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엘리자베스 길버트
옮긴이 노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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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왔습니다.
왜 이 시기에 책이 쏟아져 나오는 지 알겠더군요.
날씨는 좋고, 여행을 가기에는 버거운 그런 계절이기에-
설레는 마음을 책으로나마 눌러보고자 서점에 나갔습니다.
마침 얼마 전에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책 세 권을 충동 구매한 터라서,
그냥 여행 관련된 책을 딱 하나만 고르자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말고 가볍게 술술 읽을 그런 에세이로요.
요즘 유명한 책들이 한창 많이 나왔던데, 훑어보니 저에겐 그닥 맞지 않는 내용들뿐이었는데,
책 테이블 한 귀퉁이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뭐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여행 책이야, 하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 같네요.
저 역시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소제목에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에서의 삼색 여정 이라고 달려 있더군요. ㅎㅎ
우선 이탈리아와 인도네시아(발리)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고요.
책은 세가지 여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에세이입니다.
이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가 GQ 잡지에서 기사를 했었고, 또 그녀가 쓴 기사 중 하나를 모티브로 '코요테 어글리'란 영화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꽤 인지도 있는 작가인가 봅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미국에서 성공한 작가였고, 남편 또한 번듯한 직장을 갖은 중산층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생활에 뭔지 모를 외로움과 슬픔을 느꼈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일 년간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첫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평소 배우고 싶었던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좋은 친구들(멋진 이탈리아 남자들ㅠ부럽군요-)을 만나고 슬픔을 극복해 나갑니다.
두 번째 여행지 인도에서 그녀는 리처드란 친구와 함께 명상하며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세 번째 여행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주술사 '끄뜻'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그녀에게 꼭 맞는 짝, 펠리페를 만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진지하면서도 유머 있는 그녀의 문체입니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그녀의 문장들.
"넌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할까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해. 네가 정말로 네 인생을 통제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면 마음을 훈련시켜. 그거야말로 네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거니까. 마음 외에 다른 건 다 내려놔."
사회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에 관한 또 일에 관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처럼 저도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굉장한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완벽주의자일수록 더 많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죠?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과 욕심이 많을 수록 더 많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말처럼, 가끔은
마음 이 외의 것들은 다 내려놓고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지내보는 것도 큰 휴식이 될지 모르겠네요.
읽는 것만으로 평온해지고, 당당해지며 기분 좋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