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밧의 SNS 게릴라 시위 예고에 경찰은 일요일(6.1) 중심지 봉쇄예정
(내용정리 : 크메르의 세계)
태국 '레드셔츠 운동'(UDD) 내에서 방콕을 중심으로 상당히 세련된 활동을 펼쳐온 솜밧 분암아농(Sombat Boonngarm-anong) 씨는 '점박이 편집인'(Dotted Editor)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며, 온건 합리주의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지난 5월22일 군부가 "쿠테타 선언"을 한 후 주요인사들에게 소환명령을 내리자, 솜밧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Catch me if you can!) 하는 메세지를 남긴 후 잠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5.25)에 방콕의 '라차쁘라송 사거리'(Ratchaprasong Intersection)에서 '쿠테타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시위대는 너도 나도 솜밧 씨의 가면을 쓰고 나와 군 당국을 조롱하는 시위를 펼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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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haosod English) 5월25일, '라차쁘라송 사거리'에서 쿠테타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모두들 솜밧 분암아농 씨의 가면을 쓰고 나왔고, 태국 최대 번화가의 '맥도날드' 체인점의 상징 인형 로널드에게도 가면을 씌워놓았다. |
사실 이날 오후 "가면 시위"가 벌어지기 전에는 이곳에서 남성 한명이 1인 시위를 하다 군인들에게 연행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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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월25일 오전, '라차쁘라송 사거리'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쿠테타 반대" 1인 시위를 펼치던 시민 한명이 군인들에게 연행당하는 모습을 국내외 보도진이 따라가며 촬영하고 있다. '라차쁘라송 사거리'는 쇼핑몰들이 몰려 있는 방콕의 신흥 상업중심가인 동시에, 지난 2010년 레드셔츠 운동의 유혈항쟁 당시 메인 집회장으로 사용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레드셔츠 운동'은 매년 유혈항쟁 강제진압일인 5월19일에 이곳에 모여 추모집회를 갖는다. |
이러한 시위과정을 담은 사진들에서 '맥도날드'(McDonald) 간판은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태국의 이번 쿠테타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반-쿠테타 친-민주주의" 진영 사람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이 '맥도날드'라는 상징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태국의 온라인 상에서는 '맥도날드' 로고가 쿠테타 반대의 상징처럼 사용되기도 하며, 지방의 시위대가 자신들이 사는 읍내의 '맥도날드' 체인점 앞을 집회장소로 선택하기도 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제 '맥도날드'가 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부상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급기야 맥도날드는 토요일(5.31) 자사의 로고를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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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oungkrong) 5월25일(일) 북동부 지방인 우돈타니 시내의 맥도날드 체인점 앞에도 소규모 쿠테타 반대 시위대가 등장했다. |
그리고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육군사령관이 금요일(5.30) 저녁에 대국민 TV 연설에 나서 군정 로드맵을 발표한 다음날인 토요일(5.31)에도, 엄중한 경계 속에서 아주머니 3인이 라차쁘라송의 '맥도날드'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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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Lilyfish) 5월31일(토) 방콕의 라차쁘라송에 위치한 '맥도날드' 체인점 앞에서, 중노년 여성 3인이 쿠테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노래를 불렀다. 군 당국은 현재 5인 이상 집회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어서, 이들은 소규모로 모였다. |
군부는 이제 군사재판소를 개설하여 민간인도 단심제로 재판하기 시작했고, 친정부 고위급 인사나 레드셔츠 운동의 고위 지도자들과 같은 저명인사들은 순차적으로 석방하면서도, 지방이나 중하급 활동가들은 영장 없이 계속 단속과 체포를 해나간다는 보고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며칠간 연속으로 '쿠테타 반대' 시위 장소로 사용됐던 '전승기념탑' 주변은 목요일(5.29)부터 동서남북 도로를 모두 차단할 정도로 경계가 강화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솜밧 분암아농 씨는 온라인 상의 발표를 통해, 일요일(6.1)에 '라차쁘라송'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참조기사] "Fugitive Activist To Announce Surprise Protest Site"(Khaosod English 2014-5-31)
이에 대해 경찰은 일요일 아침부터 라차쁘라송 주변 지역의 도로들을 봉쇄할 예정입니다. 그러자 솜밧 씨는 일요일 오전에 집회장소를 다시 공지할 것이라면서, 지지자들은 계속해서 소셜 미디어 상의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 상태입니다. 솜밧 씨는 지지자들이 잉락 총리나 여타 친정부 고위인사들의 가면을 쓰고 나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편, 토요일 심야에 '트위터' 상에서 유포되는 첩보에 따르면, 솜밧 씨가 영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왕실모독죄 기소를 피하기 위해 이미 2009년부터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짜이 응파꼰(Giles Ji Ungpakorn) 교수와 함께 일요일 낮에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요일 방콕 중심가에는 긴장이 흐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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