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節制(알맞을 절/부릴 제)
감정의 節制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덕목
"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 백번 참으면 집안에 태평과 화목이 있게 된다.)라는 구절이 적힌 안중근 의사의 遺墨(유묵)이 있다.
하지만 어찌 집안뿐이리오. 세상사의 뒤틀림이 대부분 감정을 節制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니,개개인의 성취와 행복으로부터 크고 작은 집단의 흥망에 이르기까지 욕망과 분노를 참고 견디면 못 이룰 바가 없는 법이다.
앞서 인용한 안 의사의 말은 아마도 張公藝(장공예)의 고사를 염두에 둔 것인 듯하다.
張公藝는 唐(당)나라 高宗(고종) 때의 사람인데,9世代(세대)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날 임금이 張公藝가 살던 마을을 지나다 그의 집에 행차해서 그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張公藝는 "忍"자 100여번을 써서 바쳤다. 임금이 이를 좋게 여겨서 비단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는 "資治通鑑(자치통감)"에 실려있는 이야기이다.
이 資治通鑑을 줄여서 지은 "通鑑節要(통감절요)"는 孟子(맹자)와 더불어 근세 이전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였으므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조의 권준 유하익 인성군 등이 百忍으로써 자신의 호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일 듯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百忍을 권하는 遺墨을 남긴 안 의사 역시 伊藤博文(이등박문)의 야욕에 통분을 느끼며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걸고 그를 응징했다.
안 의사는 욕망이나 분노는 참고 또 참되,공공선을 위해서는 분노할 줄도 아는 감정의 節制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덕목임을 행동으로써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節의 卽은 무릎 관절의 모양을 본뜬 것이고 대나무는 여러 개의 조각들이 매듭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節은 "마디"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마디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대나무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마디를 이루고 있으므로 節은 그렇게 무엇을 "알맞게 조절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節約(절약) 節酒(절주)의 節이 그러하다.
그리고 季節(계절) 또는 時節(시절)이라 하면 "때"라는 뜻이 되고,開天節(개천절) 光復節(광복절)이라 하면 "국경일"이라는 뜻이 된다.
이밖에 節操(절조) 忠節(충절)에서와 같이 "절개"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며 符節(부절) 使節(사절)에서와 같이 "信標"(신표)라는 뜻도 지닌다.
篆文(전문)의 制는 未와 刀가 합성된 모양인데 이 未는 나뭇가지가 겹쳐진 모양을 본뜬
것이다.
즉,칼로 불필요한 가지를 치듯 정도에서 벗어난 것을 억제하는 것이 制이다.
抑制(억제) 制裁(제재)의 制가 그러하다.
또한 그렇게 인간의 생활을 통제하는 "법"이나 "규칙" 또는 그것을 정하는 것을 制라고 한다. 이를테면 規制(규제) 稅制(세제) 制定(제정)의 制가 그러하다. 이밖에 制御(제어)에서처럼 "부리다"는 뜻도 있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