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리의 한 펜션.
퇴각하면서 삼장면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구입하고,
점심용 식당 터를 잡기 위해 내원야영장과 여럿 정자 등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마땅한 데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나의 고향에 있는 집안 재실에서 하룻밤 둥지를 틀기로 한다.
모월재.
달을 그리워 하는 집이랄까.
집안 재실 가운데 제일 막내 격으로 월명산(320m) 자락에 있다.
월명산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진양기맥의 한 가지줄기인 정수지맥 상에 있다.
진양기맥은 금원, 기백산을 거쳐 황매산 직전 소룡산 부근에서 우측으로 한 갈래를 내어 주는데,
이 줄기가 바로 정수지맥이다.
산청 정수산과 둔철산, 대성산을 거쳐 월명산에 이른 다음, 곧장 백마산까지 가서 경호강에 떨어진다.
모월재에서 본 월명재.
월명재는 모월재 보다 서열이 조금 높은 재실이다.
가을비 치고는 엄청 많은 양이다.
지금은 잠깐 소강 상태로,
아직은 대 낮인데 가로등만 오락가락 한다.
지리산 100차 축하 케익.
지리산 100차 기념을 이번 야영산행에서 가지려 했는데,
지난 주중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빼앗겼다며 투덜대던 동료들이 준비한 것이다.
결국 101차인 셈.
월명재.
철수 준비를 마무리 하고 재실 뒷편 조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드린다.
나는 추석 지난 뒤 묘소를 찾았지만 산행 동료들과 함께 하긴 처음이다.
하룻밤 유했으니 인사는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산행하다가 산소를 만나면 절을 올리기도 하는 내 모습에 그들이 어찌 반대할 수 있으랴.
10시쯤, 이곳을 떠나 지리산으로 향한다.
여기서 덕산까지는 약 50리의 거리다.
원지로 나가 경호강을 건너 단성을 거쳐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단성면 입석리 덕산골에서 열리는 [지리산 산길따라] 회원들의 단합대회장에 들러기로 한다.
한 친구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지리산 산길따라] 회원들의 단합대회.
어제, [지리구구]는 지리산 수필가인 산나그네(백남오)님의 <지리산 빗점골의 가을>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지리산 산길따라]는 여기서 년 중 행사인 회원들 간 단합대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기념회에 참여했더라면 방명록에 방점을 찍는 순간 내 손에는 책 한 권이 쥐어졌을 것이고,
이곳에 왔더라면 밤새 술판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져온 술과 음식도 만만 찮아 모월재로 갔던 것이다.
친구에게 잠시 들렀다 술 한 잔 하고 나온다.
<지리산 빗점골의 가을>은 이미 읽었으며, 몇 년 전에 나온 <지리산 황금능선의 봄>도 정말 좋은 책이다.
윗새재.
어제에 이어 다시 윗새재에 도착한다.
12시 20분경, 조개골로 떠난다.
첫 번째 본류 횡단지점. (우->좌)
조개골 등로는 본류를 세 번 건너 치밭목으로 이어진다.
작년 태풍 '무위파' 흔적으로 횡단지점 분간이 어렵다.
두 번째 횡단지점. (좌->우)
상류에서 일어난 사태가 조개골을 휩쓸다시피 한 것이다.
조개골은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세 번째 횡단지점. (우->좌)
치밭목-하봉헬기장 간 삼거리.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이 바위 뒤로 해서 써레봉능선에 올랐다가 치밭목으로 내려오려 했으나
궤도를 수정하여 치밭목산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치밭목 산장.
3시 30분, 산장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지어먹고 산정을 나눈다.
산장은 대체로 조용한 편, 그래서 가끔 찾는지도 모른다.
두 시간 후에 이곳을 나서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한겨울 같은 분위기다.
비둘기봉 가는 길.
써레봉 능선의 노을.
조개골 상류 사태지역이 보인다.
달뜨기능선 위에 열나흘 달이 떠 있다.
비둘기봉에서 뒤돌아본 써레봉 능선.
비둘기봉 능선의 암릉구간은 주로 왼쪽으로 길이 열려 있다.
비둘기봉에서 얼마쯤 가면 우측으로 능선을 갈아 타야 한다.
때문에 바짝 신경을 썼는데도 그곳을 지나쳤다가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데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오면서 그곳을 찾지만 쉽지 않다. 밤이라 더 그렇다.
이곳은 지나치기 쉬운 곳이라 상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 후부턴 주로 키 큰 산죽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1147봉에서 우측으로 크게 꺾어야 한다.
이 후에도 산죽은 계속되고 길은 희미해지면서 두세 군데 길 잇기가 까다로운 곳이 나타난다.
어쨌든 잘 더듬어야 한다.
산죽 속에서도 두어 번 헤매고 내려 간다.
윗새재-치밭목 간 정등로.
치밭목을 떠난지 3시간 15분 만에 정등로와 만난다.
여기서 8~900 미터쯤 가면 윗새재, 순풍에 돛단 듯 휘적휘적 내려 간다.
밤 9시 5분, 윗새재에 도착한다.
옛 병(?)이 도지는 듯한 1박 2일이었다.
걸어간 길. [도상 9.7㎞]
첫댓글 100차 축하 합니다^^
포기 할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우리야 희안하게 올라가서 사이트 구축하면 비가오지만 말입니다 ㅎㅎ
지산에 어느분이 산학동자님 친구분일까요??
고맙습니다. ^^
이젠 게을러졌나봐요.
비올 때 천막 치고, 걷고 하는 게 귀찮아졌으니 말이죠. ㅋ
'희안하게 올라간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말씀이신데,
하긴 무시기님 내공은 세상이 인정하니까요. ㅎㅎ
지산에는 동부전남 멤버 약간 명과 부산 '하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실이 제일 부럽습니다. 재실에 들어가 잠도 주무시고.. 후손이라고 아무나 들어가서
잠을 잘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조개골 딱 한번 갔었는데 지금의 조개골은 너무나 변한 것 같네요.
하산하신 루트는 일전에 치밭목능선 타면서 회원님들과 반대로 올랐던 루트로군요. 지리 비등코스를 야간산행으로
하산하시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어서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자님 같은 고수님도 헤매시니 .. ㅎㅎ
재실! ㅎㅎ
가끔 한 번씩 들러는 곳이라 부담이 없고, 후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개골은 상류에서 난 사태로 계곡 자체가 바뀐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고수는 아니지만 평범한 루트로는 직성이 안 풀려서 그 쪽으로 하산했는데,
밤이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아무래도 헤매고 다닌 길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