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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인도, 베트남, 한국간 양자 외교 관계는 지난 수년간 크게 확대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 총 교역량은 2010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696억 원)에서 2020년 128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7조 1,522억 원) 그리고 2022년 865억 달러(한화 약 115조 4,602억 원)로 크게 증가했고 (<표 1> 참조) 양국은 상호 주요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2020년, 베트남은 한국의 3대 수출국이자 5대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수년간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 지위를 유지하였으며, 1992년 이래 신고된 자본금만해도 700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한국과 인도 무역도 2020~2021년 168억 달러(한화 약 22조 4,246억 원)에서 크게 증가하여 2021~2022년 278억 달러(한화 약 37조 1,158억 원)를 기록했다(<표 2> 참조). 한국의 대(對)인도 투자는 (2010~2021년 40억 달러) 인도의 대(對)한국 투자 대비 4배 정도 더 많다.
<표 1> 한국-베트남 양자 무역 (10억 달러)
자료: UN Comtrade 및 베트남 세관공사 데이터 저자 재가공
<표 2> 한국-인도 무역(백만 달러)
자료: 세계은행 WITS,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데이터 저자 재가공
마찬가지로, 인도와 베트남 간 양자 원자재 교역 규모 또한 2000년 2억 3,000만 달러(한화 약 3,07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2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조 6,721억 원), 2022년 150억 5,000 달러(한화 약 20조 961억 원)로 크게 증가했다(<표 3> 참조). 주목할 점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인도-베트남 무역이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는 것이다. 투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2021년 12월 기준 인도는 313개 프로젝트, 총 등록 자본금 9억 1,041만 달러(한화 약 1조 2,153억 원)로 베트남에 투자하는 140개 국가 및 지역 중 2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도의 평균 프로젝트 규모는 개별 프로젝트 당 29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로, 프로젝트 당 1,180만 달러(한화 약 158억 원)인 베트남 국가 평균 프로젝트 규모보다 작다.
<표 3> 인도-베트남 무역(백만 달러)
자료: 세계은행 WITS, 베트남 세관공사 데이터 저자 재가공
본고는 한국-베트남-인도 3국의 현재 경제 관계, 각 국의 협력 우위 및 수요, 기타 외부 요인들을 분석하여 3국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고에서는 3국의 협력 전망을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재편의 맥락에서 3국 간 생산 네트워크 및 공급망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한국 다국적기업(MNEs, Multinational Enterprises)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다. 두 번째, 한국과 인도가 베트남 투자 프로젝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 디지털 경제에서 3국의 협력 전망을 분석한다. 세 번째, 한국-베트남-인도 간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s) 체결 필요성 및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 베트남, 인도는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VKFTA, The Vietnam-Korea Free Trade Agreement) 등 3개국 중 2개국 간 양자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3국 간 지역 통합은 전무한 실정이다.
생산 네트워크 및 공급망에서의 3자 협력
한국, 베트남, 인도 간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3자 협력 전망은 밝다. 중국은 기업 활동을 하기에 점차 위험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미-중 경쟁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과 인도의 지리적 근접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우호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정책, 탄탄한 인적 유대관계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인도에 지역 사무소와 제조 허브를 이전해 설립하기에 매력적인 유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회원국들은 인도의 중간재 주요 수입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의 생산 기지를 인도와 연계하여 아시아 전역의 GVC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한국과 인도는 이러한 잠재력을 공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에 본 고에서는 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MNE가 베트남 및 인도와 공급망을 구축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분석한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의 무역 활동과 GVC참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전자 및 반도체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이 두드러진다. 베트남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10월 초, 한국의 주요 전자 기업인 LS 일렉트릭(LS Electric)은 베트남 박닌(Bac Ninh) 지역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신규 투자로 연간 4,500만 달러(한화 약 600억 원)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Thai Nguyen Province)에 반도체 부품 대량 생산을 위해 33억 달러(한화 약 4조 4,055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베트남 경제에서 삼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삼성은 지난 1995년 인도에 진출, 사업을 시작했으며 1996년 벵갈루루(Bengaluru)에 첫 번째 R&D 센터를 설립했다. 삼성은 인도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기조에 적극 부응하는 기업 중 하나로,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전자 제조업체이다. 2018년 7월에는 인도 북부의 산업도시인 노이다(Noida)에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LG 역시 1996년 R&D센터를 먼저 설립하고 1년 뒤인 1997년부터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LG의 LG소프트인디아(LG Soft India) 연구 센터는 현재 한국 외 지역에 위치한 최대 규모의 LG R&D 센터이다. LG는 또한 노이다와 푸네(Pune)에 각각 제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과 인도의 전자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과 R&D센터 간에 긴밀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도의 엔지니어들을 베트남에 위치한 한국 다국적기업의 생산 거점에 초청하여 베트남 근로자들의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다. 반대로, 베트남 엔지니어들을 한국 다국적 기업의 공장과 R&D센터로 파견하여 기술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또 다른 제안은 인도에 있는 한국의 다국적 전자기업 공장들이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에서 생산한 부품을 더 낮은 비용으로 구매하거나, 역으로 베트남에 있는 기업이 인도에 있는 한국 전자기업에서 생산한 부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인도는 베트남에서 전기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더 큰 맥락에서 살펴보면, 3국간 공급망 삼각 협력은 한국의 선도 기업들이 투자 유인, 특히 시장 제도 기능 개선과 가치사슬의 기능 및 품질 개선을 통해 베트남과 인도 기업의 GVC 진입 촉진 방안 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3국은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여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 다국적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합동 실무단을 구성해야 한다. 해당 실무단은 한국, 베트남, 인도의 기업, 정부, 단체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을 연결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인도는 숙련된 노동력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베트남 기업의 기술 발전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훈련 프로젝트에 협력할 수 있으며, 이는 베트남의 경제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더 많은 현지 공급업체를 활용한 GVC 공간 밀집화를 촉진할 수 있다.
디지털 무역에서의 3자 협력
디지털 연결성, 디지털 경제 그리고 인공 지능은 4차 산업 혁명의 성공적 구현을 위한 주요 기반이자 한국, 베트남, 인도 경제 개발의 우선 분야이기도 하다.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개발을 선도하는 한국의 리더십과 인도의 IT 강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 시장 내 전자 상거래, 교육 기술(에듀테크), 차량 호출(ride hailing) 산업, IT 서비스 금융, 뱅킹, 물류 등의 분야에서 3국 간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3국간 협력은 베트남 시장에서의 전자지갑(e-wallets)과 같은 디지털 결제 수단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개발과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베트남 시장은 온라인 학습 도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 인도의 투자자들은 학습 관리 시스템, 학교 행정, 기업 학습, 유아 교육 등 베트남 에듀테크에 대한 합작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차량 호출 분야는 베트남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는 산업이므로 외국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많다. 한국과 인도 투자자들은 음식 배달, 차량 렌트, 쇼핑 서비스 등 관련 서비스에 집중적인 투자 및 협력이 가능하다. 물류분야에서는 기술 인프라 투자 및 디지털 물류 지도, 중앙집중식 데이터 웨어하우스 그리고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중점을 두고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베트남, 인도가 3국간 과학 및 기술 협력 공동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과학, 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3국 간 공동 연구를 촉진하는 것을 제안한다.
한국, 베트남, 인도 간 지역 무역 협정 강화 및 체결 가능성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 베트남, 인도 3국 간에는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VKFTA)과 한국-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2개국 간 양자 무역 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3국 간 지역 통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각국의 수출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 베트남, 인도 3국 간 무역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베트남 및 대(對)인도 주요 수출 품목은 전기제품이며 인도의 대(對)한국 및 대(對)베트남 주요 수출 상품은 비철 금속, 철, 강철 등 원자재이다. 반면, 베트남의 대(對)한국 및 대(對)인도 수출은 대다수 통신 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3국 간 교역 품목의 다양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3국이 가치 사슬에서 각기 다른 생산 단계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베트남, 인도는 공급망에서 각기 다른 단계에 위치해 있기에 서로의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공급망에서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이상적인 무역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다른 요인들도 3국 간 RTA 체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우선, 지정학적 긴장은 지역 경제의 발전에 분명 높은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 향후 한국, 베트남, 인도의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는 경제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변화하여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코로나 19 팬데믹은 공급망 운용의 차질, 역자산 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한 전 세계 소비자 수요의 급격한 하락, 연결성 증대의 중단, 금융 취약성 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3국 간 경제 통합에 중대한 과제를 제기한다. 최근 코로나 19 대유행 관련 봉쇄 정책에 기인한 중국의 경제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한국, 베트남, 인도의 무역, GVC 그리고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베트남, 인도는 특히 제품 공급망 유지 측면에서 관계를 강화해 왔다. 베트남은 한국과 인도가 여타 ASEAN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베트남도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파트너를 다각화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들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베트남, 인도는 전략적 경제협력을 위한 정부 간 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3국간 RTA의 가능성과 주요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 물론, 3개국을 둘러싼 국내 및 국외 변수들로 협상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해당 RTA가 한국-인도 CEPA와 한국-베트남 VKFTA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각 당사국의 강점과 협력 필요성, 향후 공급망 및 GVC 변화 등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3국간 RTA 협상이 앞서 분석한 반도체, 자동차, 디지털 기술 및 무역, 5G, 6G 무선 통신 등의 핵심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염두에 둔 RTA의 체결은 분명 한국, 베트남, 인도 3개국에 호혜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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