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어떤 도시에 갔을 때 대부분의 가게들이 오후 3시 반에 문 닫는 것을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그 시간에 퇴근해서 집안도 돌보고 취미생활도 한다.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말했더니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Are you crazy?”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하는 시간은 정말 길다. OECD 가입 30개국 가운데 단연코 1위다. 평균 30%가
더 길고 2번째로 긴 체코에 비해서도 10%포인트가 더 길다. 이처럼 힘들게 일하면서도 나머지 시간을
쪼개서 운동하기로는 또한 세계 최고가 아닌가 싶다. “조기축구를 한 후에 출근하는 사람들 처음 봤다”
라는 외국인 칼럼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라도 운동을 하려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에어로빅이나 수영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종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라톤의 경우는 남자와 여자의 비율 차이가 너무 난다. 보스톤마라톤
참가자 3만3천명 가운데 여자는 1만 4천명인데, 조선마라톤 참가자 2만명 중에서 여자는 2천명에 불과
하다. 물론 우리나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바쁘다. 특히 대부분 30대 이상인 마라톤 동호회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려서 힘들고, 중학교 이상 되면 공부하는 걸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유달리 하얀 피부에 집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이거다. “니는 아직도 마라톤 하나?” 아직도 한다고 하
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여자가 무슨 마라톤, 고마해라, 마이 했다 아이가~”
친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얼굴이 새까맣게 되고 볼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얼굴에 살이 빠지면 보기
싫다는 주장도 많다. 이런 주장에는 우리 친척들도 동조한다. 어쩌다 시댁에 가는 내게도 “무슨 고민
있는 거냐, 왜 이렇게 살이 빠졌나”고 물어보기도 한다.
나이들면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는 사실 쉽지 않다. 나잇살이 풍요의 상징
이면 얼마나 좋을까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나잇살은 수렵생활 시대의 유전정
보가 그대로 전해왔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먹이를 좀 못 잡더라도 몸에 저장된 지방을 이용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나이들수록 고칼로리 음
식을 먹을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나이가 들면 지방을 잘 저장하는 유전정보가 나잇살을 만
드는 셈이다.
아무튼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핑계로 자꾸만 운동을 미룬다. 실제로 운동의 효과를 체
감하는 것은 나이가 들었을 때다. 내 친구들 가운데는 관절이나 기타 여러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가
많다. 늘 건강을 자신해오던 친구들인데 최근 들어 골골하는 친구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
며칠 전 1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속으로 “또 한마디 듣겠구만”하면서 “마라톤 한다”고 했다. 친구는 이
랬다. “잘했어. 나는 연초에 수술하고 축구 시작했어~”
응? 축구라니? “축구는 무슨,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해” 나도 모르게 내가 마라톤한다고 할 때 친구들에게
서 듣는 소리를 그대로 내뱉고 말았다. 친구 왈, “여자축구, 얼마나 재밌는데. 동호회도 많아~”
미처 몰랐던 얘기다. 왠지 동지감까지 느껴지면서 그 친구가 더 좋아진다. 우리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래, 무슨 운동이든 꼭 해야 해~”
**날씨도 덥고, 비도 자주 오고, 근무시간은 길고...운동하기 힘든 계절입니다. 그래도 모두들 같이
힘내서 운동해요~
첫댓글 여긴 넘 더워서 집에가면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 해야 할까 생각합니다.
그래! 맞어~ 나이들어갈수록 운동은 필수여. 그 중에서 마라톤이 제일이지요! 지인 중에 다리가 부실한 친구가 많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