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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물개대장(김호일)이 몸담고 있는 부산일보 2012년 10월 27일자 12-13면에 소개된 기사로 약 3일간의 장기 취재로 작성됐음. 가볍게 읽어보시길...사진은(위로부터) 1-인터뷰 모습, 2-김기덕 감독 수상 축하연, 3-영화 나쁜 남자의 한 장면, 4-영화 야생동물보호구역의 한 장면>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거장 반열에 오른 그의 곁에는 배우 조재현(47)이 있었다. 데뷔작 `악어'를 비롯해, `야생동물보호구역' `나쁜 남자'에 이르기까지 초기작 다섯 편의 주연을 맡았다. 그래서 흔히 조재현을 `김기덕의 배우'라고 말한다. 게다가 DMZ국제다큐멘터리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성신여대 교수 등 배우 이외에 `부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조재현을 만나 `연기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반항심 많았던 사고뭉치 막내
조재현은 초등학교 시절 `꾀돌이'로 통했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조기조 씨와 삼천포 출신인 최남이 씨 사이의 2남 1녀 중 막내인 그는 서울서 사업을 벌이는 아버지를 눈여겨봤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부친은 종로에서 줄곧 사업을 했어요. 연탄 배달을 하다가 시멘트 대리점, 그리고 석유, 휘발유 판매점까지 늘렸으니 수완이 좋았죠."
부전자전이라고나 할까. 그 역시 어릴 적 비슷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연신초등학교 시절, 10원짜리 수첩이 있었는데 문방구에서 50원을 주고 5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줘요. 전 그 하나를 갖고 나머지 50원어치는 팔았죠. 그걸 집에 가서 아버지께 얘기했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며 '너, 장사할래`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어요."
불광중학교 3학년 시절, 그는 방황의 길로 접어든다. 그림에 입문했지만 데생을 못해 화실 가는 게 싫었다. 그즈음 누나와 함께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 이광백 각본의 단막극을 봤는데 소년 조재현에게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미술을 접고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예고 입시에 떨어져 일반 고교인 충암고에 진학한 뒤 다시 경기 안양에 있는 계원예고로 전학을 갔다. 꿈이 실현되는 듯했지만 그는 거기서 사고뭉치였다. 싸움도 많이 했고 결석도 잦았다. 이것이 문제가 돼 3학년 때 `자퇴'한 뒤 한성고로 옮겨 겨우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 `3학년' 때마다 인생의 고비 겪어
고교를 두 번이나 옮길 정도로 방황했던 그는 부산의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모처럼 서울을 떠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밤 문화와 주색잡기에 푹 빠졌다. 성적 부진으로 학사경고를 받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이용관 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연출가 이윤택, 전수일 감독 등을 만났다. 또 사람을 끌어들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연극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대학 3학년 시절, 그의 `마당발' 행보가 위력을 발휘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는데 저는 주로 단역이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제작을 하기로 결심했죠. 집에서 '여름학기 강좌`를 핑계로 거금 30만 원을 타서 기획 전수일, 연출 서용우(현 경기영상위원회 사무국장)를 내세워 연극 '아일랜드`를 무대에 올렸죠. 남아프리카 흑인 죄수 두 명이 나와서 흑인해방을 위해 싸우는 거였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나중에 기성극단에서 후속작을 공연할 정도였으니까요."
유독 `3학년 때'와 특별한 인연이 있던 그가 지금의 부인 김지숙 씨를 만난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때까지 방황하던 제가 연극 배역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고 거울 앞에서 '밤 문화와 여자들과의 관계를 끊고 이 모습에서 만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때 집사람을 만났는데 처음엔 '날라리 같다`며 피했죠. 근데 '아일랜드` 공연을 보러 와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뭐가 되든지 되겠구나`라며 사귀게 됐어요." 대학 졸업 뒤 곧바로 결혼했는데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과 방황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 연극무대에 뛰어들었다. 배우 김갑수와 의기투합해 극단을 만들고 대학로를 종횡무진 누볐다.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 단역이나 영화 `매춘 2'(1989)에 살짝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1989년 KBS 13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본격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야망의 세월'(1990)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로 청룡영화상 신인상, 연극 `에쿠우스'(1994)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연거푸 수상,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즈음 그는 예기지 않는 역경을 만났다. 집안의 장남이자 여섯 살 위의 형(조수현)이 1995년 9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 "당시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형은 MBC 카메라맨이었는데 드라마 '제4공화국` 촬영 도중 음주 차량이 덮쳐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비슷한 시기, 그 역시 드라마 연기에 한계를 느끼지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방송국에서 평범한 탤런트로 마무리하는 건 아닌가. 또 내 팔자가 이런 건가 고민하는 시기에 형이 떠난 것였죠. 그때 제 나이가 서른셋이었는데 아차 싶더라고요."
■김기덕 감독과 `운명적 만남'
1995년 말, 그는 김기덕 감독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둘은 서로 몰랐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김 감독의 '악어`란 시나리오를 보았어요. 이 배우, 저 배우 캐스팅하려는데 잘 안 되다가 그때 제가 출연한 2부작 드라마 '신화`를 보았나 봐요.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처럼 무고한 사람이 고문으로 죽어나가는, 굉장히 센 드라마였는데 편성시간을 못 잡아 심야에 방영됐죠. 그걸 보고 제게 연락을 한 거예요."
방황하던 시절, 조재현은 모험을 택했다. "연기를 접자고 생각하던 터에 이상한 시나리오가 들어온 거죠. 읽어 보니 재미있었어요. 강간과 같은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역할인데 형도 죽고, 연기의 한정된 느낌이 든 시기에 저의 갈증을 없애준 시나리오였고요."
조재현은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제가 김기덕이에요`라고 인사를 나눴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첫인상이 착해 보였어요. 하지만 감독이야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믿을 것이 없었잖아요. 누가 뭐라 하든 나만 만족하면 될 거라는 심정으로 촬영을 하게 됐어요."
■초라했던 거장의 데뷔 시절
두 사람은 이렇게 의기투합을 했다.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착하고 순진한 김 감독이 `충무로의 초짜'였기 때문이었다. 조재현은 이즈음 `눈물 젖은 김밥'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김 감독과 충무로 영화 스태프들은 함께 일해본 적이 없어 손발이 안 맞았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김 감독이 콘티(현장촬영용 시나리오)를 아주 기가 막히게 그려왔어요. 그런데 촬영감독이 보더니 '그림만 멋있었지 찍을 수 없는 거네`라며 핀잔을 주는 거예요. '입봉작`이라서 콘티를 아주 예쁘게 그려왔는데 퇴짜를 맞은 거죠. "
그는 또 다른 에피소드를 곁들인다. "한번은 '반건달` 스타일의 제작자가 김 감독에게 수중촬영 장소를 헌팅 가자고 했는데 감독이 안 나왔어요. 알고 보니 김 감독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거죠. 그러자 제작자가 감독에게 '감독이 책임감도 없고…`라고 하면서 마구 몰아붙이더라고요. 촬영 중 식사 때 김 감독이 김밥을 가지고 제 옆으로 오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이죠. 이게 바로 '눈물 젖은 김밥` 이야기죠. 나중에 제가 제작자에게 찾아가 '이유가 어쨌든 영화 현장에서 감독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아버지가 조금 능력이 없다고 해서 자식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혼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니 사과하라`고 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악어'는 1996년 서울 명보극장에서 단관 개봉을 했다. 관객은 고작 2천여 명. 조재현의 기억처럼 김 감독의 데뷔 시절은 무척 초라했다.
■다섯 작품 감독-주연, 두 사람의 `질긴 인연'
데뷔작은 망했지만 김 감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보호구역'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악어` 촬영이 끝날 즈음 김 감독이 다음 작품 요건데, 프랑스 올 로케야. 너 할래? 라고 묻더군요. 저야 많이 찾는 배우가 아니라 불러주는 감독도 없고 대안도 없고, 큰소리치며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했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김 감독의 최고 흥행작 `나쁜 남자'까지 이어졌고 훗날 조재현은 `김기덕의 배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섬`에는 우정 출연을 했고요.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초기작 5편 출연으로 이어졌죠. 김 감독의 밑바닥부터 외국영화제에서 인정받을 때까지 같이 했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왜 결별한 것일까. 조재현의 설명을 들었다. "다섯 번째 영화 '나쁜 남자`를 찍은 후 '빈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때도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근제 제가 '나쁜 남자` 때는 아예 다른 배우를 쓰라고 했죠. 당시 제작자가 제 친구인 LJ필름 이승재 사장인데 저하고 오디션을 보는 도중 '재현아 네가 해라. 이게 신인이 할 역할이냐`며 떠넘겨 결국 또 했고요. 사실 제가 김 감독과 많은 작품을 했잖아요. 주로 악한 역을 맡아 제 모든 것을 분명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떠난 것인데 서로 오해가 생긴 거죠."
■8년 만에 베니스 재회, 그리고 `수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피에타'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조재현은 전규환 감독의 `무게' 주연 배우로 베니스를 밟아 자연스럽게 재회했다. "'빈집` 촬영 장소 헌팅 때 우리 집에서 김 감독을 잠깐 만났으니까 8년 정도 됐죠. 베니스에서 서로 어색했던 건 5초가량. 바로 수다 떨면서 사흘 내내 붙어 다녔죠.
그곳에서 제가 김 감독에게 영화 '아리랑`에서 악을 운운한 것이 나를 이야기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런 마음은 1% 없었다`고 말해 서로 오해를 풀었죠." 김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고 금의환향한 뒤 열린 환영파티에서도 둘은 반갑게 악수를 했다. "김 감독은 별로 안 변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착하고 순진하고 하는 짓이 똑같잖아요."
이즈음 흥미로운 대목이 발견된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무게'가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퀴어라이언 상을 받았는데, 연출을 맡은 전규환 감독이 바로 그의 매니저였다는 점. "영화를 좋아하는 고교 동창이죠. '악어`와 '야생동물보호구역`까지 제 매니저였어요. 전 감독이 '영화를 처음 소개해 준 것이 너였는데 네가 내 작품에 출연하면 굉장히 영광일 것 같다. 이번엔 꼭 같이 하자`고 해 출연하게 됐고 베니스까지 가게 된 거죠." 둘의 인연도 대단하다.
■연이은 공직, "몸이 적응했죠"
조재현은 요즘 누구보다 바쁘다. DMZ국제다큐멘터리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경기도 문화의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교수, 연극열전 프로그래머, 그리고 배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인다. 조재현은 바삐 다음 스케줄을 챙기면서도 "버겁지 않고 재미있다. 몸이 적응을 했다"고 여유를 부렸다.
요즘엔 여기에 `화가'라는 한 가지 직책이 더 붙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오후 해운대구 우동 영화감독 출신인 김선영 대표가 운영하는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 것. 그림 앞에 선 그는 "예고에 입학해 화가가 되고자 했던 어릴 적 꿈을 30년 만에 이루었다"며 `화가'로서 첫 전시회에 대한 소회를 다소 감격한 목소리로 털어놨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연기의 목마름을 호소했다. 내달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배종옥과 함께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런 갈증을 풀기 위해서라고 털어놓는다. 이제 곧 50대에 접어드는 조재현. 이즈음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분에 넘치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배우로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긴 인터뷰의 종착점에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재현은 여전히 끼 넘치는 천생 배우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약력
1965년 6월 30일 서울 출생.
조기조 - 최남이 씨의 2남 1녀 중 막내
부인 김지숙, 아들 조수훈, 딸 조혜정
연신초 - 불광중 - 한성고 - 경성대 연극영화과 - 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 석사
1989년 KBS 13기 공채 탤런트
DMZ국제다큐멘터리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경기도 문화의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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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재현씨 개성있는 연기 잘 보고 있습니다.
세번째 사진을 보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어느남성?여인?의 입술을 마시는군요.
남성같아 보입니다. ㅎㅎ^^*
혹시 대장님께서도 뺏기셧습니까?하하하
정말 줄곧 지켜봤지만
충무로의 대단한 연기파 배웁니다.
배우를 통해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모습도 무척 부럽고요...
좋은 감상문, 고맙습니다.^^
이 분이 조재현씨군요~ 인터뷰 내용 잘 읽었습니다~ 물개대장님~ *^^*
원고지 30매 분량이 조금 넘는
다소 많은 양이었는데
차분하게 잘 읽으셨던 모양입니다.
감사합니다. 구벅^^
^*^
앗~~도날 성님의
그 유명한 촌철살인 댓글ㅎㅎ
엇,,,그러면 윗분께선 성씨가 희귀성인 ☆ 면 ★ 씨신가봅니다.
햐~귀한 성씨에 존함 이시군요.
아.. 나쁜남자 대박이었죠. 조재현의 연기가... 이상하게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묘한 여운과 우울함을 남겨주는데.. 나쁜남자를 보는 여자들이 무척 불쾌해 했었드랬죠.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김 감독의 최고 히트작이 바로 <나쁜 남자>였는데
조재현 주연의 인기 드라마 <피아노> 종영직후 상영돼
TV 덕을 좀 보았죠.
김 감독 작품에 대해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김 감독 작품 대부분에서 여성비하 같은 표현이 적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