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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樂 SOCCER 원문보기 글쓴이: - KLOSE -
"어렸을 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외의 팀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 1군에 진입해서 득점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그런 순간들을 꿈꿔왔습니다. 아틀레티코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
"당시 구단 상황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2부에 있다가 1부로 다시 승격했지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유럽 무대는 경험도 못해봤죠. 그래서 제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아틀레티코를 유럽 무대에 진출시키고 나서야 이적을 고려해 보겠다고요."
"전 그게 저에게도 구단에게도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구단은 저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있었는데, 전 그렇게 해서는 팀이 강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떠나면, 그 돈으로 팬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서 안도했습니다. 리버풀 이적은 저에게도 좋은 일이었지만, 아틀레티코에게는 특히 더 좋은 일이었습니다."
"아틀레티코는 유럽 무대에 다시 진출했고, 그때 전 베니테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최소한 저는 구단이 좋은 상황일 때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리버풀은 3년 동안 2번이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팀이었고, 베니테즈, 알론소, 레이나가 있었습니다. 적응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고, 리버풀 팬들과 구단의 관계도 제가 바라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안필드에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꿈에서도요."
"아틀레티코에서는, 집에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자란 곳이고, 관중석에서 서포터로 경기를 지켜봤으며, 아카데미에 입단해서 선수로 데뷔까지 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이 절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팬들은 용서해주죠."
"하지만 리버풀에선, 팬들이 저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좋아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리버풀에서 팬들의 기억에 남지도 못한 채 스쳐 지나갔습니까?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리버풀 팬들은 저를 그런 식으로 사랑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다른 누구보다 절 아껴줬습니다."
"저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수를 좋아합니다. 우리 팀에서 말을 담당하는 사람은 캐러거였죠. 그는 모두를 깨어있게 만들었고, 라커룸의 리더였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했죠."
"스티비는 그보다는 저와 유사한 타입이었습니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죠. 팀의 주축 선수들이 그렇게 모든 걸 쏟아부으면, 다른 선수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기준점을 세웠죠."
"경기가 시작되면 스티비 주변에는 오오라가 있었습니다. 동료들도, 상대편도 느낄 수 있었죠. 스티비는 저의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공간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스티비가 절 찾아냈죠. 스티비는 제 플레이를 완성시켜준 선수입니다. 전 그런 파트너를 다시는 찾지 못할 겁니다."
"리버풀로 이적한 건, 리버풀이 유럽 최고의 팀이 되는 데 아주 근접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죠."
"때때로, 전 우리가 유럽 최고의 팀이라고 느꼈습니다. 리그 우승에 가깝기는 했지만, 운이 부족했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4강에서 고배를 마셨고요. 전 우리가 굉장한 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만 봐도 그렇죠. 1명은 레알로 갔고(사비 알론소) 1명은 바르셀로나로 갔는데(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둘 모두 아직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죠."
"우린 가능성이 넘치지만 아직 보강할 부분들이 있는 팀이었습니다. 척추 라인은 굳건히 있었죠. 레이나, 캐러거, 아게르, 스크르텔, 알론소, 마스체라노, 제라드, 저까지. 이 선수들을 지킬 수 있다면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리그와 챔스 우승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단주가 매각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구단의 마인드가 바뀌었죠. 알론소, 마스체라노가 팔렸고 베니테즈도 떠났습니다. 선수들을 판매한 돈이 고스란히 영입으로 이어지지 못했죠. 구단은 여전히 승리를 원하고 최고의 자리를 노린다고 했지만, 정반대의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우승을 위해 아틀레티코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리버풀을 떠날 즈음에는, 이미 다른 이들도 모두 떠나고 있었고, 리버풀에서 우승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리버풀에서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리버풀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베니테즈가 경질되었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휴가 기간에 저는 퍼슬로우 단장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호지슨 감독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전 구단에 솔직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우린 우승에 정말 가까웠었는데 좋은 선수들이 떠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얘기였죠."
"퍼슬로우는 현재 구단 매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름에 아무도 떠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선수들이 남아있어야 구단이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이죠. 저는 투자가 없으면 우리는 빠르게 뒤쳐질 것이고, 처음에 베니테즈의 야망에 이끌려 구단에 왔을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퍼슬로우는 지금은 아무도 떠날 수 없지만, 구단 인수가 완료되면 새로운 구단주와 대화해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적하고 싶으면 그때 하라는 얘기였죠."
"아무도 저에게 '남아서 스티비처럼 되어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우린 구단을 매각할테니 너는 떠나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리버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구단이 아닌 자신들만을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말해놓고 마스체라노는 결국 팔았죠."
"호지슨은 훌륭한 감독이자 좋은 사람이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구단은 호지슨이 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구단에서 데려온 사람들이 모든 걸 컨트롤했고, 호지슨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수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프리시즌부터 1월까지는 악몽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다 그랬지만, 호지슨에게 특히 더 악몽이었을 겁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고, 우린 좋지 못했습니다."
"전 구단주가 잉글랜드 사람인지, 리버풀에 거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리버풀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실무 책임자로 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축구에서 구단주가 해야 할 일은 돈을 투자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장이나 단장 같은 실무 책임자는 리버풀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팬들과 선수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구단이 유구한 역사를 거치며 세워놓은 높은 기준에 걸맞는 운영을 해야 합니다."
"구단 인수가 완료되었고 저는 새로 임명된 코몰리 단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저는 제가 우려하는 부분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코몰리는 퍼슬로우와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안돼, 안돼. 당신 자리에 뛸 선수가 없으니까 당신은 떠날 수 없어.' 똑같은 패턴이었죠. '당신은 우리 프로젝트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남아줬으면 합니다'가 아니라, '오케이, 대체자를 찾을테니 그 후에는 떠나도 좋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들은 절 진심으로 지키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대체자를 찾을 거지만, 여름까지는 기다리자는 식이었습니다."
"코몰리는 구단이 루이스 수아레즈를 영입할 예정이지만, 수아레즈는 스코어러가 아니므로 대체자를 찾을 때까지는 남아달라고 했습니다. '수아레즈는 쳐져서 플레이하는 선수니까, 많은 골을 넣지는 못할 거다' 라는 말이었죠. 재밌죠. 수아레즈가 골을 많이 넣을 줄도 모르고 영입에 나섰던 겁니다."
"코몰리는 새 구단주들이 투자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을 영입해서 새로운 팀을 만들겠다고요. 저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3,4, 어쩌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죠. 전 27살이었습니다. 기다릴 시간이 없었어요. 전 우승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5년이 지났지만 리버풀은 여전히 리빌딩 중이죠. 제가 떠났던 때와 비슷한 순위를 맴돌고 있고요."
"울버햄튼 경기 전에, 첼시가 첫 오퍼를 했고 저는 달글리시와 클라크를 만나러 갔습니다. 코몰리도 미팅에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전 코치들하고만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달글리시와 클라크에게, 우승하러 리버풀에 왔지만 지금은 너무 거리가 멀다고 말했습니다. 윗선에서는 좋은 선수들을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마스체라노가 팔렸으며 전 거짓말에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첼시가 좋은 오퍼를 했으며, 저는 계속 발전할 수 있고 리버풀도 큰 돈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유일하게 달글리시만이 저에게 남아달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달글리시도 자세한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으니, 코몰리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회의가 끝날 때, 저는 우리가 합의점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대화가 이어지긴 했지만, 우린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달글리시는 그동안 제가 리버풀에 공헌한 부분에 대해 항상 고마워할 것이고, 남아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적 여부와 관계 없이,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저는 울버햄튼을 상대로 2골을 넣었고, 3일 뒤 풀럼과의 경기에서도 괜찮은 플레이를 했습니다. 달글리시는 제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구단이 첼시와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진심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언론 플레이로 상황을 바꿔놓았던 겁니다. 그들은 저에게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했습니다. 전 달글리시와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나눴고 상황을 명확히 정리했었습니다. 에이전트를 대신 보내지도 않았죠. 달글리시는 제 생각을 정확히 알았습니다. 저는 우승을 원했고, 리버풀은 최소 몇 년 동안은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제 판단은 틀리지 않았죠."
"저는 우리가 시티,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에게 크게 뒤쳐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여름에 퍼슬로우와 나눴던 대화를 달글리시에게 얘기했습니다. 저는 리버풀의 매각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잔류했다고 말이죠. 저는 그 누구도 축구 내적인 이유로 저에게 남아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코몰리가 시즌이 끝난 후에는 떠나도 좋다고 했다는 것도 전했습니다. 1월에 좋은 오퍼가 왔고, 당시 우리가 좋지 못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여름에 다시 강팀의 오퍼가 올지 불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달글리시에게, 제가 리버풀에서 은퇴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리버풀이 다시 위대한 팀을 만들 거라면, 저는 떠날 이유가 없고 잔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 코몰리의 계획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코몰리가 진정으로 리버풀을 신경 쓰기는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달글리시를 크게 존경했습니다. 저는 달글리시가 리버풀의 레전드이고 모두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달글리시에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도 왜 바꾸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달글리시가 선수를 영입할 돈을 요구했다면, 구단은 요청을 들어줬을 겁니다. 달글리시가 구단주들에게 토레스를 남겨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면, 저는 남았을 겁니다. 달글리시가 들어온 뒤에 경기력은 좋아지기 시작했고, 저의 득점력도 살아났습니다. 그의 전술은 당시 우리 선수진에 더 잘 맞았습니다. 스티브 클라크도 환상적인 코치였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제가 이적 요청을 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팀에 잔류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구단 관계자들을 신뢰하기 힘들었습니다. 분명 그들 중 누군가가 언론에 흘렸을 겁니다. 저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언론 보도들이 모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놨습니다. 저는 고향 팀을 떠나 우승할 준비가 된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리버풀을 떠날 때, 위닝 컬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 힘들었던 것은, 저와 구단이 정말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책임자들을 찾아가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던 겁니다. 전 에이전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퍼슬로우, 코몰리, 달글리시와 모두 면대면으로 대화했습니다. 전 그들 모두에게 아틀레티코를 떠나 리버풀로 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 최고의 선수들을 팔아버리면 우승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확실한 답을, 축구 내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에는 마치 제가 첼시로 떠나고 싶어하고 리버풀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제가 더 이상 리버풀에서 훈련하거나 경기를 뛰고 싶어하지 않아서 이적 요청을 한 것처럼 그려졌습니다. 제가 배신자인 것처럼 묘사되었습니다. 제가 구단 관계자들과 나눴던 대화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리버풀은 구단 전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번 상황을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했습니다."
"팬들에게는 죄송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리버풀을 사랑할 테니까요. 구단은 그 어떤 선수보다 위대합니다. 전 팬들을 이해합니다. 제가 언론 보도들을 보고 그걸 전부 믿었다면, 저도 팬들과 똑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제가 리버풀 구단과 팬들, 도시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바꾸지 못할 겁니다.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그들은 저에게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사람은 존 헨리 구단주였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제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떠나고 싶다면, 이적료가 매우 비싸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가격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고, 그건 구단주님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달글리시와 대화하기 전에, 전 스티비를 찾아갔습니다. 우린 멜우드 라커룸에서 둘만 앉아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첼시에서 좋은 오퍼가 왔고, 리버풀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발전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스티비에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물어봤습니다. 스티비는 저에게 절대 리버풀을 떠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비도 곧 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와 저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최고의 주장다운 말이었습니다."
"제가 떠났을 때 스티비가 굉장히 낙담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그랬습니다.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날아가던 때가 기억납니다. 전 어떤 기분인지도 몰랐습니다. 기쁘지도 않았고, 화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공허했습니다. 전 헬리콥터에 타고 있었고,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리버풀 상공을 날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저기서 정말 행복했었는데, 정말 정말로..."
"리버풀과의 경기는 정말 기쁘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은 추억과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팬들의 반응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힘겨웠습니다. 저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제라드가 미끄러진 날) 그 날이 가장 힘든 날이었습니다. 전 스티비와 리버풀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들은 정말 우승에 가까웠고, 우승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만약 리버풀이 그 경기를 이겼다면, 역사를 새로 썼을 겁니다. 관중석에 있는 팬들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겨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전 여전히 리버풀 팬들을 사랑합니다. 전 여전히 저에게 화난 팬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들에 대한 제 감정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제 팀은 아틀레티코지만, 전 여전히 리버풀을 응원하고 그들이 모든 경기를 승리하길 바랍니다."
"리버풀은 특별합니다. 아틀레티코와도 다릅니다. 저는 이곳 출신이고, 처음부터 아틀레티코에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리버풀 출신이 아닌데도 리버풀에서 고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첼시에서, 심지어 아틀레티코에서도 리버풀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리버풀에서, 사람들은 제가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안필드 첫 경기에서, 레이나는 저에게 '이 분위기를 좀 봐. 여기가 니가 있어야 할 곳이야. 아틀레티코에선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지.' 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후에, 전 레이나에게 안필드에선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날아다녔습니다. 단지 저의 전성기 나이였기 때문이 아니라, 구단을 둘러싼 분위기가 그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건 마법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우승이 행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 매일의 기분을 바꿔놓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며, 매일의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첼시에 있을 때, 부진한 출발을 했던 몇 가지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첼시에서 우승하고 싶었던 거의 모든 대회를 우승했지만, 아마 그건 저에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 스티비와 같이 뛰는 것을, 리버풀에서 뛰는 것을 그리워 했습니다. 전 리버풀이 강했을 때 동료들과 함께 싸웠던 경기들을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그건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아틀레티코에서 그때 느낌을 다시 찾았습니다. 하나가 된 팀의 느낌 말이죠. 우린 스타 플레이어는 별로없지만,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싸우고 즐기는 팀입니다. 누가 득점하는지, 누가 이기는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우리는 열정을 품고 뛰니까요."
"첼시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첼시 이적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때 제가 원했던 것은 우승이었습니다. 아틀레티코에선 1부 승격밖에 못해봤고, 리버풀에서도 희망적인 상황들은 있었지만 우승은 못해봤습니다. 이적한 이유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원했던 목표를 이뤘는데 후회하는 건 멍청한 일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다고 해서 다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건 깨달을 수 있죠."
"저는 스티비가 MLS로 가는 걸 봤습니다. 로마의 토티처럼 스티비가 리버풀에서 은퇴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요? 저도 아틀레티코에서 그랬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서 영원히 존경받는 선수가 되겠죠. 때때로 아틀레티코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제가 떠나지 않았어도 아틀레티코가 계속 발전해서 우승을 했을 수도 있겠죠. 원 클럽 맨으로서 우승도 하고 모두의 존경도 받고. 얼마나 좋습니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리버풀에서 보낸 시간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에겐 이적이 필요했고, 새롭고 특별하고 위대한 무언가를 리버풀에서 찾았습니다. 축구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타지에서 커뮤니티 전체의 사랑을 받는 것 - 그게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배고팠습니다. 우승 트로피가 갖고 싶었습니다. 젊을 때는, 성공에 동기부여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우승이 다음 목표였습니다. 전 그 우승을 리버풀에서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첼시에서 처음부터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저의 플레이에 맞는 팀 구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첼시는 좋은 팀이었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는 다른 성격의 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원하던 것을 얻었습니다."
"이탈리아로 가서 밀란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했지만, 거기도 저와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틀레티코로 돌아올 기회를 얻었고, 비록 주전이 아니더라도 매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전 지금의 생활을 즐기고 있고, 그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015년 안필드 자선 경기에서 리버풀 팬들에게 환호와 응원가를 들은 것에 대해) 아마도 지난 5년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겁니다. 제가 첼시 선수로 마지막으로 안필드에서 뛰었을 때, 전 야유를 받았고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안필드에 다시 가서 제 응원가를 다시 듣고 팬들의 반응을 지켜봤을 때, 전 마음의 안정을 얻었습니다. 제가 그들의 마음을 부숴버렸다는 건 알고 있고, 제 마음도 그때 부숴졌습니다. 안필드에 대한 저의 마지막 추억이 그 자선 경기가 될 수 있어서... 정말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리버풀에서 마지막으로 풀시즌을 뛰었던 때(09-10), 전 무릎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훈련과 경기에서 100%를 발휘하기 힘들었습니다. 월드컵에 나가고 싶었지만, 대회 2달 전에 목발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저는 절실했고, 결국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전 무릎을 굽힐 수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결승전에서 다시 부상을 입었죠."
"그 후로 오랫동안, 전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사람은 목표에 눈이 멀어서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죠. 전 월드 챔피언이 되었지만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리버풀에서 당시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았던 첼시로 이적한 것도 옳은 결정이었을까요?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그 해답은, 오직 토레스의 검고 짙은 눈동자 안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사이먼 휴즈, <Ring of Fire : Liverpool FC into the 21st Century>, 선수들의 이야기 중 페르난도 토레스 인터뷰 부분 발췌