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에 할일이 많은 바보는 얼른 산에 다녀오자고 한다.
마복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어쩌면 하늘이 열릴지도 모르니 백운산에 가 지리주능을 보기로 한다.
순천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외곽 고속도로를 지나 새송(풍?) IC를 빠져 나오니
광양읍내임을 알겠다.
옛 광양역에 들어선 도립미술관을 오면서 보기로 한다.
진틀주차장을 더 올라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운다.
계곡 양켠으로 팬션건물이 들어섰다.
옛길이 보이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은 오래다.
개가 짖는 팬션마당을 지나 병암산장에서 본격 산행을 한다.
10시 반을 지났는데 벌써 내려오는 이들도 많다.
소나무 아래서 바보는 숨을 고르며 쉰다. 오랜만에 산에 와
힘들다고 한다. 난 끌어당긴다.
물소리 흐르는 검은 계곡의 큰 나무 사이를 걸으니 가을 공기가 청량하다.
자꾸 쉬어가자는 바보에게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니 거기서 쉬자고 한다.
삼거리 못 미쳐 물 마시며 조금 쉰다.
숯가마터 삼거리를 지나 신선대쪽으로 오른다.
계단에서 바보는 저만큼 쳐진다.
능선에서 그를 기다린다. 큰 참나무를 보며 물을 마시고 다시 오른다.
며느리밥풀꽃에 노란 꽃이 가득이다.
바위 끝엔 구절초도 피어난다.
바보를 저만큼 두고 나 혼자 사진을 찍으며 기다린다.
거의 한시간 반이 지나 신선대 앞에 닿으니 보라색 용담이 여기저기 많다.
벌써 퇴색한 꽃잎도 보인다.
계단을 올라 신선대 앞에 이르니 한쌍의 남녀가 바위 사이에 빨간 그늘막을 치고 누워
지리산을 보고 있다. 히얀 구름이 몇 개 노는 지리산 위 하늘이 흐리지만 능선은 장쾌하다.
노고 반야에서 천왕까지의 능선이 또렷하고 그 오른쪽으로 경상도의 산군들은 이름을 거의 모른다.
몇 팀이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한비퀴 돌고 새로 생긴 신선대 기둥앞에서 사진을 찍어준다.
모난 바위 끝을 따라 들어가 자릴 잡고 앉아 점심을 편다.
막걸리에 캔맥 하나 작은 만두다.
술 마시는 모습을 바보도 찍어달라고 한다.
바위에 핀 버섯을 따러 내려가 몇 개 딴다. 석이버섯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엔 노란 꽃과 하얀 구절초가 많다.
바보를 꽃 보게 하고 찍는데 바보는 힘들다고 한다.
정상석 주변에 날개미들이 우글거린다.
건너편 바위에 선 모습도 찍고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난 옛 바윗길로 가 난간을 넘는다.
섬진강을 한번 내려다 보고 게단을 따라 삼거리로 내려간다.
삼거리에서 손을 씻고 팬션주인의 '좋으 길 있는데'라는 말을 듣고 차에 오니 오후 3시다.
산에서 많이 놀았다.
어제 일하고 밤잠을 제대로 못 잔 바보는 광양가는 길에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