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조용한 주일 저녁시간입니다.
함께 신경쓰고 애쓴 덕에 한밭문화제 행사도 잘 마쳤어요.
행사 마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데, 내년엔 더 멋진 축제가 되길 바래야겠어요.
저는 갑자기 숙직근무를 하게 되어 오늘도 출근했어요.
같이 근무하는 어느 남자직원이 갑작스런 일이 생겨 식구와 함께 부산에 다녀와야 한다며
“미안한데 ,10일 저녁 숙직을 해줄 수 없냐?”고 간곡히 부탁하는 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료입장에 저를 믿고 부탁하니
제가 “그렇게 해주마”하고 선뜻 승낙했죠.
이 직원은 지금 한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고,
이 직원 와이프는 전에 있던 부서(건설과)에서 같이 근무했었으니 저와는 인연이 많은 셈이죠?
같은 직종에서 사내결혼 하는 커플이 어디나 제법 있나봐요.
저야 혼자벌어 네 식구가 사는 형편이지만...
아무래도 혼자보단 같이 벌면 생활형편이 더 낫겠죠. 안 그래요?
어쨌거나, 무슨 일인지 몰라도 부산까지 가서 일을 잘 마치고 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덕분에 저는 울 아녜스와 떨어져 있어야하는 오늘밤입니다.
하긴,낮이고 밤이고 잘 하는 것 없다고 구박(?) 당하는 입장이니 별스러울 것 없지만요.
(하하하)
저는 못 해주지만, 울 님들은 짝꿍을 잘 위해주세요.
제가 펜팔로 시작해 아녜스와 결혼하여 이제껏 이르른 걸 감동깊게 여기는 분들이 제법
많은가 봐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있으실텐데...
저는 너무나 어려운 초년시절을 살아왔기에 힘든 살림에 집한칸 없는 처지라 혼자 살 생각을 했었고, 남의 집 귀한 딸자식 데려다 고생시킬 게 뻔할 거라 결혼은 대학시절 마치도록 아얘 생각도 안 했었죠.
그때는 술, 담배, 여자는 나와 거리가 먼 존재(?)라 했었으니...(후후후)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릴적 소아마비로 두다리를 전혀 못쓰시는 장애를 갖고 계신 분을 알게 되어,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었죠.
수원시 연무동에 사셨던 "윤X정씨" 지금은 어디서 살고 계시려나?
그러던 어느날 그분의 생일을 알게되어--물론, 그당시 한번도 얼굴도 못 본 형편이었지--
생일축하 하는 뜻에서 책 몇권을 보내면서 처음 알게 해준 그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도
행복한 생일되시라면서 신청곡과 사연을 보냈는 데,
그날(1982년 8월 31일) 방송이 나온 거였어요.
그러니까 정확히 22년전의 일이죠.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이 마침 전국방송이라 그때 당시 전남 광주(지금은 광주광역시가 되었지만)월산동 어느 개인회사에 근무하던 강명옥씨--지금의 강아녜스--가 사무실에서 식사하고 잠깐 쉬고 있다가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 라디오를 막 틀었는 데, 마침 인연이 되려 그랬는 지 내가 보낸 우편엽서 내용과 신청한 노래가 나오더래요.
강아녜스가 그당시 신세 졌던 "광주 운암동 장로교회" 목사님은 지금도 잘 계실런지?
그런데, 저는 그날 제가 신청한 사연과 노래가 방송에서 나오는 걸 전혀 듣지 못했었어요.
하필 그날부터 4주동안 대전 서구 흑석리에 있는 "기성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했었거든요.
아녜스가 방송에 소개된 제 주소와 사연을 적어놨다가 제게 편지를 보내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거였죠.
그로부터 결혼할 때까지 계속된 펜팔 관계였죠.
제가 보낸 게 750통, 아녜스가 보내준게 350통 정확히 1,100통이었죠.
어째 정확히 1,100통이냐 하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편지에 일련번호를 붙여서 보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있어요.
제가 군대 제대하기 이틀 전에 아녜스에게 보낸 게 1,100통째였어요.
그때는 편지 한통 우표 값이 40원~60원이었지요.
그때 당시 교통 사정도 안 좋을때 제 편지 배달해 주시느라 날마다 고생하신 우체부 아저씨는
정년퇴직 하셨을 텐데...
마음으로라도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기도드려야 겠어요.
어떤 소원이라도 1,000마리의 종이학을 만들며 절실히 빌면 이루어진다는 데,
1,100통의 편지도 대단한거죠? (ㅎㅎㅎ)
지금은 컴퓨터도 생겼고 인터넷으로 실컷 채팅도 하고 이메일도 있으니
예전의 저희처럼 편지지로 사연주고 받는 펜팔은 없을 것같은데요?
누구에게든 인연은 있을거구, 잘 만났건 좀 그러지 못했건
서로 이해해 주며 함께 맞춰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데. 아직 솔로이신 처녀 총각들은 하느님께 기도 열심히 하시며
노력해야겠죠? (호호호)
제가 글 솜씨는 없어도 1,100통의 펜팔 사연 주고받던 실력(?)으로
시덥지 않은 글이라도 열심히 올릴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계속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