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대상-우크라이나 NGO ‘세이브 우크라이나’
실천대상-더프라미스, 곽병은 의료복지법인 밝음의원 원장
문예대상-천영희 시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8월12일 인제 하늘내린센터 시상식, 총무원장 스님 참석
총무원장 진우스님, 김진태 강원특별도지사와 제27회 만해대상 수상자 등.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들의 삶은 평화와 화해, 이웃에 대한 자비와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행동으로 빛나고 있다.
우리의 모든 발걸음이 만해스님의 뜻과 같이 정의가 살아 숨 쉬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 출발이 되기를 부처님께 기원한다.”
동국대 만해축전추진위원회(위원장 공영대, 동국대 교무부총장)는
8월12일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 제27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평화대상 우크라이나의 NGO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Save Ukraine)’,
실천대상 불교계 국제구호NGO ‘더프라미스’(이사장 묘장스님)와
곽병은 의료복지협동조합 밝음의원 원장, 문예대상 천양희 시인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제3교구본사 신흥사 주지 지혜스님,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이양수 국회의원과 윤재웅 동국대 총장,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이 참석했다.
최상기 인제군수,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
권영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이근배 시인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시상식은 만해 한용운 스님을 추모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진과 재학생들, 국악인 남상일 씨가 준비한 축하공연을 펼쳤고,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축시를 낭송했다.
‘영원히 기루는 미완의 새로움, 만해 한용운’ 시에서
“변절한 옛동지에게는 침을 뱉으며/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벌써 죽어서 장송했노라고,
/ 지역주의를 앞세운 지도자를 향해서는/ 그것 때문에 이 나라가 자꾸 갈라지고 망한 것 같다고,
/ 매섭게 노기를 뿜어대며 꾸짖을 수 있었다”며
단단하고 소박한 마음을 끝까지 지켜낸 만해스님을 추모했다.
평화대상 우크라이나의 NGO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Save Ukraine)’,
실천대상 불교계 국제구호NGO ‘더프라미스’(이사장 묘장스님)와
곽병은 의료복지협동조합 밝음의원 원장,
문예대상 천양희 시인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법문하는 총무원장 스님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법어에서 올해 평화대상, 실천대상,
문예대상 수상자들의 특별한 활동을 일일이 언급하며
“(수상자들의) 인류애와 헌신은 세계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으며,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데 함께하는 가치로 빛나고 있다”며
“만해선사의 평화와 생명 정신을 이 시대 삶의 좌표로 삼아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설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만해스님이 1세기 전 위기의 상황에서 제시했던 공생과 공존,
통합과 회통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우리 시대에도 영감을 준다”며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인제군은 만해의 길 무상의 길 주제로 순례길 걷기 준비했으나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만해선사를 우리시대 지표로 남게 해준 무산스님의 큰 뜻을 실천하기로 한
순례길은 내년에 더 의미있는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하며
“내설악 백담계곡 순례길은 우리시대 자성과 각성,
실천을 일깨워주는 깨달음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해대상 수상자를 축하하며 “수상자들의 사상과 가치는
미래세대 자산과 가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태 도지사
만해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양수 국회의원은 이날 실천대상 시상을 맡았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
최상기 인제군수가 인사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특별도지사는 만해대상 시상식을 축하하며
세이브 우크라이나 평화대상 수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양수 국회의원은 27회 만해대상 실천대상을 시상하고,
지역에서 만해축전과 같이 대규모 행사가 지역에서 열릴 수 있게 노력해준
지역 불교계와 동국대, 강원도 등에 감사인사를 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만해축전 명예대회장)은 축사에서
“올해 만해축전의 주제는 출발과 세계로, 인류역사에 남을 커다란 시련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그간의 상처와 피로를 치유하며
단절의 세계에서 통합의 세계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주제”라며
“만해선사가 보여준 평화와 생명정신을 본받아 전 세계 인류가 평화와 행복을 느끼고
더불어 사는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만해대상에 참석한 내외빈 모습.
강천석 심사위원장이 심사평을 발표하는 모습.
만해축전은 만해 한용운(1879∼1944년)스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국대와 강원도, 인제군, 조선일보,
(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온 행사다.
축전의 백미인 만해대상은 평화대상, 실천대상, 문예대상 등
총 3개 분야에서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뽑는 상이다.
시상식에 앞서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은 “만해대상은 한국의 많은 종교들이
여러 상을 시상하지만, 만해대상만큼은 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는 특별한 상”이라며
“개방적인 무산스님의 뜻을 이어 올해 수상자들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그만큼 모두 공감할만한 활동을 한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평화대상 수상자 세이브 우크라이나와 총무원장 진우스님, 권영민 이사장과 백담사 관음회장.
소감을 말하는 미콜라 쿠벨라 씨.
올해 평화대상 수상자인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로 납치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구출하는 단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14년 미콜라 쿠벨라에 의해 창립됐다. 창립 이후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9만 명의 난민들에게 장단기 쉼터를 제공하고 직업 교육과 트라우마 치료 등의 활동을 해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발발 후에도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구조활동은 이어졌다. 4월9일 31명의 어린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123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와 러시아 점령지에서 구출했다.
미콜라 쿠벨라 대표이사는 만해대상 수상 소감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집단적인 노력의 결과”라며 영광이라는 뜻을 밝혔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애쓰는 여러 단체 가운데 우리 단체가 상을 받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어린이와 가족들을 러시아 전투지역에서 구출하는 가장 큰 단체로, 러시아 연방이 우리나라와 국민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시작한 2014년부터 그 일을 시작해 왔다”고 소개했다. “150명 이상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현재도 다른 구조 임무를 하고 있다”며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있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실천대상을 수상한 더프라미스 이사장 묘장스님.
수상소감을 말하는 더프라미스 이사장 묘장스님
실천대상 수상자인 더프라미스(이사장 묘장스님)는 국내외 지진, 태풍, 전쟁 등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불교계 대표적인 NGO 단체이다. 2008년 법등스님(구미 도리사 회주)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창립했다. 더프라미스는 ‘이웃을 돕는 이웃을 돕는’다는 원칙으로 국제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외부인이 직접 이재민을 돕기 어려운 한계를 직시하고, 해당 국가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긴급구호 사업을 시작으로 2015년 네팔 대지진, 2021년 미얀마 쿠데타,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에 구호팀을 파견해 이재민 구호활동을 지원했다. 국내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2017년 포항 지진, 2020년 여름 수해 현장, 2023년 강릉 산불 등 이재민들을 찾아가 자비의 손길을 내밀었다.
더프라미스 이사장 묘장스님은 척박한 재난현장에 함께해준 직원과 후원자,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며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스님은 “부처님 탄생게 가운데 ‘삼계개고 아당안지’ 이 세상을 편안하게 하리라는 부처님 약속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더프라미스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고통 받는 이들에게 가장 빠르게, 가깝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천대상 수상자 곽병은 원장과 김진태 도지사.
또 다른 실천대상 수상자 곽병은 원장은 ‘원주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의인이다. 30여 년 전부터 사재를 털어 강원도 원주에서 장애인과 홀몸노인들을 돌보는 봉사를 해왔다. “가난하고 아픈 이웃들을 위해 가진 걸 아낌없이 나누는 아버지(곽한근 선생, 2004년 별세)를 보며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곽 원장은 경기도 안양 성나자로마을에서 한센인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사회복지시설 갈거리사랑촌, 무료급식소인 십시일반, 노숙인센터를 설립 및 운영했고 현재 갈거리협동조합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무담보 대출을 해주고 있다.
곽병은 원장은 시골 촌부에게 이런 큰 상을 줘 고맙다고 인사하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학생 시절 평생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며 “수상을 하고 보니 그동안 제가 실천한 일들을 인정 받는 거 같아 기쁜 마음도 있지만, 돌아보면 부끄럽기만 하다”고 했다. “시설에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 얻어가는 게 더 많다고 하는 말을 하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제가 가진 것을 조금 이웃과 나누고 함께했을 뿐인데 제가 더 부자가 되고 성장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일에 퇴근한 지금은 옛날 단골 환자들과 쉼터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됐다”며 “함께했던 이용자, 봉사자, 시설 직원들 모든 이웃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항상 응원해준 아내, 이 자리에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했을 부모님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처님 자비가 연꽃향기처럼 가득하길 발원했다.
문예대상을 받는 천양희 시인.
문예대상 수상자인 천양희 시인은 고통 속에서 반짝이는 삶의 순간을 서정시로 노래한 대한민국 대표 여성 시인이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소월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식 없이 수수하고 진솔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젊은 날의 상처를 진솔하면서도 서정적인 언어로 바꿔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잠언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1998), <너무 많은 입>(2005),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2011), <새벽에 생각하다>(2017), <지독히 다행한>(2021) 등의 시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시인은 “수상소식은 만해시인의 정신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며 “모두를 위한 시를 쓰겠다. 세상의 놀라움과 새로움을 전하기 위해 등대 불빛 같은 만해스님의 정신을 따라 마음의 절 한 채를 짓겠다”고 했다.
윤재웅 총장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문예대상 공동수상자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외교관’, ‘부산국제영화제의 아버지’이자, ‘K-무비’의 개척자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던 그는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하며 영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쌓기 위해 몬트리올 영화제, 모스크바 영화제 등 해외영화제 진출에 도전했던 그의 노력이 지금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역화가 주목을 받고 상을 받는 등의 결실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를 최고의 영화제로 끌어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불모지였던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개최되는 도시로 만든 주역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도 영화계를 위해 다양한 활동 중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쁨도 크지만 송구함이 크다”며 “같이 수상한 4명의 수상자의 사회적 공헌과 희생 정신을 생각했을 때 미미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80대 중반을 넘은 지금, 남은 짧은 인생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고민이다”며 “만해 한용운스님의 정신을 반추하며 무엇이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한국 문화예술과 영화를 위한 길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악가수 남상일 씨가 한용운 스님의 시를 노래하고 있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학생들이 식전공연을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