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윤리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1124/110425696/1
증오에서 증오를 배우는 사람이 있고 사랑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이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증오에서 사랑의 윤리를 캐낸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초등학교에서는 일등을 하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국기를 게양했다. 그런데 데리다의 차례가 됐을 때 다른 학생이 그 일을 대신했다. 그가 유대인이어서 그랬다. 그 일만이 아니었다. 식민정부는 유대인 학생들을 제한하기 위한 할당제를 실시했다.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반으로 줄였다. 그의 표현대로 “검고 매우 아랍인 같고 키 작은 유대인”이었던 그가 1942년 10월에 중학교에서 쫓겨난 이유다. 이듬해 4월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으니 불과 몇 개월이었지만 그 일은 열두 살짜리 소년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가 철학자가 되어 말하고 쓴 모든 것에 그 상처가 남았다. 조금 과장하면 그 상처가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상처는 그에게 증오에 대한 맞대응을 가르치지 않았다. 원한이나 열등감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자민족 중심주의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것이 가르친 것은 타자에 대한 환대의 정신이었다. 그가 진정한 환대는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라면서,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환대하자고 얘기한 것도 그 상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대인인 그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분개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수난을 당한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을 수난으로 몰아넣는 모순과 위선을 싫어했다.
그는 상처를 윤리학의 초석으로 삼은 따뜻한, 정말이지 따뜻한 철학자였다. 오죽하면 모든 사유가 그 상처에서 연유한다고까지 말했을까. 그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상처에 약을 바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나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치유는 치유의 거부에 있었다. 그릇이 큰 사람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빛viit명상
침향나무처럼
침향은 침향나무 aquilaria crassna에서 생성된 것으로
야생 동물이나 곤충, 조류 등에 의해 상처를 입은 침향나무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수지이다.
침향 수지는
세상에서 가장 이로운 물질이다.
해害를 입으면
복수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
해害를 입고도
선행으로 세상에 갚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우리 모두 침향나무의
마음을 닮으면 어찌 될까?
출처 : 빛viit향기와 차茶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50
상처를 준 상대와
상처받은 자신을
모두 용서하라
당신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을 아는가?
한 노파가 자신의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사형수를 면회하고자 수녀를 찾아온다. 하지만 수녀는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노파가 말한다.
“수녀님 내가 나쁜 짓 하려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시간이 더 지나 나라에서 그놈을 덜컥 죽여 버리기 전에 만나고 싶다구요. 이 늙은이가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 가서 내가, 이놈아 네가 죽인 그 여자 에미다! 하고 … 그렇게 말하고는, 그놈을 용서해 주고 싶어요 ….”
노파는 자신처럼 사형수가 고아라는 사실에 연민을 느낀 것이다. 사형수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그렇게 한다고 딸이 살아 돌아올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당신은 이처럼 용서할 수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종교 경전마다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용서’이지만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게 ‘용서’이다. 하지만 용서를 하지 않고서는 빛viit명상에서 중요시하는 마음가짐인 ‘순수’로 돌아갈 수 없다.
당신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남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바로 자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해서 해야 한다. 용서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남에 대한 배려도 자기 치유도 요원하다.
학회장님은 용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슴에 와 닿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용서에 인색한 근본적인 원인은 나 자신이 얼마나 용서 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남을 용서하고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용서 앞에 나 자신이 먼저 겸허해져야 합니다.”
비폭력, 무소유의 공동체 ‘브루더호프’를 이끄는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서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다. 용서는 아픈 과거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며 모든 악을 이겨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받는 사람 둘 다 회복시켜준다. 사실 인간들이 막지만 않으면 용서를 통해 얼마든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용서를 지나치게 막아왔다. 용서의 길로 가는 열쇠는 우리 손에 있다. 그 열쇠를 삶에서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용서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빼앗긴 조국 티베트 해방을 위해 헌신하는 한편, 티베트인을 짓밟는 중국인을 용서했다. 그는 적을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영적 성장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용서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용서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나갈 수 있게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을 포함해, 용서는 그들과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와는 상관없이, 세상 모든 존재는 우리 자신이 그렇듯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그러면 그들에 대한 자비심을 키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용서의 문을 들어 갈 수 있을까?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마음』에서는 용서의 다섯 단게를 이렇게 소개한다. 다섯 단계는 미국 버지니아대 에버레트 워딩턴 교수가 만든 ‘REACH’로 다음과 같다.
Ⓡ 상처를 다시 기억해낸다 (recall the hurt)
상처는 부인하지 말고 기억해내야 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감정이입(empathize)을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이란 입장을 바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동정심을 느끼고, 연민이 생기고 심지어 사랑이 생기는 것까지 포함한다. 사랑하는 것은 말하기는 쉬워도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단계의 사람들은 자신이 용서해야 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보기까지 적게는 4~5시간, 많게는 20시간 걸리기도 한다.
Ⓐ 용서는 애타적(altruistic)선물이다
애타심의 장점은 용서를 함으로써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록 상처를 입었지만 타인을 축복할 수도 있는 것이 용서가 주는 선물이다.
Ⓒ 당신이 경험한 용서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commit)
사람들이 전념하는 것은 많다. 용서하려고 전념하고, 용서하려는 결정을 내리려고 전념한다. 그리고 감정적 용서를 경험하면 “이만큼의 감정적 용서를 했어요.” 라고 말하면서 결심을 바꾸지 않으려고 전념한다.
Ⓗ 용서를 했는지 의심이 들 때마다 용서를 붙잡고 있는(hold on) 것이다
누군가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는데도 그를 용서하려고 많이 노력했기에 다음날 그를 보면 “당신을 용서 했어요.”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상, 용서의 다섯 단계는 상처를 회상하고(R),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고(E), 용서라는 애타적 선물을 주고(A), 당신이 경험하는 용서에 전념하고(C), 붙잡고 있는 것이다(H). REACH를 통해 당신의 진정한 용서를 기대해 본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홉 살 때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짐으로써 당당히 성공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녀는 상처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용서를 권한다.
용서란 상대방을 위해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고 결코 상대방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도 아닌 내 자신이 과거를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용서란 말은 그리스어로 ‘놓아버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고 과거에만 머물러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에요.
여러분 놓아버리세요. 그리고 용서하세요. 나 자신을 위해….
출처 : 해독제 2012년 7월 7일 초판 1쇄 P. 162~166
감사합니다
귀한 빛의 글 볼수있게해주셔서 진심으로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큰 그릇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
귀한 글 감사의 마음으로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