫댓글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ㅠㅠ
아앗 미친.. 책 주문하는거깜빡했다 지금 당장 사야지
이건 원작소설을 보면 진짜ㅜㅜ
책만 읽었는데 이거 드라마 괜찮아?
응 완전! 원작에 섬세한 서사를 쫙 깔아서 이야기도 인물도 완전 다양하고 풍성해졌어! 책 읽었다면 드라마도 한 번쯤 꼭 봐줘
갬성 쥑이더라 ,,,,
원작읽을때도 이부분 제일 좋아했어ㅠㅠㅠ어쩜 그렇게 술술읽히면서 감성자극 오지게 썼는지 진짜 필사하고 싶을정도
3화까지보고 방금 책 사고 왔다 드라마를 보는데 책읽는 것 같은 느낌
진짜좋아ㅠㅠㅠ
난 원작 진짜 좋아했는데 ㅠㅠㅠ 드라마도 너무좋아 아꺄보는중
삭제된 댓글 입니다.
흑 나는 '내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미쳤어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아! 심지어 표지에 임은섭 지음.. 진짜 처돌이들 죽으라곸ㅋㅋ
내 인생드라마야.. 서로를 이렇게 존중하는 커플은 처음이야.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게ㅜㅜ
진짜 분위기 미쳤어... 나 겨울마다 볼거같아...이 드라마..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절미 처돌이 예 아주 잘 찾아가셨군요 선생님
하루만에 다보고 책도 시켰어 ㅠㅠㅠ 이북 사려다가 부록 주길래 종이책으로 샀어 ㅠㅠㅠ 드라마 너무 좋아 따뜻해
책방일지 에필로그때문이라도 날찾아본다 존좋 존잼
저 에필로그 부분 목소리가 좋으니까 더 좋더라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5 12:4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5 13:27
난 책만 봤는데..이거 블레 대박이겠다 ㅠ
응 메이킹도 양과 질이 완전 역대급이라서 블레 추진만 되면 대박일 거 같아ㅠ 여시도 책 읽었으면 드라마도 함 츄라이 해 봐요 각색 짱짱하게 잘 돼서 이야기 완전 풍성해!
아앗 이거 한겨울에 나왔으면 메가히트일 재질ㅠㅠㅠㅠ
이 드라마 진짜 힐링템 ㅠㅠ
드라마도 책도 안 봤지만 블레가 사고 싶어지네.. 비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