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기차로 이동… 20년 전 김일성·장쩌민 만났던 양저우로
전용열차는 달리는 특급호텔… 신장투석 장비까지 탑재
양저우는 장쩌민의 고향, 김정일이 직접 만나 세습 지지·경제지원 요청할듯
창춘에선 나선에 투자한다는 이치자동차 방문, 車 선물받아
집권 이후 일곱 번째 방중(訪中)에 나선 김정일이 유례없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방문 도시에서 최소 1박을 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2박3일간 호텔 숙박 없이 야간열차를 타며 3000㎞를 이동했다. 서울~부산(420㎞)을 사흘간 3.6번 왕복한 셈이다. 이날 김정일이 도착한 양저우는 중국 정계의 막후 실력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고향이다. 김정일이 이곳에서 장 전 주석을 만나 중국의 대북경제 지원과 양국간 경제협력, 아들 김정은의 후계세습 지지 등을 요청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방중 첫날인 지난 20일 김정일은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의 홀리데이인 호텔에 투숙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날 밤 9시 10분 특별열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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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이 하룻밤 보낸 양저우 영빈관… 중국 장쑤(江蘇)성 양저우(楊州)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양저우 영빈관 전경. 이곳은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연합뉴스
이튿날(21일) 오전 8시 20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역에 도착할 때까지 기차는 서지 않았다. 기착지로 유력했던 하얼빈(哈爾濱)도 무정차 통과했다. 작년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창춘의 난후(南湖)호텔에서 숙박할 것이란 관측도 빗나갔다. 김정일은 21일 이 호텔에서 점심만 먹고 오후 2시 20분 창춘을 떴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도 그냥 지나친 특별열차는 이날 오후 7시 50분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 도착할 때까지 30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렸다.
김정일이 이처럼 장시간 열차를 탈 수 있는 건 특별열차가 '달리는 특급호텔'로 불릴 만큼 안락하기 때문이다. 한·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방탄 설비가 된 김정일 특별열차엔 회의실, 접견실, 최고급 침실 등이 구비돼 있다. 위성전화 등 첨단 통신장비와 벽걸이 TV도 비치돼 주요 사안에 대해 즉각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다. 총 20량 내외인 특별열차 중 4량은 의료진과 의료 장비용으로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대처할 수 있다. 만성 신부전증 상태인 김정일을 위해 신장 투석 장비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특별열차가 아무리 편안해도 칠십 노인에게 장시간 기차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 방중 목적 중 하나가 건강 과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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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춘에서 포착된 김정일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창춘(長春)에서 모처를 방문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김정일은 창춘에서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중국 내 1~2위를 다투는 자동차 업체인 이치(一汽)자동차를 방문했다. /아사히 TV
김정일이 무단장과 창춘에서 잠시 호텔에 머무는 동안 어김없이 중국측이 준비한 구급차량이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정일이 수시로 건강 점검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김정일 일행이 도착한 양저우엔 오전부터 양저우역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 경찰 병력이 대거 배치됐다. 김정일이 묵는 유명 관광지 서우시후(瘦西湖) 변의 양저우 영빈관은 아예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김정일을 태운 전용열차는 이날 오후 7시 50분 양저우역으로 진입했다. 양저우는 김일성이 지난 1991년 10월 장쩌민 전 주석과 함께 방문했었다.
앞서 김정일이 21일 방문한 창춘의 이치(一汽)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중국 내 1~2위를 다투는 자동차업체로, 북한 나선지구에 대한 투자 소문이 돌고 있다. 김은 이 회사가 생산하는 최고급 훙치(紅旗) 승용차 1대를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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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단장 호텔서 나오는 김정일… 20일 전격 방중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날 밤 9시쯤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의 홀리데이인 호텔을 나와 자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정일의 왼쪽 뒤편에 최태복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보인다. /교도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