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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송 종 태
인연이란 무엇인가, 살다가 정이 들면 인연이라 하는가, 숙명처럼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 부르는가. 덩그러니 홀로 나동그라진 세상에서 새 친구를 만났다. 때론 아내 같고, 때론 스승 같은 진솔한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위안이요, 감치는 행복이다. 새 친구를 만나고부터 인생이 무언지 시나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날엔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줄을 몰랐고, 걸레 한번 잡아 본 적도 없는 그런 못난 사람이었다. 처음 밀대 질을 할 때엔 맨손으로 죽을힘을 다해 바닥을 닦았다. 손이 부러 트고 밤이면 양손이 마비되어 잠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고는 하였다. 화장실을 청소할 때는 엉덩이를 한사코 뒤로 빼고, 코를 쥔 채 엉거주춤 솔질하면서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나 싶어, 도망칠 생각만 하였다. 청소를 해보지 않았을 때는 아내의 고마움도 알지 못했다. 방을 훔치고 있는 아내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툭툭’ 치며 “아줌마가 다 됐네!” 하며 비아냥대던 그런 모자란 사람이었다. 새 친구를 통하여 마음을 도스르고 겉치레뿐이던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새 친구인 고무장갑을 끼고 나면 더럽다는 고정관념이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복싱 선수가 글러브를 끼고 사각의 링에 선 모습처럼 당당하였고, 세상과 맞설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음식물을 토해 놓은 지저분한 상황에도, 묽은 변이 변기 밖으로 너저분하게 얼룩져 냄새를 풍겨도, 고무장갑만 끼면 만사형통이다. 두려움도, 더러움도 모두가 해결된다. 그럴 때마다, 고무장갑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고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에 측은한 마음마저 갖기도 한다. 밀대로 바닥을 닦을 때도 고무장갑을 끼고 나면 자루에 밀착되어 제대로 힘이 들어가고 일에 대한 두려움도 멀리 사라져버린다. 고무장갑은 아내처럼 겸양하다. 온종일 궂은일을 도맡아 해 놓고도 조금도 생색을 내는 법이 없다.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먼지는 물론이고, 케케묵은 찌든 때를 닦아내고도 시침 뚝 따고 시렁에 올라 벌렁 드러누워서 잠든 양 쉬고 있다. 왼쪽 오른쪽 중 어느 한 쪽 장갑만 일을 시켜도 절대 투덜대는 법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오른쪽만 일을 시키다 보면 힘에 겨운지, 상처가 나고 구멍이 뚫려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면서 소리도 없이 소녀처럼 운다. 그럴 때면 옆에 있던 왼쪽 고무장갑이 다가와 홀라당 옷을 까뒤집어 교대해준다. 다시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어 임무수행을 해낸다. 의기투합한 살신성인의 투혼이다. 고무장갑은 스승처럼 의연하다. 하수구가 막혀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하면 ‘뭘 하고 있어! 내 손가락을 막힌 구멍으로 집어넣지 않고,’ 멀뚱히 서 있는 나를 재촉하여 이끌어 간다. 라면찌꺼기, 머리카락, 김치쪼가리가 나오고 때론 동전도 나온다. 맨 나중에 고무장갑은 커다란 칫솔 하나를 끄집어내며 소리친다. “드디어 걸렸다, 대어가 걸렸어,”하며 껄껄 웃어댄다. 웃어대는 품새가 흡사 중학 시절 모 선생님 웃음처럼 호탕하다. 욕심 많은 사람들이 무한정 만들어 내고, 무작정 사들이고, 그러다 시들해지면 이 구석 저 구석 처박아 놓거나 이리저리 궁굴리다가 쓰레기통에 우르르 쏟아낸다. 온갖 잡동사니를 따로 거두는 몫도 고무장갑이다. 이쪽저쪽으로 골라내다 보면 별의별 것이 다 나온다. 우수수 쏟아지는 담배꽁초는 그나마 양반이다. 코를 풀어놓은 건지, 가래침을 뱉은 건지, 끈끈한 타액이 고무장갑에 들러붙는다. 그래도 불평 없이 수행자처럼 제 일을 하고 제 길을 간다. 얼굴은 새까맣게 분칠을 하고 쨍쨍하던 몸뚱어리가 흐느적이도록 만신창이가 되어도 뚜벅뚜벅 광야를 향하여, 설산을 향하여, 세상을 향하여 걸어간다. 고무장갑은 무언의 실천가다. 동트는 아침이면 제일 먼저 바스락대며 기지개를 켜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 뒤, 귀중중한 장소나 물건을 훔치고 걷어낸다. 어쩌다 내가 짜증이라도 낼라치면 ‘참아, 자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는 거라네!’ 달래고는 한다. 나 하나의 수고가 많은 사람에게 상쾌함을 선사하고 일그러진 일상을 향기롭게 가꾸는 꽃가게 주인처럼 하루의 아침을 상큼 하게 열어젖힌다. 고무장갑은 친구요, 지극한 아내요, 희생을 강요당하던 어머니요, 구원의 길을 걷는 구도자다. 이제야, 아내의 마음을 읽고 어머니의 일생을 본다. 삶이란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고 나니, 먼 산자락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지막한 예배당 종소리에 머리 숙여 묵도를 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밀대를 밀면서 콧노래를 부르면 세상을 닦아내는 나는 어느덧 해탈한 구도자(求道者)가 되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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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후반, 송종태 회원님 수상을 축하 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메마른... 버려진 들판에 핀 작은 제비꽃 같은 작은 삶입니다.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잘 해볼께요.
송종태 수필가님 수상을 축하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마음같아서는 존경하옵는 회장님께 응석떨며 후학으로써 조언도 듣고 싶은데... 저는 푸른솔 문학 행사에 한번 참석도 못하는 그런 신세라서 문우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저의 진짜 모습을 한번 보여주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바람만 부는 겨울이 지나가듯 저에게도 꿈결같은 봄이 오겠지요. 그 날을 기다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철학이 별거인가요.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진리를 글 속에서 봅니다
저 또한 현장에 다니면서 여러 근로자틀을 지켜봅니다
정갈하신 송종태 선생님
제마음 속 더러운 때를 씻겨내시는 것 같아서
이른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고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존함을 제가 모르고 있었습니다. 먼저 죄송하고요. 왕자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어여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히 써서 올린 글이라서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근로 감독관으로 계시는가 보군요. 많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왕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신 결과가 나왔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정진하셔서 더 큰 상 받으시기 바랍니다.
정선생님, 격려 감사합니다.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항상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선생님께서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송종태선생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하셨는지요. 고무장갑 예찬론자가 되셨군요. 선생님은 진정한 애처가십니다.
내내 행복하십시오...
장회장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쉽게 쓴 글이라서 부끄러워 감추려고 했다가 작은 상일지라도 기분이 좋아서 ㅎㅎㅎ
꺼내 놓았습니다. 장회장님도 화이팅~~.
부단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충대수필반의 저력이 발휘되엇어요 짝작짝
에공~~. 국장님도...
아직 전 더 공부해야해요.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충고로 알고 앞을 보며 뛰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송종태 선생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이정숙선생님 고마워요.러운 글입니다.
하지만 관심 주시는데... 더 분발하겠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엄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직 설익은 글이라서...좀 쑥스러워요.
수상을 감축드립니다. 이 기쁨! 오래 가기를 빕니다
지석동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도 글 열심히 쓰시는지요. 격려 감사합니다.
간편히 쓰는 글이라서 급히 써서 출품했었어요, 부족한게 너무 많습니다. 열심히 더 공부하겠습니다.
수상작 글이 어디 있나 궁금했습니다. 이제서야 봅니다. 우선 수상하심을 왕 축하 드립니다.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우리 가족이라 기쁘고 푸른솔의 영광입니다. 많이 부럽기도 합니다. 수상작 답게 주제도 뚜렷하고 표현력도 좋습니다. 참 기쁩니다.(근디...상금은 없는감여? 꿀~떡..ㅋ)
헤헤~~. 상금요? 이번 상금은 제 것이 아닌 것 같아 옆지기에게 생일 선물로 주기로 했어요. 푸른솔에 기증하려고도 생각했는데 순서가 대빵 마눌에게 바치는 것이 앞으로 글 쓸때 편할 것 같아서리...ㅎㅎㅎ
상금은 얼마 않돼요, 일백만원 입니다. 금상은 일백오십이구요. 그런데 제 근무처가 산업단지공단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곁다리로 출품했었어요, 다행히 빼지는 않았네요. 푸른솔에 도움이 되지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음 기회를 고대하면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큰일을 해내셨군요. 더욱 정진하셔서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부탁드립니다.^^
강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년초에 만나 좋은 대화 나누고 다시 한번 수필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남과 대화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우들과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해야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언제 함께 하는 시간이 오길 고대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리고요. 내년엔 좀더 나은 수필을 써봐야지하고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건팰하세요.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요즈음 날씨 일교차가 큼니다. 감기조심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노교수님, 잘 계셨는지요. 진정한 삶에 대해 생각할 수있는 자리를 함께 하면서 선배님들의 생을 배웁니다. 아직 설익은 글입니다만 용기 잃지 않고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송송태 선생님 수상작을 보니 반갑습니다. 다시 축하드립니다.
고무장갑낀 자상하신 가장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감상 잘 하였습니다.
부족한 글입니다. 하지만 수필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는 기쁨은 큼니다. 고선생님처럼 고고하신 선생님을 뵈면 항상 머리 숙여집니다. 더 열심히 하여 좋은 글을 쓸수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글 잘읽었어요 어쩜 이렇게 표현이 풍성하시고 자상하십니까 선생님의 글은 항상 섬세하시고 정이 넘치심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오셨네요, 연선생님. 큰일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조그마한 상 하나 받았습니다.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인 것 같습니다. 혜연선생님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지네요.
하지만 부족한 곳이 많은 글입니다. 쑥스럽지만 저 같은 사람도 상을 받았으니 우리 문우님들 힘내셔서 우리 푸른솔이 전국의 유명
수필 산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큰일 준비 잘하시구요...
송강선생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역시 수상하시는 일 내실 줄 예견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너무 잘 쓰셨다를 연발했었으니까요. 하찮은 고무장갑을 이리도 멋지게 잘도 표현하심에 또한번 놀랍니다. 고무장갑은 무언의 실천가다. 동트는 아침이면 제일 먼저 바스락대며 기지개를 켜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 뒤, 귀중중한 장소나 물건을 훔치고 걷어낸다. 어쩌다 내가 짜증이라도 낼라치면 ‘참아, 자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는 거라네!’ 달래고는 한다. 나 하나의 수고가 많은 사람에게 상쾌함을 선사하고 일그러진 일상을 향기롭게 가꾸는 꽃가게 주인처럼 하루의 아침을 상큼 하게 열어젖힌다.
오늘 여의도에 가서 상받고 친구들 만나고 이제사 막 당도해 선생님 글 읽습니다. 선생님 댓글이 안보여 궁금했어요. 훌륭하신 선생님들께서 함께 하시니 이몸 감사할 뿐입니다. 선생님! 어디가나 경상도가 판치데요, 이제 저희 충청이 일 한번 내봅시다요. 선생님 화이팅해요~~, 감사하구요.
뒤늦은 축하인사를 보냅니다.
선생님 축하합니다. 해내셨군요. 한방 터트릴 조짐이 보였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더 크게 더 아름답게 성장하시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아자 아자 아자!
고회장님, 항상 바쁘신 우리 고운 선생님.
늦게 오시면 어때요, 연세를 불문하고 열정이 대단하신 우리 선생님. 힘드시면 제 어깨 빌려드릴께요. ㅎㅎ
한방은 무슨 한방요, 전 아직 멀었어요. 표준형 글을 써서 문단에서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쉽지 않군요.
선생님께서 먼저 길을 터주세요. 그 다음에 갈께요. 항상 고마움,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건필하시구요.
송강 선생님. 요즘 대단한 소식만 들려주시네요. 반갑고 또한 축하드립니다.
수상작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주 달관된 수필이십니다. 그동안 눈부신 발전에 축하드립니다.
상금도 아주 많이 받으셨네요. 사모님께서 엄청 좋아 하셨겠습니다. 행복하신 작가십니다.
김회장님, 반갑습니다. 요즘은 오전반으로 가셔서 뵙지를 못하네요. 후덕하고 젊음이 숨어나는 선생님을 뵙지 못하니 안타까워요.
너무 과찬의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제가 어찌 감히...전 아직 멀었어요. 푸른솔 선배 작가님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예까지 왔지만. 글쎄요, 수필은 정말 어렵고 멀고먼 수행자의 길과도 같군요. 지금껏 잘 참아오시고 길을 열어주시는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신출레기 지망생도 이렇게 용기를 내어 뒤꽁무니 따라갑니다. 많이 아껴주세요. 그리고 선생님의 문학상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더 좋은 작품 고대할 께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무장갑과 동거동락하지 않으면 써 낼 수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체험이 그대로 반영된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구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 미흡한 글입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주제가 일에 대한 상상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원고지 매수 10매 내외였구요. 요즘은 짧은 글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제의 선명함이 읽는 독자를 편하게 하는 듯 합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