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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191
수호지 제83회-1
그 해에 요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국경을 침범하였는데, 병력을 4로로 나누어
산동·산서·하남·하북 지방을 약탈하였다.
각처의 고을에서는 표문을 올려 조정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표문은 어전에 이르기 전에 먼저 추밀원을 거쳐야 하는데, 추밀사인 동관은
채경·고구·양전과 상의하여 표문을 받고서도 천자에게 아뢰지 않고, 단지 인근
고을에서 군마를 징발하여 구원하게만 하였다.참으로 눈을 퍼서 우물을 메우려는 것처럼,
아무런 성과도 없는 짓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위 숙원경은 네 명의 간신들이 이처럼 천자를 속이고, 또 송강 등을 함정을 빠뜨려
해치려는 것을 알고, 병풍 뒤에서 나와 그들을 꾸짖었던 것이다.숙태위가 천자에게 아뢰었다.
“폐하! 방금 귀순한 송강을 비롯한 108명의 호걸들은 마치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와 같아
죽는 한이 있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그들을 해치려 하십니까? 저들은 지혜와 용기가 뛰어난 자들인데,
만약 성중에서 변란이라도 일으킨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요나라는 10만 대군을 일으켜 국경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각처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표문을 올려 몇 차례 병력을 보내 교전하였으나
마치 개미떼가 끓는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맥없이 당하기만 했습니다.
적의 기세는 대단한데 파견한 관군은 양책이 없어 매번 장병을 잃었는데,
그걸 감추고 폐하께 아뢰지도 않았습니다.
신의 우견으로는 송강의 군마를 변경으로 보내 요나라를 막게 하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공을 세우게 되어 나라에 등용하면 실익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폐하께서 잘 살펴주십시오.”
천자는 숙태위가 아뢰는 말을 듣고서 용안에 기쁜 빛을 띠면서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는데,
모두 옳은 말이라고 대답하였다.그러자 천자는 동관을 비롯한 추밀원 관원들을 크게 꾸짖었다.
“너희 아첨하는 무리들이 나라를 그르치는구나! 어진 이를 헐뜯고 유능한 자를 질투하여
그 길을 막고 교묘한 말로 꾸미기만 하니 조정의 대사를 모두 망치는 것 아니냐!
이번에는 그 죄를 용서하겠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마라!”
천자는 친히 조서를 써서 송강을 파요도선봉(破遼都先鋒)에 노준의를 부선봉에 임명하고,
그 외의 장수들은 공을 세운 후에 관작을 내리겠다고 하였다.
천자는 태위 숙원경에게 조서를 내리고 직접 송강의 군영으로 가서 읽으라고 하였다.
천자가 퇴청하자 백관도 모두 해산했다.
천자의 명을 받은 숙태위는 곧장 송강의 군영으로 가서 조서를 읽어 주었다.
송강 등은 향을 피우고 조서를 영접하였으며, 조서를 듣고 나서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송강은 숙태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말했다.
“저희들이 바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힘을 쓰고, 공을 세워 충신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태위께서 힘껏 천자께 아뢰어 주시니 그 은혜가 부모와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양산박에 있는 조천왕의 위패도 안치하지 못했고, 저희의 가족들도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못했습니다. 산채의 성벽도 아직 허물지 못했고, 전선(戰船)도 끌고 오지
못했습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태위께서는 천자께 아뢰어, 열흘간의 말미를 주십시오. 그리하면
산채로 돌아가 못다 한 일을 마저 마무리하고, 마필과 무기 등을 정돈하여 진충보국
(盡忠報國)하겠습니다.”숙태위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돌아가 천자께 아뢰었다.
천자는 성지를 내려, 창고에서 황금 1천 냥, 은 5천 냥, 비단 5천 필을 내어 장병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였다.태위는 하사품을 수령하여 송강의 군영으로 가서 가족이 있는 자는
가족에게 주어 종신토록 편히 살게 하고, 가족이 없는 자는 본인에게 주어 쓰게 하였다.
송강이 조칙을 받들어 감사 인사를 한 다음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숙태위는 조정으로 돌아가면서 송강에게 분부하였다.
“장군은 산으로 돌아갔다가 빨리 돌아오고, 먼저 사람을 내게 보내 알려주시오.
늦지 않도록 하시오!”송강은 두령들을 모아 산채로 돌아갈 사람들을 정했다.
송강이 오용·공손승·임충·유당·두천·송만·주귀·송청 그리고 완가 삼형제와 마보수군
1만여 명을 데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나머지 인마는 모두 노준의가 거느리고 경성 밖에 주둔해 있기로 했다.
송강은 오용·공손승 등과 함께 양산박으로 돌아가 충의당에 좌정하였다.
가족들은 모두 행장을 수습하여 떠날 준비를 하게 하고, 한편으로 돼지와 양을 잡고
향촉과 지전을 준비하여 조천왕에게 제사를 올린 다음 위패를 불태웠다.
가족들은 각각 수레를 타거나 말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송태공과 집안사람들도
모두 운성현 송가촌으로 돌아가 양민이 되었다.
완가 삼형제는 쓸 만한 배들을 가려내고, 나머지 작은 배들은 부근 주민들에게 나눠 주었다.
산에 있는 집들은 주민들이 마음대로 헐어서 가져가게 하고, 세 관문과 성벽 및 충의당
등은 모두 헐어 버렸다.이렇게 모든 사무를 정리한 다음 인마를 수습하여 경성으로
돌아갔다.경성에 당도하자 노준의가 영접하였다.
먼저 연청을 숙태위에게 보내 대군을 거느리고 요나라를 치러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숙태위는 연청에게 보고를 받고 궁으로 들어가 천자에게 아뢰었다.
다음 날 숙태위는 송강을 무영전으로 인도하여 천자를 알현하게 했다.
천자는 용안에 기쁜 빛을 띠며 술을 하사하고 옥음으로 말했다.
“경들은 길이 멀다고 사양하지 말고 군마를 이끌고 가서 과인을 위하여 요나라를 격파하라.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오면 짐이 중용할 것이다. 장교들에게도 공에 따라 관작을 내릴 것이니
경들은 태만하지 말라.”송강이 머리를 조아리며 칭사한 다음 공손히 아뢰었다.
“신은 비천한 관리로서 잘못 죄를 짓고 강주로 유배 갔습니다. 술에 취해 미친 소리를
지껄이다가 저자거리에서 참형을 받게 되었는데, 여러 형제들이 구해 주었습니다.
도피할 곳이 없어 마침내 양산박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미천한 목숨을 부지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지은 죄악으로도 만 번 죽어 마땅한데, 성상께서 관대하게 용서하고 거두어
주셨으며,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 죄까지 사면해 주셨습니다.
신이 비록 간담(肝膽)을 다 바친다 한들 어찌 황상의 은혜에 다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명을 받들었으니 힘을 다하여 충성하고 죽음을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다시 어주를 내리고, 황금까치를 그린 활과 화살, 명마 한 필,
안장과 고삐, 보검 한 자루를 하사하였다.
송강은 고개 숙여 사은하고 궁을 나와 천자가 하사한 보검, 활과 화살, 명마를 가지고
본영으로 돌아왔다.송강은 장병들에게 출발 준비하라는 명을 내렸다.
한편, 휘종천자는 다시 숙태위에게 명을 내려 중서성의 관원들로 하여금 송강의 삼군을
위로하게 하였다.각 군사들마다 술 한 병과 고기 한 근을 지급하되 결코 잘라먹지 말라고
하였다.중서성에서는 명을 받고 밤새도록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관원 둘이 송강의 영채로
가지고 갔다.한편, 송강은 삼군에 명을 내린 후 군사 오용과 상의하여 군마를 두 길로
나누어 출병하기로 하였다.
오호장(五虎將) 관승·임충·진명·호연작·동평과 팔표장(八驃騎將) 화영·서녕·양지·삭초·
장청·주동·사진·목홍이 군사를 이끌고 먼저 나아가고, 열 명의 표장(彪將)이 뒤를 잇게
하였으며, 송강·노준의·오용·공손승은 중군을 거느리기로 하였다.
수군두령 삼완·이준·장횡·장순은 동위·동맹·맹강·왕정륙과 소두목들을 거느리고
전선을 타고 채하에서 황하로 나와 북쪽으로 진격하기로 하였다.
송강은 삼군을 재촉하여 진교역 대로로 나아가면서, 장병들에게 명을 내려 주민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한편, 중서성의 두 관원은 진교역에 와서 술과 고기를 나누어주며
삼군을 위로하였다.
그런데 이 관원들도 탐욕이 끝이 없어 천자가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술과 고기를
잘라먹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모두 아첨만 일삼고 뇌물을 탐하는 인간들인지라
천자가 하사한 술은 반 병을 떼어먹고, 고기는 1근에서 여섯 냥씩 잘라먹었다.
전군에게 먼저 술과 고기를 지급한 다음 후군의 한 부대에 지급할 때였다.
이 부대는 모두 검은 갑옷을 입고 검은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항충과 이곤이 거느린
방패를 든 군사들이었다.그들 가운데 한 장교가 술과 고기를 받아 보니 술은 반 병이요
고기는 열 냥밖에 되지 않았다.장교가 관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했다.
“너희들 사리사욕만 탐하는 무리들이 조정에서 내린 상까지 해쳐먹는구나!”
관원이 소리쳤다.“우리가 왜 사리사욕을 탐하는 무리란 말이냐?”장교가 말했다.
“황제께서 술 한 병과 고기 한 근을 하사하셨는데, 네놈들이 잘라먹었잖아! 우리가 괜히
말다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네놈들이 너무나 도리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네놈들은
부처님 얼굴에서도 금을 벗겨먹을 놈들이다!”관원이 꾸짖었다.
“네놈은 간도 크구나! 살을 발라 죽여도 시원찮을 도적놈이 양산박에서 품었던 역심을
아직 고치지 못했구나!”장교는 크게 노하여 술과 고기를 관원의 얼굴에 내던졌다.
그러자 관원이 소리쳤다.“저 발칙한 도적놈을 잡아라!”
장교가 방패에서 칼을 빼들자 관원이 손가락질 하며 욕을 했다.
“더러운 도적놈이 칼을 뽑아들고 감히 누굴 죽이겠다는 거냐?”장교가 말했다.
“내가 양산박에 있을 때는 너보다 더 대단한 놈들도 수없이 죽였다. 네까짓 도적 같은
관리 놈은 좆도 아니다.”관원이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장교는 한 발 다가가더니 칼을 들어 관원의 얼굴을
베어 버렸다.관원이 칼을 맞고 쓰러지자 곁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모두 달아났다.
장교는 쓰러진 관원에게 다가가 다시 칼로 몇 번을 내리쳐 완전히 끝장을 내버렸다.
여러 군사들이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항충과 이곤이 나는 듯이 달려가 송강에게 보고하자 송강은 깜짝 놀라 오용과 상의하였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오용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서성의 관원들은 우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났으니 저들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그 장교를 참수하고,
중서성에 보고하는 한편 군대를 멈춘 채 죄를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종과 연청을 급히 숙태위에게 보내 이 일을 자세히 알리고, 숙태위로 하여금
천자께 먼저 사정을 아뢰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서성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송강은 말을 타고 진교역으로 갔다.
그 장교는 시신 옆에 서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송강은 역관에서 술과 고기를 가져오게 해서 삼군을 위로하고, 그 장교를 역관으로 불러
사정을 물었다.장교가 대답했다.“그놈이 말끝마다 양산박 반적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살을 발라 죽여도 시원찮은 도적놈들이라고 욕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성질이 나서
그만 죽여 버리고 말았습니다. 장군께 죄를 청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는 조정의 관원이라 나도 그를 두려워하거늘 너는 어찌하여 그를 죽였단 말이냐!
이 일은 반드시 우리 모두가 연루될 것이다.우리가 방금 요나라를 격파하라는 조칙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촌공도 세우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장교가 고개를 숙이고 죽여 달라고 하자, 송강은 울면서 말했다.
“내가 양산박에 올라간 이래 여러 형제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죽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조정에 묶인 몸이 되어 촌보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구나.
네가 예전 성질을 억누르지 못하고 함부로 성질을 부리면 어찌하겠느냐?”장교가 말했다.
“그저 소인을 죽여주십시오.”
송강은 장교에게 술을 잔뜩 먹여 취하게 한 다음 나무에 목을 매달게 하였다.
숨이 끊어지자 끌어내려 참수하게 하였다.관원의 시신은 관에 넣어 문서와 함께 중서성
으로 보냈다.한편, 대종과 연청은 몰래 성안으로 들어가 숙태위의 부중을 찾아갔다.
자세한 사정을 얘기하자 그날 저녁 숙태위는 궁에 들어가 천자에게 아뢰었다.
다음 날 황제가 문덕전에 나와 조회를 열자 중서성 관원이 출반하여 아뢰었다.
“새로 투항한 송강의 부하 병졸이 술과 고기를 나눠주러 간 중서성 관원을 죽였습니다.
그놈을 붙잡아 심문해야 합니다.”천자가 말했다.
“과인이 너희 중서성에 일을 맡기지 않았어야 했는데, 잘못 맡겼다. 그리고 너희들이
사람을 잘못 써서 결국 이런 사단을 야기하고 말았구나.
군사들에게 상으로 내린 술과 고기를 그렇게나 많이 잘라먹었으니 군사들에게는
유명무실(有名無實)이 되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더냐?”
“폐하께서 하사하신 물건을 누가 감히 잘라먹었겠습니까?”천자가 진노하여 소리쳤다.
“과인이 이미 몰래 사람을 보내 감찰하게 하여, 자세히 알고 있다. 너희들은 아직도
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로 짐을 속이려 하느냐!과인이 내린 술은 한 병이 반 병이 되었고,
고기는 한 근이 열 냥이 되어, 장사가 분노하여 피를 보게 된 것이다!”천자가 다시 물었다.
“그 범인은 어디 있느냐?”
“송강이 이미 참수하여 군사들에게 내보이고, 저희 중서성에 알려왔습니다.
지금 병력을 머물러 두고 죄를 청하고 있습니다.”
“송강이 이미 범행을 저지른 군사를 참수했다면 군사들을 엄하게 다스리지 못한 죄를
일단 기록해 두었다가 요나라를 격파하고 돌아오는 날 공에 의거하여 처리할 것이다.”
중서성 관원은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천자는 성지를 내려 송강이 빨리 출발하도록 재촉하고, 참수된 장교는 진교역에 효수하라고
하였다.한편, 송강은 진교역에서 병력을 세우고 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천자가 보낸
관원이 와서 진격하여 요나라를 정벌하고 죄를 지은 장교는 효시하라는 칙명을 전하였다.
송강은 천자에게 사은하고, 장교의 수급은 진교역에 매달고, 시신은 매장하게 하였다.
송강은 한바탕 통곡을 하고 나서 눈물을 흘리며 말에 올라 북쪽을 향하여 진군하였다.
매일 60리를 행군하여 영채를 짓고 쉬었는데, 지나가는 고을마다 추호도 백성을 범하지 않았다.
- 19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