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1일(일) ... 북한산
등산코스 : 효자비 -> 숨은벽 계곡 -> 사기막 계곡 -> 육모정 -> 용덕사 -> 우이동(12km, 7h)
< 폭염도 비켜가는 북한산 바람능선, 계곡길을 걷다 >
구파발에서 같이 산행 할 사람을 만났다.
누구를 만날 때에는 습관적으로 일찍 나왔다.
길 건너 편의점에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몸의 컨디션을 날씨에 적응 시킨다.
구파발은 북한산의 북쪽 방향인 북한산성, 숨은벽, 송추 계곡 등을 등산하기 위한 만남의 장소다.
진관근린공원내에 인공폭포와 주변을 재정비 하여 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한다.
야외무대, 화장실, 의자 등을 설치하여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구파발은 은평둘레길이 지나가는 구간이다.
안내지도를 보니 은평둘레길 2코스가 서오릉에서 구파발까지 3.8km,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설명되어 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등산을 하기보다는 삼삼오오 많은 사람들이 은평 둘레길을 걷기 위해 숲으로 난 계단 길을 오른다.
은평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다듬고 은평구를 둘러싼 봉산, 앵봉산, 북한산 자락을 완만히 걸을 수 있도록 연결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이다.
전체 길이 23.7km, 9시간이면 '숲속마을' 은평구 지역 전체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704번 버스를 탔다.
무더위 탓인지 등산객이 많이 없어 버스안이 한산하다.
오늘의 등산코스 시작점인 효자비 정류소에 내렸다.
이곳은 과거에 비교하면 주변 환경이 많이 변했다.
허름한 식당이 번듯한 대형 식당으로 변신해 있다.
그 옛날 이곳으로 하산하여 숫불에 구운 삼겹살로 소주 한잔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곳 지명인 효자비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조선 말기의 효자 박태성 선생은 본래 서울 효자동에 살았는데, 품성이 온화하고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 하였다.
선생은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묘를 이곳 덕양구 효자동에 모시고, 매일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 묘를 참배한 후 입궐하여, 부모를 추모하는 그 정성이 매우 극진 하였다.
선생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년을 하루같이 묘소를 참배 했는데, 참배 길에서 만난 호랑이도 그의 지극한 효심에 감동한 듯 그를 등에 태워 모셨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다.
선생의 빼어난 효행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그의 행적을 기려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하여 조선 고종 30년 (1893) 이곳에 효자비를 세우고 포상하였다고 한다.
이 비의 규모는 높이 117cm, 폭 41.5cm, 두께 12cm이며 비문은 회손 박윤묵이 썻다. 이곳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박태성 선생의 묘와 그의 부친 묘가 위치해 있다.
본가냉면이라는 식당 뒤로 숨은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완만한 경사의 울창한 숲길이다.
조금 걸으면 바로 능선에 올라서고 아름다운 상장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장능선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 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어 가볼 수 없다.
이렇게 멀리서 눈으로만 즐겨야 한다.
오늘은 태풍 레끼마의 영향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람이라는 기쁜 선물이다.
더구나 오늘 말복이고 폭염이 지속된다는 뉴스 예보를 들었는데 뜻밖의 바람을 만났다.
숨은벽 코스를 가려면 갈림길에서 '밤골공원지킴터'라는 이정표를 보고 가야 한다.
길을 꺽어 들자마자 곧 바로 커다란 바위가 펼쳐진 숨은벽 계곡을 만난다.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숨겨진 이곳 비경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며 쉬고 있었다.
우리도 양말을 벗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눈 앞에는 아름다운 상장능선이 펼쳐졌다.
계곡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숲속을 걸었다.
땀을 조금 흘릴만 했는데 어느새 능선에 올라섰다.
여기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았다.
숨은벽을 오르려고 했던 당초 코스를 변경했다.
조금 긴 거리지만 북한산의 속살을 보려고 옆으로 난 숲길을 택했다.
조금 걸으니 다시 계곡이 나왔다.
여기서는 완전하게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숲 그늘에 가려진 널찍한 바위에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몇 마리의 잠자리가 날아다니다가 나뭇잎에 내려 앉아 주변 풍경을 즐긴다.
잠자리가 보이니 입추가 지나기는 했나보다.
다시 일어나 계곡물에 탁족을 했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다.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인수봉, 영봉을 보면서 숲길을 걷는다.
오늘 제대로 북한산의 속살을 본다.
영봉 가까운 숨겨진 계곡에는 몇몇의 산객들이 텐트와 해먹을 치고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계곡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발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이 머리 끝까지 오른다.
육모정에 도착했다.
이곳의 바람은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다.
바람을 사진 찍었다.
하지만 바람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동영상을 찍었다.
바람의 소리가 무섭게 몰아친다.
작은 절 용덕사에 도착했다.
먼저 바위 굴에 만들어진 산신각이 우릴 맞이한다.
용각사 맑은 샘물에 차를 한잔 하고 가라고 돌부처가 붙잡는다.
'덕산 일직'이라는 분이 목판에 시 한수 써 놓았다.
삼각산 용덕사
돌학 맑은 물
한사발 꽃잎 태워
하늘 보며 벌컥
아! 이 물 맛!
저 청천(靑天) 하늘
마시누나
삼각산 용덕사는 작은 절이다.
이곳은 용의 입에 해당하는 입지와 형국을 하고 있어 좋은 기도처라고 알려져 많은 신자들이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높이가 5.12m인 마애약사여래불 입상이 조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1910년에 절이 들어섰다.
마애불은 동자가 밝은 빛이 비추는 것을 보고 따라 조각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 마애불은 여성 약사불로 인근 도선사의 남성 약사불과 함께 부부 약사불로 불리기도 한다.
육모정 공원 지킴터로 내려왔다.
식당과 절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여기에서 북한산 소나무 숲길로 가는 둘레길을 만난다.
아쉽게도 오늘의 힐링 산행이 끝났다.
대충 오늘 걸은 거리는 약 12km 정도이다.
< 북한산 속 둘레길을 걸으며 ... >
일요일이다
구파발역에서 사람들을 만나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에서 내린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도심의 단골 술집 하나
누구나 갖고 있듯이
단골산 하나 가지고 싶었다
폭염과 열대야
지칠대로 지친 심신은
그 어디에서도
위로 받지 못했다 ,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에서
아늑한 숲과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반가운 나의 친구, 북한산
백운대를 향한
울창한 숲길의 등산로를 따라
좋은 사람과 함께
바람의 길을 걷는다
계곡을 만나면
잠시 발을 담그고 쉬며
능선을 오르면
녹음 우거진 숲을 거쳐온
바람을 만난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약사여래불
만인을 기도로 치유하고
그 아래 조그만 암자, 용덕사
콸콸 흐르는 샘물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나뭇잎 하나 띄워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조심히 가라 한다
첫댓글 와~더운날 작은것 하나 놓치지않고 사진찍고 설명 해주셨네요.
그 땀흘리며 걸었던 숨찬 시간은 온전히 행복과 즐거움으로 바뀌고 유난히 파란 하늘이 다시 생각나는 비오는 월요일 아침 입니다. 오랫만에 함께하게되어 반갑고 20년전부터 시작된 산토피아의 추억을 거슬러 오르며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어제 소개해주신 맛난 보쌈집도 좋은자리였고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긋~~ 아쉬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