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sman 12회
8월에 접어 든 천형은 단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내려 찌는 더위와 가
뭄으로 인해 맛문한 상태였다. 극심한 대한으로 조정에서도 내리 기우제를 지내고 있었지만
이러한 노력을 희롱이라도 하듯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아..더워 미치겠네. 좀 시원하게 부쳐낼 순 없느냐.”
하장군의 딸인 리윤 역시도 가뭄더위에 허덕이며 옆에 있는 시녀들을 달달 볶아댔다. 조열
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대청마루에 널브러진 그녀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정
갈하게 조각해 놓은 수박을 먹어댔다. 그 옆에서 매서운 상전의 눈치를 살피며 부채질을 열
심히 하던 두 시녀의 얼굴은 불만이 그득했다.
“요즘 어딜 그렇게 나다니느냐?”
마침 마당을 지나고 있던 현루를 발견한 리윤은 특유의 짜증 섞인 고음으로 현루를 불러 세
웠다. 리윤은 현루가 하녀 주제에 제 할 일은 안하고 농땡이만 피운다고 여겨 가뜩이나 그
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근래에 들어 외출이 잦아 든 그녀를 보고 한번 혼쭐을 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
“어째 말을 못하느냐? 가뜩이나 더운데 같은 말을 두 번이나 해야겠느냐?”
리윤의 불같은 호령에 가뜩이나 현루의 조그만 한 체구는 움츠러들어 더 작아보였다.
“실은.......요즘에..........”
“속 터지겠다. 빨리 말하란 말이다.”
리윤은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주먹을 현루의 머리에 갖다 대려는 찰나였다. 주먹을 보고 겁
을 먹은 현루는 눈을 감고 움찔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내려 칠 주먹을 예상했지만 순
간 아무 반응이 없자 조심스레 눈을 떴다. 실눈을 뜨고 쳐다 본 그곳에는 유가 서 있었다.
“누님, 이렇게 조그만 한 애를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어느새 다가 온 유는 자신의 누이의 손목을 잡아 세우고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그녀를 만류
했다.
“상전이 아랫것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게 당연한 일이거늘 네가 감히 막아서느냐?”
“잘못했으면 말로 하세요. 그리고 현루는 어머님이 다른 하녀들과는 달리 당신의 딸처럼 애
지중지 하시지 않습니까?”
“흥, 딸은 무슨... 어머님이 조금 어여삐 여긴다고 저 천것이 자신의 본분도 망각하고 있지
않느냐.”
“시끄럽구나. 웬 소란이냐?”
겁에 질린 현루를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던 유와 리윤은 갑작스레 들리는 불호령에
순간 몸이 굳어졌고 시선이 불호령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장군이 뒷짐을 지고 점
잖게 서 있었다. 아버지의 말이면 꼼짝 못하는 이들은 (특히 리윤은 더욱 그랬다) 실랑이를
멈추고 몸을 숙였다.
“아...아버님, 실은 현루가 제 소임을 다 안하고 돌아다니 길래 소녀가 상전으로서 따끔한
훈계를 하려는 차 였습니다.”
아주 말은 청산유수로 갖다 잘 붙이는 그녀를 본 유는 못마땅한지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다.
“현루의 일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취급하라 내 명령 하지 않았느냐. 새삼스레 공연한 트집
이구나.”
“......저...그래도 요...근래 외출이 너무 잦길래...”
“외출이 잦다고..?”
대수롭지 않은 기색을 보이다가 리윤의 한마디에 갑작스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하장군 이
였다. 유와 현루는 갑자기 태도를 달리하는 그를 보고 어리둥절했고 줄곧 이런 반응을 기대
했던 리윤 조차도 놀라했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냐? 말해 보거라.”
“저....우연찮게 알게 되신 분 소개로 서당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네가 글을 배워 어디다 쓸려고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
서당에 다닌다는 현루의 말을 들은 하장군은 필요이상으로 역정을 내었다. 그리고 현루의
옆에 선 리윤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이러한 무거운 국면
전환에 위화감이 든 유는 한마디 거들었다.
“아버님, 여자라고 해도 조금 글을 배운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시끄럽구나. 아무튼 현루야 다시는 그렇게 나 다니지 말거라.”
“네......”
하장군의 매정한 명으로 현루는 섭섭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을 본 하장군은
자신이 억울한 처사를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지만 그것은 별 수 없다 여겼다.
- 다음 줄거리 -
현루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이 다가온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위기가 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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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왠지 모르게 현루와 유가 끌린다는;;... 현루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까요...? 혹시, ㄷㅊㄱ? 죄송합니다, ㅠ^ㅠ
잘읽어요. 근뎅 ㄷㅊㄱ가 뭐예요?ㅋ
저도 궁금궁금 ㄷㅊㄱ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