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고려(墻內高麗)
담장 안은 고려(高麗)라는 뜻으로, 지조를 지켜 조선의 신하가 아니라 고려의 신하라는 말이다.
墻 : 담 장(土/13)
內 : 안 내(入/2)
高 : 높을 고(高/0)
麗 : 고울 려(鹿/8)
남해고속도로 산인 톨게이트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면 산속에 있는 마을이 함안군(咸安郡) 산인면 (山仁面) 모곡(茅谷)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담안’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한자로는 ‘장내(墻內)’라고 쓴다. 마을 이름이 왜 ‘담안’일까?
고려(高麗) 왕조의 기운이 날로 기울다가 1392년 결국 나라가 망했다. 고려의 관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새 왕조 조선(朝鮮)에 벼슬하여 영달을 꾀했다. 반면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같은 분들이 불사이군(不事二君;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의 지절(志節)을 지켰다.
이때 밀양(密陽)에 살던 진사(進士) 이오(李午)는 고려를 위해 지절을 지켜 벼슬할 뜻을 끊고 숨었다. 처가가 있는 의령(宜寧)을 왕래하다가 모곡을 지나면서 자미화(紫微花; 백일홍)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자신의 은거할 곳으로 삼았다. 그리고 모은(茅隱)이라고 호를 삼았다.
그곳에 담을 쌓고 담의 안은 조선이 아니고 여전히 고려라 하며 지절을 지켰다. 거기에 고려의 전답이라는 ‘고려전(高麗田)’도 있다.
이 일대가 ‘고려동(高麗洞) 유적지’라 하여 경상남도 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되어 있고, 함안군에서는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하는 중이다.
모은 이오는 재령이씨(載寧李氏) 함안 입향조(入鄕祖)이다. 그가 지조를 지키며 바르게 살았기 때문에 그 후손들이 번성하고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또 이 집안은 독서에 힘쓰고 겸손하며 검소하게 살아가는 전통을 세웠다.
이 모두가 모은이 바르게 산 영향 때문이다. 그가 영달에 눈이 어두워 새 왕조에 아부하며 벼슬했더라면 자신은 호의호식했을지 몰라도 가문의 품격이 아주 떨어졌을 것이다.
그 손자 근재(覲齋) 이맹현(李孟賢)은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부제학(副提學)을 지냈다. 그 아우 율간(栗澗) 이중현(李仲賢)도 문과에 급제하여 부제학을 지냈다.
부제학은 홍문관(弘文館)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당대에 학문과 시문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맡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형제가 부제학을 지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조선 숙종(肅宗) 때에 이르면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이 나왔는데, 퇴계(退溪) 이후 최대의 학자라는 칭송을 듣고 있고, 퇴계의 적통(嫡統)을 이은 학자로 추앙받는다.
그 아들 밀암(密庵) 이재(李栽) 역시 최고의 학자로 퇴계의 적통을 이었다. 함안에서도 율간(栗澗)의 후손 가운데 모계 (茅溪) 이명배(李命培) 등 많은 학자 문인들이 나와 재령이씨 가문을 빛내 주었다. 조상의 바른 삶이 후손들의 이정표가 된 것이다.
지난 12월 7일 함안문화원 주최로 ‘모은 이오의 생애와 학문 및 그 자손들’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성황을 이루었다. 벌써 7회째 학술대회인데, 함안문화원은 문화원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문화원인 것 같다.
▶️ 墻(담장 장)은 ❶형성문자로 墙(장)은 통자(通字), 墙(장)은 간자(簡字), 廧(장), 牆(장)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嗇(색, 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墻자는 '담장'이나 '경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墻자는 土(흙 토)자와 嗇(아낄 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嗇자는 논과 벼를 함께 그린 것으로 '수확한 곡식'이라는 뜻이 있다. 그런데 소전에서는 爿(나뭇조각 장)자가 들어간 牆(담장 장)자가 쓰였었다. 牆자는 수확한 곡식을 안전하게 '보관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후에 牆자가 주변과의 '경계'를 나누는 '담장'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해서에서는 담장의 재질을 표현한 墻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墻(장)은 ①담, 담장 ②경계(境界) ③관을 덮는 옷 ④관의 옆널 ⑤궁녀(宮女) ⑥담을 치다, 쌓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담 원(垣), 담 도(堵), 담 용(埇)이다. 용례로는 담과 벽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장벽(障壁), 담 밑 담 가까이를 장하(墻下), 담을 뚫음을 천장(穿墻), 난간처럼 둘러 막은 담장을 난장(欄墻), 집의 정면에 쌓은 담을 조장(照墻), 담이 이웃하여 서로 맞닿음을 연장(連墻), 담을 쌓아 막음을 방장(防墻), 낮은 담 또는 나지막한 담을 단장(短墻), 담을 쌓음을 축장(築墻), 항상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견요어장(見堯於墻), 형제가 담장 안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동족상쟁을 일컫는 말을 형제혁장(兄弟鬩墻), 길 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은 누구든지 쉽게 만지고 꺾을 수 있다는 뜻으로 기생을 의미하는 말을 노류장화(路柳墻花), 담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으로 재물이나 여자에게 탐심을 가지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감을 이르는 말을 유장천혈(窬墻穿穴), 담을 사이에 한 가까운 이웃을 일컫는 말을 격장지린(隔墻之隣) 등에 쓰인다.
▶️ 內(안 내, 들일 납)는 ❶회의문자로 内(내)는 통자(通字), 内(내)는 간자(簡字)이다.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일의 뜻으로, 멀경몸(冂; 경계, 성곽)部는 여기에서는 나중에 갓머리(宀; 집, 집 안)部로 쓰는 것으로서 궁전이나 집을 나타낸다. 궁전이나 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어느 범위 안으로 들어감, 안쪽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內자는 ‘안’이나 ‘속’, ‘대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內자는 冂(멀 경)자와 入(들 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冂자는 ‘멀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內자의 갑골문을 보면 冂자 안으로 入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전통가옥의 내부를 그린 것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공’과 양쪽을 지지하고 있는 ‘도리’가 표현되었다. 內자는 이렇게 가옥의 내부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안’이나 ‘속’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內(내)는 무엇의 안이라는 뜻으로 ①안, 속 ②나라의 안, 국내(國內) ③대궐, 조정(朝廷), 궁중(宮中) ④뱃속 ⑤부녀자(婦女子) ⑥아내 ⑦몰래, 가만히 ⑧비밀히 ⑨중(重)히 여기다, 친하게 지내다 그리고 ⓐ들이다(납) ⓑ받아들이다(납)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깥 외(外)이다. 용례로는 사물의 속내나 실속을 내용(內容), 국내에서의 수요를 내수(內需), 물체나 장치나 구조물 등의 안쪽 부분을 내부(內部),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내역(內譯),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내를 일컫는 말을 내자(內子), 나라 안과 나라 밖을 내외(內外), 어떤 성질이나 뜻을 그 속에 지님을 내포(內包), 아낙네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내실(內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육지를 내륙(內陸), 나라 안 싸움을 내전(內戰),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난리나 반란을 내란(內亂), 안쪽 또는 마음을 내면(內面), 나라 안의 걱정 근심을 내우(內憂), 어떤 사물이나 범위의 안에 있음을 내재(內在), 마음속으로 작정함을 내정(內定), 속은 부드럽고 겉으로는 굳셈을 내유외강(內柔外剛),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하지만 속마음은 단단하고 굳셈을 내강외유(內剛外柔),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의 내우외환(內憂外患), 겉으로 보기에는 가난한 듯하나 속은 부유함을 이르는 말을 내부외빈(內富外貧), 마음속으로는 소홀히 하고 겉으로는 친한 체함을 내소외친(內疏外親)등에 쓰인다.
▶️ 高(높을 고)는 ❶상형문자로 髙(고)의 본자(本字)이다. 성의 망루의 모양으로 높은 건물의 뜻이다. 후에 단순히 높음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高자는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高자는 높게 지어진 누각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高자를 보면 위로는 지붕과 전망대가 그려져 있고 아래로는 출입구가 口(입 구)자로 표현되어있다. 이것은 성의 망루나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던 종각(鐘閣)을 그린 것이다. 高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높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높은 것에 비유해 ‘뛰어나다’나 ‘고상하다’, ‘크다’와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高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高(고)는 (1)높은을 뜻함 (2)높이 또는 어떤 일을 한 결과 얻어진 양을 뜻함 (3)높이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높다 ②뛰어나다 ③크다, ④고상하다 ⑤존경하다 ⑥멀다 ⑦깊다 ⑧비싸다 ⑨뽐내다 ⑩높이, 고도(高度) ⑪위, 윗 ⑫높은 곳 ⑬높은 자리 ⑭위엄(威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융(隆), 밝을 앙(昻), 귀할 귀(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래 하(下), 낮을 저(低), 낮을 비(卑)이다. 용례로는 높은 지위를 고위(高位), 비싼 값을 고가(高價), 나이가 많음을 고령(高齡),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등급이 높음을 고급(高級), 뜻이 높고 아담함을 고아(高雅), 높고 낮음을 고저(高低), 몸가짐과 품은 뜻이 깨끗하고 높아 세속된 비천한 것에 굽히지 아니함을 고상(高尙), 상당히 높은 높이를 가지면서 비교적 연속된 넓은 벌판을 가진 지역을 고원(高原),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여러 층으로 높이 겹쳐 있는 것 또는 상공의 높은 곳을 고층(高層), 등급이 높음이나 정도가 높음을 고등(高等), 술을 좋아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고양주도(高陽酒徒), 지위가 높은 큰 벼슬자리를 고관대작(高官大爵),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고산유수(高山流水),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고침이와(高枕而臥),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히 잔다는 고침안면(高枕安眠),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고안심곡(高岸深谷),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고대광실(高臺廣室) 등에 쓰인다.
▶️麗 : 고울 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