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1.07.31 03:26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창업 15년 만에 한국 최고 부자가 됐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김 의장의 보유 자산은 135억달러(약 15조5000억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3억달러(약 14조1000억원)를 추월했다. 카카오 주가가 올해만 91% 급등한 결과다. 자수성가형 기업가가 당대에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것은 정주영·김우중 시대 이후 수십 년 만의 일이다. 갈수록 부(富)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신분 상승이 힘들어지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롤 모델이 됐다. 재벌의 경제적 지배력이 압도하는 한국 경제에선 중소기업이 성장할 만한 입지가 좁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면서 청년 사이엔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자포자기가 만연해있다. ‘수저계급론’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까지 나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자수성가 창업자들이 줄줄이 부자 최상위권에 올라있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도 ‘흙수저’ 출신의 최고 부자가 탄생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김 의장은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고 종잣돈 몇백만원으로 PC방을 차리는 것을 시작으로 기업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남보다 앞서 모바일 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간파하고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만들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배경 없이 오로지 혁신 능력과 기업가 정신만으로 굴지의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을 만든 것이다. 김 의장처럼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올라타 성공하는 기업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또다른 흙수저 성공 신화의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등이 그 예다. 이 신흥 기업가들 중에는 축적한 부를 세습하기보다 사회에 환원하는 새로운 기업가상을 만드는 사람들도 나온다. ‘선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한국형 자본주의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