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의 '병연제현' '유피개병'이 넉 자씩 8글자밖에 안 되는데 사언절 두 줄로 새긴 것은 부질없는 말이 많아진 셈이지요 하나 한시漢詩에서는 자주 있는 예로 한두 글자를 놓고도 종일 노래하니까요 불꽃 병炳, 그러할 연然은 빛이 비쳐 밝은 모양을 노래하고 이를 겨자 담은 병에 견주었습니다
병연제현炳然齊現은 실상實相이고 유피개병猶彼芥甁은 비유입니다 빛이 비치면서 밝은 모양이 고르게 드러남을 바라보면서 청량국사는 겨자병을 생각했습니다 시인 눈에는 모든 게 시의 소재니까요 명백하게 고루고루 드러남이 겨자 담은 병처럼 투명하다고요? 여기 비슷한 십현문이 따라붙습니다 제3문 '미세상용안립문'입니다
예로부터 겨자씨는 아주 작았습니다 좁쌀처럼 작은 물질에 비겼지요 작을 미微, 가늘 세細를 묶어 요즘도 '미세하다'로 표현합니다 예전부터 쓰던 말을 가져온 것인데 미微는 알갱이가 작다는 표현이고 세細는 끈이 가늘다는 뜻입니다 물리학에서도 아주 작은 것을 놓고 작은 알갱이는 입자粒子로 얘기하고 가는 것은 '초끈'으로 이름합니다
십현문의 셋째 문 '미세상용안립문'을 한자로는 '微細相容安立門'입니다 아주 작은 알갱이 미립자微粒子와 털오라기처럼 가는 끄나풀이 하나는 작아도 알갱이 모양이고 하나는 가늘지만 끄나풀 모양입니다 이 작은 알갱이와 가는 끄나풀이 서로를 받아들여 안립安立 시킴이 이른바 '미세상용안립문'이지요
같은시간 같은틈새 완전하게 구족함은 바야흐로 너른바다 방울방울 모임이다 具足同時 方之海滴(왕복서4)과 同時具足相應門(십현문4)은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지요 왕복서의 뜻은 위와 같습니다만 십현문에 담긴 뜻도 다르지 않습니다 '구족동시'와 '동시구족'은 같습니다 위치 운동의 모양만 다를 뿐이지요
왕복서는 '방지해적方之海滴'이고 십현문은 '상응문相應門'인데 방울방울 바닷물이니 알고 보면 이는 섬세함이며 이 섬세한 바닷물이 한데 모여 상상 밖의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원자 알갱이가 얼마나 작으면 옛사람들이 원자를 놓고 더는 쪼갤 수 없다고 했겠습니까 이 작은 원자에 뭐가 들어 있습니까
원자 속에는 핵核이 들어 있습니다 원자의 중심부를 이루는 입자로 양자量子와 중성자中性子가 강한 핵력으로 결합한 것입니다 원자핵이 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양陽의 전하電荷를 띠고 있지만 상상 밖으로 작은 크기입니다 핵 크기가 원자에게 있어서 겨우 1만분의 1정도 크기이지만 질량은 원자 질량의 99% 이상입니다
'미세상용안립문'을 떠올릴 때마다 가끔 마음 힘을 생각하곤 합니다 선한 마음이 지닌 힘의 크기와 악한 마음이 지닌 힘의 크기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은 느낌의 체계인 까닭입니다 찾아도 띠지 않는 섬세한 마음이 쓰임새에 따라 힘을 달리 내게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 우리절 석조 부도 2기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6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