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지원하는 자원 즉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신학과 또는 이와 관련된 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100여개 가까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교단에서 운영하는, 교단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교뿐만 아니라 과거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설립한 사립대학교에도 신학과, 또는 선교학과 아니면 종교학과란 이름으로 신학 전공의 학과가 존재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신학을 지원하는 자원이 부족하니 각 학교마다 입학정원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 되었다. 특히 교단을 배경으로 두지 않은 대학교의 신학 전공 학과들이 그러한 어려움이 더욱 심하다.
과거 내가 속했던 학교 역시 교단 배경이 없는 학교이기에 지금 정시학생모집을 하지만 신학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탈피하는 방법이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다들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타개하는 방법은 찾기 어렵다. 또 그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교수들의 내부적 의견일치를 이루기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욕심이 잉태하여 보편화가 되고, 특징없는 학교, 학과과정을 운영하기에 학생은 오고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고 결국 입학정원 미달이라는 사태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어려운 점을 떠나 신학을 했고 신학을 가르쳤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아쉬웠던 것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성경 교육의 부재다. 어느 해인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신학전공 졸업생들에게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항목이 학교 재학 4년 동안 신구약 성경을 몇번 통독했었는가 였다. 불행하게도, 참담한 설문결과에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거의 40%가 입학해서 졸업까지 4년동안 성경을 1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만들어진 것이 Bible Reading이란 영교시 수업이었다.
입학해서 1년 즉 두 학기 동안 8시에 등교해서 9시까지 반을 나누어 성경을 통독하는 것이었다. 2학기 동안에 한 번 통독할 수 있도록 일정표를 짜서 매일 한 시간씩 읽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졸업할 때까지 무조건 1번은 읽게 되었다. 이 0교시 성경읽기 수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성경을 읽지 않고 성경에 무식해서 어떻게 신학을 공부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외로 신학생들이 성경을 많이 읽지 않고 있는 것이 또한 불행한 현실이다.
두 번째는 인문교육의 부재다. 신학생은 성경만 잘 알고 신학만 잘 알면 된다는 그릇된 개념이 은연중에 만연되어 있다. 문학, 철학, 역사에 무지한 학생들이 많다. 그런 교육을 받고 목사가 되었으니 당연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이 아주 부족하게 되었고, 결국 교회안에 갇혀서 시야가 좁아지고 급기야는 좌우도 구별못하는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스 로마 문학과 역사 철학 뿐만 아니라, 기독교 고전조차도 읽지 않는 상황이 되니, 신학적 이론의 논쟁에서 엉뚱한 소리를 말하곤 한다.
만약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 이제 다 늙고 퇴직한 상황에서 무슨 기회를 운운하겠냐마는 - 신학 교육에 있어서 이 두가지 점을 감안하여 성경교육과 인문학 교육 그리고 신학에서 필수인 언어교육 즉 헬라어 히브리어 교육을 철저하게 강화한 교과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을 훈련시켜보고 싶다.
특히 인문학에서는 1년이 52주니, 1년에 40권씩 졸업까지 총 160권의 인문 고전 작품들을 읽고 보고서를 써 제출해서 교수의 점검을 받아야만 졸업하는 과정을 꼭 두고 싶다. 사실 160권도 부족한 감이 있지만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니 어쩌겠는가.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학생이 아니라 다른 신학부 교수들이 제일 먼저 반대하고 나설 것 같다. 자신들이 가르칠 과목이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