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성과 그녀의 손자가 일단의 이민자 집단과 마주친 일이 온라인에서 전혀 엉뚱한 얘기로 비화했다. 손자를 학교 버스로 등교시키려고 승용차 안에서 기다리던 여성과 이민자 집단들이 잠깐 만나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인터넷에서는 학교 버스가 이민자들에 탈취됐다는 식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 것이다.
일간 USA 투데이가 그 날 있었던 일과 그 뒤 온라인 여론에서 완전히 다른 얘기가 나돌게 된 경위, 사람들은 왜 가짜 뉴스를 온라인에 퍼뜨리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게 됐을까 등등을 4일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최대한 줄여 전달하기로 하겠다.
오전 7시를 넘긴 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햇볕이 샌디에이고 동쪽 산들에 걸려 있었다. 과달루페 듀크스와 여섯 살 손자 갤이 캘리포니아 94번 고속도로 길가의 학교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젊은 여성이 차 창을 손으로 두들겼다. 할머니와 손자는 당황했다. 누군가 나타나 창문을 두드릴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창문을 조심스럽게 내렸더니 젊은 여성은 먼지 투성이에 여행에 지쳐 보이는 네 남자와 함께 있었다. 뜨문뜨문 영어 단어를 내뱉고 손동작으로 여인은 듀크스의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듀크스는 여인이 남자일행들과 어떤 언어로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분명 아니었다.
10년 넘게 국경 근처에 살아온 듀크스는 이들이 금방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이란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그들의 검은 피부 때문에 아이티나 아프리카 출신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젊은 여인은 어느 길로 가면 마을이 나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듀크스는 대화가 서로를 존중하며 예의 바랐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은 지치고 허기지고 약간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어딘가 앉아 쉴 곳과 약간의 도움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듀크스는 전화를 건네주지 않겠다고 딱잘라 거절했지만 9km쯤 떨어진 둘주라의 작은 대피소를 손짓으로 알려줬다. 그 뒤 듀크스는 이민자들에게 도로가 차들로 북적이니 주의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너희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버스들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버스'란 단어에 젊은 여성의 입술이 열렸다. 그녀는 동료들에게도 그 단어를 전달했고, 그들은 희망을 얻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 갤의 노란색 학교 버스가 나타났다. 젊은 여성이 버스를 보고 휘슬을 불었다. 갑자기 많은 이민자들이 길로 튀어나왔다. 10~12명쯤이다 싶더니 결국 15명이 버스에 다가왔다. 할머니는 갤을 버스에 얼른 태웠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에게 "아니, 이 버스는 대중 버스가 아니다. 이건 학교 버스다. 너희들이 탈 버스가 아냐"라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이민자들은 딱 멈췄다. 듀크스는 최근 바로 이곳 현장에서 USA 투데이와 인터뷰하면서 이민자 누구도 버스 기사나 아이들과 얘기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심지어 그들은 버스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그들은 버스에 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버스는 떠났고, 갤은 타고 있었다. 이민자들은 다시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듀크스는 차로 돌아와 멀지 않은 집에 돌아왔다.
현실에서는 그저 짧은 조우에 그쳤지만, 인터넷에서는 제멋대로 굴러가게 됐다. 학교당국이나 지방정부, 사법기관 관리들과 부모들, 지방 기자들, 다른 이들은 원래 이야기의 조각들을 모을 수 있는 인터뷰들을 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는 완전히 엉뚱한 얘기로 발전하는 것처럼 이민과 있을 법한 일들에 대해 갖는 두려움이 양념처럼 보태졌다. 이미 미국은 국경 안전을 둘러싸고 심각한 의견 대립을 겪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버스가 길가에 정차한 순간부터 다른 버전의 얘기가 사이버 공간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 과격하고 과장된 얘기로 사안을 부풀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달라붙으며 점점 진실과 먼 얘기들이 진실처럼 세상에 퍼졌다.
2018년 이후 자물-둘주라 연합 교육청의 장학관으로 일하고 있는 리즈 바이스테트는 갤의 학교 버스 기사로부터 얘기를 들은 유지보수 및 교통 국장으로부터 그날 있었던 일을 보고받았다. 그 여성 기사는 신문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 기사는 상사에게 전화했는데 바이스테트는 마침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버스 기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흥분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일단의 이민자들이 학교 버스에 타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맞다, 난 그 시점에 정보가 많지 않았다.”
바이스테트는 사람들의 걱정이 에스컬레이트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곧바로 자리에 앉아 학부모들에게 보낼 이메일을 작성했다. 단어를 조심스럽게 골라 교육청이 현재 조사 중이라고 알리려 했다. 이렇게도 썼다. "어떤 정보라도 있으면 여러분과 공유하겠다. 학생들과 버스 기사들의 안전에 대해 알려달라. 만약 버스 정류장에 이민자 딥단이 있다면, 우리는 곧바로 다음 정류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녀가 이메일을 전송한 지 몇 분 안된 오전 10시 18분, 샌디에이고의 프리랜서 기자 애미 레이처트가 엑스(X, 옛 트위터)에 스크린샷을 사이렌 이모티콘과 함께 '긴급'이란 메시지를 담아 올렸다. 레이처트(팔로워 1만명)는 바이슈테트 장학관이 보내 온 얘기를 그대로 띄웠을 뿐이라고 USA 투데이에 밝혔다. 400건의 리포스트와 646개의 좋아요!가 달렸을 뿐인데 온라인 후폭풍의 시작일 뿐이었다.
USA 투데이의 의뢰로 여론분석업체 'Advance Democracy, Inc'(ADI)는 어떻게 온라인 곡해가 이뤄졌는지 파악했는데 레이처트 기자의 포스트에 누군가 '이민자들이 강제로 학교 버스에 타려고 시도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X 이용자 ScribeMoon(팔로워 2800명)가 댓글로 "우리는 급진적인 이슬람 국가들과 중국의 많은 숫자를 비롯해 모든 나라 출신 이민자들을 여기 캘리포니아 남부에 받아들이고 있다. 이민자들이 샌디에이고의 학교 버스들에 강제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고 적었다.
오후 5시 54분 극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 조지 베히지(팔로워 38만명)가 @Behizytweets를 붙여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정확한 메시지들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BREAKING: A group of illegal migrants in San Diego County, California tried to hijack TWO school buses full of Elementary & Middle school kids from the Jamul-Dulzura Union District on Highway 94. Border Czar Kamala is RESPONSIBLE.”
ADI는 탈취(hijack)란 단어를 처음 쓴 것으로 베히지의 포스트를 꼽았다. 이 포스트는 1만 3000회 이상 리포스트됐고, 2만 2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베히지는 바이스테트의 성명외에 어떤 것도 추가로 조사하지 않고 포스트를 올렸으며 자신은 정확히 장학관이 쓴 것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USA 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학교 버스 안에 억지로 들어가려는 성인이라면 나쁜 녀석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베히지의 포스트는 다른 극우 성향 계정들 @EndWokeness와 @LibsOfTikTok에 뽑혀 그들의 수백만 팔로워들에게 잘못된 탈취 주장을 퍼날랐다.
이런 잘못된 정보 확산에 불꽃을 당긴 인물이 X 소유주 일론 머스크(팔로워 2억명)였다. 다음날 오전 10시 43분 @EndWokeness 포스트에 그는 댓글을 달아 "불법 외계인들에 의해" 탈취가 있었다며 “언제 충분하다고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바이스테트로선 난감한 일이었다.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긴장 상황을 누그러뜨리려 보낸 이메일이 정반대 가짜뉴스의 진원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남편 절친이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고 알려왔는데 정작 바이스테트는 남편에게 뉴스는 틀지도 말라고 당부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전달하기 위해 사안을 비틀어버리는 사람들에 질려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왜 사람들은 거짓을 온라인에 퍼뜨리는 걸까?
어떤 이들은 글자 그대로 기분 좋아지려고 온라인에서 거짓말을 퍼뜨린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기젬 세일란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의 고리를 연구하고 있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온라인 콘텐트에 함께 할 때 뇌에서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을 대체하는 쉬운 방법은 계속 포스트를 올리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인플루언서들과 미성년 유명인들, 파트타임 야바위꾼(grifter)들의 네트워크는 정치적 가짜정보를 퍼뜨리며 잇속을 챙겨왔다. 팔로워가 19명이든 1억 9000만명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포스팅하게 만들고 부추기는 작동 원리는 똑같다고 세일란은 말했다.
“당신이 뭔가를 공유하면 사람들은 링크를 걸고 리트윗한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사회적 즐거움을 얻는다. 그런데 다음번에는 이전과 똑같은 정보를 올리면 재미없다고 느껴 가미하게 되고 뭔가 번쩍이는 것을 넣고 싶어한다.”
텍사스 공과대학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칼리지에서 미디어 전략을 가르치는 에릭 부치 교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생명이 짧은 반면, 커뮤니티 형성은 더 긴 생명력을 갖는다"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진정으로 깨닫기 전에 그저 콘텐트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며 피하거나 스스로 지어낸다고 했다. 콘텐트가 처음부터 거짓말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이 더해지거나 과장이나 부풀림이 가해지면, 실제 일어난 일과는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기도 한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부모들의 압력과 전국적인 관심 때문에 이 오지에는 온갖 차량들이 몰려왔다. 보안관 차량은 물론 한 유튜버 커플은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차를 몰고 왔다. 수많은 이들이 퍼레이듯하듯 그곳을 지나간다.
그 일 몇 주 뒤에도 듀크스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정말 무서웠느냐는 질문이 압권이라고 했다. 그 날 아침 본 이민자들은 그저 지치고 굶주려 보였을 뿐이었다. 어떤 적의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그녀 역시 짧게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듀크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계곡을 가로질러 일하러 가는 이민자들을 숱하게 봤다. 그들이 출몰하는 레스토랑과 가게들도 잘 알고 있다. 이른 아침 차창을 통해 그들을 봤다. 그저 황량한 이곳 풍경을 장식하는 모습 중 하나였다.
그날 아침 그들과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은 낯선 이들을 떼거리로 마주쳤을 때 느끼는 두려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말을 붙였을 때 그들이 뭘 원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민자들이 '버스'란 단어를 들었을 때 희망을 찾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듀크스가 가졌던 두려움은 맑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대기에 곧바로 증발해버렸다. 도로 주변에서의 짧은 조우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