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부터 열 가지 문의 시작입니다 열 가지 문 중에 첫째가 뭘까요? 곧 '제법상즉자재문'입니다 원문은 '諸法相卽自在門'으로 모든 법은 서로 연결卽되어 있으며 어떤 것에도 걸림 없는 자재문입니다 왕복서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십신세계 뚜렷하나 서로서로 관계하고 여섯단계 분명하나 새록새록 섭수하며 故得 十身歷然而相作 六位不亂而更收라고
열 가지 문 중에 둘째가 뭘까요? 네 '광협자재무애문'입니다 원문은 '廣狹自在無碍門'으로 넓고 좁음에 자재自在하며 나아가 걸림이 없는 문입니다 넓기로 말한다면 얼마나 넓을까요 전혀 틈새가 없는 데도 들어가고 좁다고 하지만 우주 밖까지 감쌉니다 왕복서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비록넓고 크다하나 없는틈새 들어가고 털올처럼 작다하나 우주밖을 에우도다 廣大卽入於無間 塵毛包納而無外라고
빅뱅이란 상상 밖의 엄청난 사건에서 팽창을 시작한 우주는 멈추지 않고 무려 138억 년의 시간이 흘렀고 팽창 폭은 950억 광년에 이르렀지요 시간의 흐름은 속도가 동일합니다 속도만이 아니라 거리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우주의 팽창 속도는 다르지요 팽창의 속도는 시간에 반비례합니다 가속도의 원리가 적응되니까요 따라서 같은 138억 년 동안 팽창은 950억 광년으로 불어납니다
'제법상즉자재문'에서 '상즉'의 '즉'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卽'은 '즉則'과 새김이 다르지요 '즉則'이 앞의 내용을 이어받음이라면 '즉卽'은 앞의 것과 불가분입니다 다시 말해 나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가령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면 색이 공이고 공이 곧 색으로서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의미이며 떼어 놓고 얘기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열 가지 문 중에서 둘째 문 '광협자재무애문'은 풀이가 다릅니다 광협廣狹은 넓음과 좁음이라는 사물이 놓일 공간을 표현한 말입니다 우주의 팽창 빅뱅으로부터 이어진 팽창 이후의 시간 길이와 함께 팽창을 이어가는 팽창 폭은 시간과 전혀 다르게 계산됩니다 틈새 없는 공간은 좁음의 상징이고 밖이 없는 우주는 넓음의 의미입니다
화엄경 제34 '여래십신상해품'에서의 부처님 열 가지 모습은 이러합니다 첫째 보리신菩提身을 비롯하여 둘째 원신願身이 있고 셋째 화신化身이 있으며 넷째 역지신力持身이 있습니다 다섯째 상호장엄신相好莊嚴身 여섯째 위세신威勢身 일곱째 의생신意生身 여덟째 복덕신福德身 아홉째 법신法身과 함께 열째 지신智身이 있습니다
보리신은 깨달음 자체를 바탕하며 원신은 원력으로 똘똘 뭉쳤고 화신은 변화하는 몸이며 역지신은 건강한 몸을 뜻합니다 상호장엄신은 32상 80종호 몸이고 위세신은 지위에 따른 몸이며 의생신은 생각낸 대로의 몸이고 복덕신은 복덕으로 꽉 찬 몸입니다 법신은 이름 대로 법의 몸이고 지신은 이름 대로 지혜의 몸입니다
육위는 여섯 단계를 말합니다 첫째 단계 십신十信 둘째 단계 십주十住 셋째 단계 십행十行 넷째 단계 십회향十回向 다섯째 단계 십지十地 여섯째 단계 사위四位로서 이 사위에 다시 네 단계가 있으니 금강간혜지金剛幹慧地와 더불어 등각等覺, 묘각妙覺, 불위佛位입니다
내용이 생각보다 어려워지지요? 생각보다 점차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마음 문이기에 다섯 가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물질의 세계보다는 되려 쉽지요 마음은 형체가 없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이 이른바 '귀신'이라고들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귀신 정체를 모르며 설령 알더라도 모습을 자주 바꾸기에 아무렇게 그려도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의 세계는 실제로 쉽습니다 좋은 일을 하려고 하기 앞서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듯 넓거나 좁거나 즉하거나 말거나 어떤 것에서도 마음을 비움입니다 좋은 일 착한 일에 관해서도 한다는 생각을 모두 비우는데 하물며 나쁜 일 악한 일이겠습니까 마음을 비울 때 선은 절로 자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