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탑*
박기준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날 밤, 지우개가 달과 별을 하늘에서 지우고 네온 불빛만 홀로 어둠을 밟고 있다 황홀한 조명이 유혹하는 날이면 길을 잃은 그들이 불빛을 쫓다 더 어두운 밤을 맞이했다
한때 이곳도 새벽을 환하게 비치는 동살 어림에, 몽환을 그리는 꽃구름 붓 한여름 땡볕 열기를 식히는 산돌림과 푸른 질감 그늘이 울창한 살만한 곳이었다
큰 쥐가 쌀가마니를 파먹듯 오후의 그림자처럼 키가 커지는 고층 건물이 하루하루 굵은 뿌리를 내리자, 달동네와 정글놀이터가 사라지고 징검다리 밑동만 남은 숲은 더 먼 곳으로 쫓겨 가야만 했다
창문은 풍경을 그린 반사 유리, 시놉시스처럼 그려진 나무가 아늑하게 흔들리는 곳에 지친 날개가 쉬러 날아들다 쫓기듯 달리는 차 밖으로 툭, 추락하는 소리
투명 방음벽은 벽 너머 벽, 벽에 충돌했다
몸통이 부딪혀도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토마토의 파편은 흔적도 없다 도로에 압화가 된 몸
고속도로가 곁눈질을 하며 무심히 달리는 그 바닥에 어느 생애가 문드러져 있다
*야생 조류 충돌 방지 필름 |
첫댓글 다양한 시들을 감상하게 해 주심에 얼마나 감사드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